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처가에 상사(喪事)가 있어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상(問喪)을 다녀왔다. 고인은 한국전쟁 당시 혈혈단신으로 월남하여 가정을 이루고 슬하에 1남4녀를 두었다. 사회생활도 성공적으로 했고, 슬하의 1남4녀도 반듯하게 자라 모두 시집 장가 가서 잘 살고 있다.
고인은 생전에 건강관리도 잘 하셨는데, 특히 내가 만든 경옥고(瓊玉膏)를 많이 드셨다. 경옥고를 많이 드신 때문일까! 잔병치레도 별로 하지 않고 이승의 연세 90을 넘겼으니 호상(好喪)이라고 할 수 있다. 장례는 시신을 화장(火葬)해서 이북5도민을 위해 파주에 조성한 경모공원에 유해(遺骸)를 모신다고 한다.
연탄불에 굽는 생삼겹살
조문(弔問)을 마치고 성북구 월곡동 두산위브더제니스 근처 연탄집에 들렀다. 실내 포장마차 컨셉의 주점이었다. 두텁게 썬 생삼겹살을 연탄불에 구워 멸치젓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제주도에 갔을 때 흑돼지 삼겹살을 구워 멸치젓에 찍어 먹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연탄집에서 그 맛을 볼 줄이야!
초장에 찍어 먹는 쇠고기 육회도 일품이었다. 요즘은 소주를 잘 안 마시는지라 청하를 한 병 주문했다. 안동소주는 그런대로 괜찮던데 희석식 화학소주는 영 못 마시겠다. 청하와 육회 안주가 아주 잘 어울렸다. 이 집의 시원한 콩나물국도 참 좋았다. 실로 오래간만에 서울에 올라와서 한 잔 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두산위브더제니스 14층에서 하루 유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동덕여대 캠퍼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전망이 참 좋았다. 아파트는 역시 층수가 높아야 전망도 좋고 덜 답답한 것 같다.
서울에서 돌아오는 길에 안양에 들러 중풍으로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어 벌써 몇 년째 투병중인 처 이모님을 문병했다. 실로 4년만의 문병이었다.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다 보면 사람이 그리운 법일까! 처 이모님의 얼굴에 한가득 반가움이 묻어났다.
충주에 도착하니 저녁 때가 다 되었다. 탄금대 입구 '풀향기궁중칼국수'에서 해물칼국수와 손만두로 저녁을 먹었다. 바지락과 새우, 미더덕을 푸짐하게 들어간 육수가 아주 구수하고 시원했다. 해물칼국수에 김치만두 사리를 넣고 끓였더니 훨씬 더 맛있었다. 풀향기 주인이 고맙게도 덤으로 만두 세 개를 더 주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배가 불렀는데도 냄비 바닥을 박박 긁었다.
충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손님들을 배웅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앞으로 좀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가기 전에 그리운 사람들을 한번이라도 더 찾아봐야겠다.
2014.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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