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1일(토) 열린 산척중학교 동문체육대회에 초대를 받아 졸업생 제자들로부터 감사패와 사은품을 받았다. 25년이라는세월이 흐른 뒤에 제자들 앞에 서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편, 마음 속으로는 '내가 과연 이 자리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선생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수없이 들었다.
2013년 동문체육대회 때도 15회 졸업생들의 초대를 받았었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 노릇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아니 참석할 수 없었다. 올해도 몇 번이나 사양을 했지만 동문체육대회추진위원장을 맡은 제자의 간청에 못 이겨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6년도 산척중학교에 부임한 나는 3년째 되던 해인 1988년 3학년 3반 담임을 맡은데 이어 1989년에는 3학년 1반 담임을 맡았었다. 당시 나는 학생들을 많이 때리는 선생으로 유명했다. 아이들이 가난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나는 공부에 게으른 학생들을 매로 다스리곤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참 형편없는 선생이었다.
1989년도 후반 나는 전교조에 가입하여 교육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독재정권에 의해 강제 해직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요즈음 나는 매를 드는 선생은 실패한 선생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만약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선생 노릇을 전보다 좀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리.
이런 자리에 서는 것도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해직 10여 년만인 1998년 정부의 특별임용조치로 단양중학교에 1년간 복직했다가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교단을 떠났기 때문이다. 영원히.....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을 초대해 준 산척중학교 제16회 동창회 김윤식 회장과 윤이규 동문체육대회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졸업생 제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제자들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과 영광이 있기를.....
201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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