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충주 성심학교 수녀님의 부활절 선물

林 山 2014. 4. 18. 12:01



충주 성심학교 수녀님이 부활절을 맞아 선물을 보내왔다. 성심학교나 수녀님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이런 선물을 받으니 왠지 좀 쑥스럽다. 크리스천이 아니기에 기독교 기념일은 크리스마스 데이(Cristmas Day) 밖에 모르는지라 이런 선물을 받을 때마다 '아, 부활절이구나' 하고 알게 된다. 언제나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주시는 수녀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부활절(復活節, Easter)은 춘분(春分) 뒤의 첫 만월 다음에 오는 일요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지 3일째 되는 날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기독교 기념일 가운데 매주 부활을 기념하는 날인 주일(主日, dies Dominica)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2014년 춘분은 3월 21일, 춘분 뒤 첫 만월은 4월 14일 월요일이다. 따라서 2014년 부활절은 4월 20일 일요일이 되겠다. 부활절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해마다 바뀌는 것은 춘분의 영향 때문이다. 


부활절의 영어명 '이스터(Easter)'는 고대 튜튼족이 4월에 희생제물을 바쳤던 '낮과 봄의 떠오르는 빛의 여신' '에아스트레(Eastre)'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지중해의 봄의 여신축제였던 춘분축제를 기독교인들이 받아들여 변형시킨 것이 부활절이다. 8세기 앵글로색슨족의 사제인 가경자(可敬者) 비드(Saint Bede the Venerable)는 '이스터(Easter)'가 앵글로색슨족이 숭배하는 봄의 여신 '에오스트레(Eostre)'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했다.


3세기경 기독교인들은 오늘날의 ‘파스카(Pascha, 逾越節)’에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했다고 한다. 그런데 325년 로마 카톨릭 교회는 그리스 동방 정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니케아 공회에서 '파스카'를 춘분축제에 맞춰 오늘날의 부활절 축일로 정했다.  


부활절 기간에 행하는 풍습들도 이방종교에서 시작된 것이 많다. 부활절 달걀은 이집트와 중근동의 춘분축제 때 달걀을 나누어 먹은 데서 유래한다. 달걀은 생명이 싹트는 봄의 생명 부활과 다산을 상징한다고 여겨졌다. 여신 아스타르테(Astarte-Easter)는 하늘에서 유프라데스강으로 떨어진 거대한 달걀을 깨고 나왔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과 그리스인들은 종교의식에서 알을 사용했으며, 종교적 목적을 위해 알의 형상을 만들어 사원에 바치기도 했다. 


영국의 고대 드루이드교도(Druids)들은 신성한 상징으로 달걀을 지니고 다녔으며, 로마의 풍작의 여신 케레스(Ceres) 행렬에서는 달걀이 맨앞에 갔다. 아테네에서는 박카스 제전이나 디오니소스 제전 때 달걀을 바치는 의식이 거행되었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황금색을 띤 창조의 알을 숭배했다.  


고대인들에게 달걀은 어떤 의미였을까? 고대인들이 거룩한 달걀을 나타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헬리오폴리스(Heliopolis)의 달걀, 다른 하나는 티폰(Typhon)의 달걀이다. 이집트인들에게 황금달걀은 태양을 상징하는 것이었으며, 이들은 염색한 달걀을 신성한 제물로 사용하였다.


기독교인들은 사순절(四旬節, Lent) 동안 달걀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붉게 물들인 달걀을 부활절에 상위에 올려 놓았다. 부활절의 불은 산꼭대기에서 마찰로 일으킨 새 불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겨울에 대한 봄의 승리를 의미하는 이런 관습들은 봄이 다시 오는 것을 경축하는 이방종교의 풍습에서 온 것들이다.


부활절 토끼는 춘분에 즈음하여 생명의 새로운 탄생과 갱생의 상징이었다. 토끼는 게르만의 여신 오스타라(Ostara, 중세 영국의 Eostre)를 상징한다. 고대 이집트의 전설에서 토끼는 달과 관련되어 있다. 이집트인들에게 있어 토끼는 다산과 새로운 삶의 상징이었다. 토끼의 이러한 상징성은 부활절 달걀과 연관되기에 이르렀다. 부활절 달걀과 토끼는 둘 다 성(性)과 다산을 상징하게 되었던 것이다.


부활절 기간에 기독교인들은 해가 막 떠오르는 부활절 일요일 아침에 지저스 크라이스트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통 일출 예배에 많이 참석한다. 그러나 복음서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부활은 해가 뜰 때 일어나지 않았다. 막달라 마리아가 무덤이 비어있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아직도 어두웠을 때였다. 


기독교인들의 일출 예배는 고대인들의 태양 숭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스겔 시대의 유대교도들조차도 태양을 숭배했다. 엘리야 시대의 태양신이자 번개와 천둥, 불의 신 바알 선지자들이 바라보았던 곳도 동쪽이었다. 이들은 태양이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를 때 바알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도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로마의 미트라 교도들도 동이 틀 때 함께 만나 태양신을 숭배했다. 


'이스터(Easter)'의 기원인 '봄의 여신(East-er, 동쪽-자)'이란 말 자체가 동쪽(east)에서 솟아오르는 태양과 관련되어 있으며, 봄이라는 계절과도 관련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스터(Easter)에는 태양, 봄, 동쪽, 생명의 탄생, 생명의 부활, 다산 등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음서에서 주장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부활을 나는 믿지 않는다. 우주의 법칙은 지저스 크라이스트일지라도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부활설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는 당시의 썩은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 한 온건파 혁명가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는 민중을 위해 유대 기득권층과 로마 지배자들에 저항하다가 희생됨으로써 인류의 가슴속에서 거룩한 존재로 다시 살아난 분이다. 


오늘날 기독교인들 가운데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진정한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남미의 해방신학자들이야말로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참제자가 아닐까? 그런 참제자 중 한 분인 프란치스코 추기경이 교황으로 등극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들의 축일인 부활절을 앞두고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빈다.  


2014.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