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기백자원방래 불역열호(棋栢自遠方來 不亦悅乎)!

林 山 2014. 12. 12. 10:35

과메기 차림상


오랜만에 목각을 하는 후배 기백(棋栢)이 찾아와 가도횟집에서 과메기 안주에 청하 곡차례를 가졌다. 기백은 아침편지 문화재단(대표 고도원)이 충주시 노은면 문성리에 설립한 아침편지 명상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다. 뭐가 마땅찮았는지 명상센터를 그만둔 그는 틈틈이 목각을 하는 한편 수안보면 중산리에 마련한 텃밭을 일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다가 한동안 소식이 끊어졌다. 


기백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석달 전부터 대원고속과 경기고속의 버스 기사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은 예비기사로 동서울, 의정부, 용인, 이천, 장호원, 수안보, 문경, 상주 등의 노선을 운행한다고 했다. 기백이 버스를 운행하다니!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는 조직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하면서 안전하게 운행만 잘하면 되는 버스 기사가 차라리 낫다고 했다.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아직은 예비기사지만 회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곧 정기사로 발령을 받는다고도 했다. 


그는 또 한 가지 큰아들이 대학입학 수시고사에서 교원대학교 생물교육학과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공주대학교 사범대학에도 합격했고, 충북대와 경북대 사범대학에도 원서를 넣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전 학생이 수업료가 면제되고 기숙사까지 제공되는 교원대학교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지방의 국립 사범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전 학생이 수업료가 면제되고 우선 발령을 내주는 특전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수교원 확보와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명분으로 우선 발령제도가 폐지되고 교원임용고시제 실시되면서 지방의 국립 사범대는 소위 망했다.


기백의 본관을 물으니 창원 황씨라고 했다. 현존하는 유명한 창원 황씨에 누가 있느냐고 물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있다고 했다.  


기백은 고등학교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교육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러나 담임 교사가 '교육대학에는 뭐하러 가느냐!'면서 청주에 있는 국립대학 입학을 강권했다. 결국 그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의 담임 교사는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기백은 그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교육대학 여학생과 연애를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여교사가 된 지금의 부인과 결혼했다. 결혼을 통해서라도 그는 그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했으나 적성에 맞는 일터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버스 기사 일자리를 찾았다. 버스 기사가 비록 3D 업종이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기 아들이 교원대학교에 진학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게 되었다면서 좋아했다. 나는 그와 그의 아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었다. 


반가운 만남이면 음식도 맛있고 술맛도 좋다. 밤이 이슥해서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기백자원방래 불역열호(棋栢自遠方來 不亦悅乎)!


2014.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