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곰삭은 게국지 맛에 빠지다

林 山 2014. 12. 11. 17:35

총남 태안군 안면도에 갔을 때 게국지를 먹고 실망한 적이 있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으나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었다. 그래서 게국지 타령을 했더니 충남 아산에 사는 지인이 스티로폼으로 포장한 게국지 한 상자를 보내왔다.


최구현 의병장 증장손녀가 보내온 게국지


게국지를 보내준 이는 소난지도 대일의병항전의 영웅 유곡 최구현 선생의 증장손녀였다. 유곡 최구현 의병장 유족장학회에 장학금을 보내준 것을 계기로 유곡 선생의 증장손녀와 인연이 되었다. 게국지를 보내 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국지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방식에 따라 유곡 선생의 장손자며느리가 담갔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곡 선생 증장손녀의 어머니 되시겠다. 문자 메시지로 레시피도 보내왔다. 레시피에는 냄비에 게국지와 쌀뜨물, 멸치를 좀 넣고 끓이라고 했다. 신맛이 너무 강하면 설탕을 조금 추가하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대했던 게국지탕이 식탁에 올라와 있었다. 맛을 보니 간이 엄청 짜게 되었다. 하지만 입맛을 당기게 하는 맛이었다. 물을 더 붓고 끓이니 간은 맞았지만 뭔가 2% 부족한 맛이었다.


점심 때 아파트 근처 팡팡마트에 들러서 굴과 바지락, 미더덕을 각각 한 봉지씩 6천9백원 주고 샀다. 꽃게도 사려고 했으나 중국산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싱싱해 보이지가 않아서 구입을 포기했다.


마트에서 구입한 굴과, 바지락, 미더덕


주방에서 게국지국을 가스 레인지에 올려 놓고 불을 붙였다. 굴과 바지락, 미더덕을 물에 씻어서 게국지국에 넣고 끓였다. 한참을 팔팔 끓인 게국지국을 밥과 함께 먹었다. 아침에 먹었던 게국지국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안면도에서 먹었던 게국지국보다도 나았다. 다른 반찬은 필요도 없었다. 어제 마신 술로 지친 속도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 같았다.


중국산 꽃게와 인도네시아산 새우


게국지에 꽃게와 새우를 넣으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팡팡마트에서 중국산 꽃게와 인도네시아산 새우를 각각 한 봉지씩 11,400원에 구입했다. 국내산은 없었다. 꽃게는 벌써부터 중국산이 수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인도네시아에서 새우가 들어온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이튿날 아침 식탁에 꽃게와 새우를 넣고 심심하게 끓인 게국지국이 올라왔다. 게국지국에 보리밥을 말았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구수하고 시원하면서도 곰삭은 게국지의 진미가 입안 가득히 퍼졌다. 바로 내가 찾던 그 맛이었다. 어제 마신 술로 인해 거북하던 속까지 확 풀어 주었다.


게국지국


게국지국을 끓이는 방법을 이제 확실히 알았다. 게국지국은 꽃게, 새우, 굴, 바지락, 미더덕 등을 넣고 김치가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끓여야 한다. 간은 심심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게국지국에는 쌀밥보다 보리밥이 궁합이 더 잘 맞는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구수하면서도 시원하고, 신맛이 나면서도 얼큰하고, 심심하면서도 곰삭은 맛이 나는 게국지국은 으뜸 해장국이자 밥도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국지를 보내준 유곡 선생 장손자며느리와 증장손녀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4.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