요즘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의 열기로 전국이 뜨겁다. 그런데, 쇼트트랙에서 러시아에 동메달을 안겨준 안현수 선수를 두고 말들이 많다. 주요 일간지 등 매스컴에서도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가 왜 러시아로 귀화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말이다.
안현수가 과연 단순하게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국을 버렸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은 전적으로 빙상연맹의 탓이 크다. 안현수는 2010년 2월 2일 개최된 동계 전국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최강자임을 자타가 공인하던 선수였다. 그럼에도 빙상연맹은 불세출의 쇼트트랙 선수인 안현수에게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라는 명분으로 은퇴를 종용했다.
스포츠의 기본정신이 무엇인가? 도전과 공정한 경쟁이 아니던가! 안현수에게 은퇴를 강요한 빙상연맹 스스로가 스포츠의 기본정신을 저버렸다. 은퇴 여부는 오로지 선수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실력이 있는 한 올림픽에 여러 번 출전하여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와 존경을 받는 노장선수들을 종종 보지 않았던가! 동계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빙속의 노장 이규혁도 바로 그런 선수다. 한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계적인 선수 안현수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을 갖춘 선수가 실력 외적인 것으로 차별을 받는 사람이 조국을 버리고 타국으로 귀화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축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타국으로 귀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오히려 조국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라고 봐야 한다.
혹자는 안현수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공로로 체육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러시아로 귀화하기 위해 한꺼번에 일시불로 모두 찾아갔다고 비난한다. 안현수의 체육연금은 대한민국이 그에게 마땅히 지불해야 몫이다. 국제대회에서의 입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사람에 대해서 그 정도의 보상은 당연한 것이다. 자기 몫으로 떳떳하게 받을 수 있는 체육연금을 일시불로 찾아갔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러시아가 안현수에게 보장해준 것을 보면 한국에서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우다. 우선 안현수의 연봉은 약 1억8천만원이다. 연봉 외에 생활비까지 지원해준다. 안현수의 개인 코칭 스텝도 따로 있다. 한국에서 같이 훈련하는 스텝들을 모두 러시아로 스카웃했다. 안현수를 위해 쇼트트랙과 전혀 관계가 없는 여자친구를 국가대표 코칭 스텝 자격으로 불러들였다. 원어민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안현수에게 러시아어 개인교사까지 붙여 주었다.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안현수 선수에게 손가락으로 욕을 한 네덜란드 선수에 대해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직접 국제빙상연맹에 요청해서 실격시켰다는 미확인 소문도 있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안현수에 대한 러시아의 대우가 각별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안현수는 은퇴 후에도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 은퇴 후 그에게는 모스크바대학 교수와 지도자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빙상연맹이 안현수에게 이런 대우를 해준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이 빙상연맹이 안현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이런 조건이라면 나라도 선수생명을 끊으려는 조국을 버리고 러시아행을 택하겠다.
치졸한 밥그릇 싸움과 파벌 싸움으로 인해 전도 유망한 선수의 생명을 끝장내는 것 쯤 우습게 아는 빙상연맹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빙상연맹의 알량한 자존심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오죽하면 빙신연맹이라는 오명을 얻었을까! 결국 대한민국이 빙상연맹이 안현수를 버린 것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러시아 국적을 택한 안현수에 대해 대한민국은 빙상연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러시아에 동메달을 안겨준 한국인 안현수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나는 여전히 한국인으로서의 그가 자랑스럽다. 안현수를 응원한다.
2014.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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