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필례령, 오색 삼거리
설악산 용소폭포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한계령을 넘지 않고 필례령을 넘어가기로 했다. 필례령은 한계령이 생기기 전 양양과 인제를 잇는 지름길이었다. 필례령을 넘어가는 도로인 필례로는 44번 국도가 막힐 때 우회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필례령은 대동여지도에 필노령(弼奴嶺)이라 표기되어 있으며, 필여령(弼如嶺)이라고도 하였다. '례'를 이두문화하는 과정에서 '노(奴)' 또는 '여(如)'로 표기된 것으로 보인다. '여(如)'는 '노(奴)'의 오기(誤記)인 듯하다.
필례령을 넘으면 필례계곡으로 이어진다. 필례계곡은 1003.8m봉-망대암산-점봉산-작은점봉산-곰배령-가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1003.8m봉-가리봉-주걱봉-삼형제봉으로 이어지는 가리능선 사이의 깊은 골짜기다. 이 계곡에는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다가 잠시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필례계곡은 영화 '태백산맥'의 쵤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필례계곡을 흐르는 가리산천에는 가을 물빛이 어려 있었다. 가리능선과 점봉산에도 가을빛이 감돌고 있었다.
필례약수
피례약수를 시음하는 필자
필례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귀둔리 필례약수터에 들렀다. 약수터는 의외로 한산했다. 플라스틱 바가지로 약수를 떠서 한 모금 마셔 보았다. 탄산수에 철분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약간 쏘는 듯 하면서도 비릿한 맛이 났다. 약수가 솟아나는 샘터 바닥은 산화된 철분으로 인해 온통 벌건 색으로 변해 있었다.
약수 이름을 필례라고 부르게 된 것은 이곳이 베짜는 여인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필녀(匹女)'가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필례약수는 인근의 오색약수나 방동약수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으나 피부병과 위장병, 숙취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약수터 바로 위에 있는 심마니의 집에서는 각종 약재와 함께 송이버섯을 판매하고 있었다. 송이버섯 1kg을 17만원에 샀다. 좀 비싼 듯도 했지만 송이버섯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관광지에서는 바가지를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
송이버섯 본연의 맛과 향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기름소금에 찍어 먹어야 한다. 살짝 구운 한우 차돌박이나 치맛살, 부채살에 얇게 썬 송이버섯을 얹으면 최고의 풍미를 맛볼 수 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잡버섯과 함께 송이버섯을 조금만 넣어도 그 향이 진동을 한다.
필례약수터를 떠나면서 기념으로 페트병에 약수를 담아 왔다.
2014.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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