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식당 주인의 실수로 덜받은 식대

林 山 2014. 10. 13. 15:23

50대 초반의 여성이 어깨와 등이 결리고 아프다면서 내원했다. 사진(四診)을 통한 변증(辨證)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내게 불쑥 물어왔다.  


그녀 : 저 모르시겠어요?

나 : 글쎄요.

그녀 : 전에 우리 식당에 다녀가셨잖아요.

나 : 식당 이름이?

그녀 : ooo이요.

나 : 아, 기억납니다. 점심 시간에 가서 쌈밥을 먹었지요.

그녀 : 그때 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 : 고맙긴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누구나 다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그녀 : 그런 분은 지금까지 원장님 밖에 못 봤네요. 

나 : 세상 인심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요? 

그녀 : 정말이에요. 전화를 받고 원장님 마음씀씀이가 참 고맙더군요. 언제 제 집에 오세요. 대접 한 번 하고 싶네요. 

나 : 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씀만 들어도 대접받은 거나 진배없습니다.  


2014년 봄이었을 거다. 점심 시간에 지인과 함께 우연히 알게 된 ooo 식당에 가서 쌈밥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신용카드로 계산을 한 뒤 별생각 없이 한의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사무실로 들어와 영수증을 확인하니 원래의 식대에서 0이 하나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식대가 터무니없이 적게 나와 있었다. 내가 식대 차액을 갖다 주지 않으면 식당 주인은 헛장사를 한 셈이었다.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속이 상해 있을 식당 주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는 영수증에 나와 있는 식당의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를 했다. 안주인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식대 차액을 바로 보내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일렀다. 안주인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빚이 있으면 나는 잠을 제대로 못자는 성격이라 인편으로 식대 차액을 보내 주었다. 


이러구러 세월은 흘러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오늘 식당 안주인이 내원하지 않았더라면 이 일화는 어쩌면 망각의 늪 속으로 영영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잊혀진 기억 하나를 되찾은 하루다. 


2014.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