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산티아고로 가는 길 순례자의 손톱깎이 선물

林 山 2014. 12. 9. 22:36

손톱깎이 선물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순례자로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당의 사진이 들어있는 손톱깎이를 선물로 받았다. 순례자는 스페인 남부 세비야에서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150km에 이르는 '야곱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장장 84일간에 걸친 여정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로 가는 길(El Camino de Santiago, 까미노 데 산티아고)'로 잘 알려져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은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야곱(Saint Jacob)의 무덤이 있다. 이 대성당에 이르는 길은 중세부터 수도자들이 걷던 순례자의 길이었다. 


산티아고(Santiago)는 세인트 야곱(Saint Jacob), 쌩 자크(Saint Jaque), 산디에고(Sandiego), 쌩 장(St. James, Saint Jean)와 모두 같은 이름이다. 세인트 야곱=세인트 제이콥=쌩 자크=산디에고=산티아고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세인트 제이콥이 쌩 제임스=쌩 장으로 된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마도 히브리어를 그리스어로 번역하고, 그리스어를 로마식으로 발음하고 하는 과정에서 음운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60대 중반의 특전사 의무하사관 출신인 순례자는 요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좌골신경통으로 자주 내원해서 한약과 침구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 순례를 다녀온다면서 침 몇 쌈을 얻어 갔다. 만약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석달 전쯤이었을 거다. 갑자기 그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한동안 그를 잊고 지냈다.  

 

그런데, 바로 어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던 그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순례자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한없이 평화로왔다. 그는 내가 준 침 몇 쌈이 큰 도움이 되었다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손톱깎이를 내밀었다.  

 

영혼을 살찌우는 것에는 여행보다 좋은 것이 없다. 순례자는 길을 걸으면서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대면했을 것이다. 자신과의 대화를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고, 영성이 한층 고양되었을 것이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순례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순례자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2014.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