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귀에서 소리가 안 나요!

林 山 2015. 9. 10. 15:09

침(針) 시술을 하다 보면 그 효과가 너무나도 신속하게 나타나서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어 몇 자 적어 본다.


70대 할머니가 양쪽 귀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나서 불편하다고 내원했다.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잠도 쉽게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은 귀울이, 상병명으로는 이명(耳鳴, H93.1)이라고 한다. 


치료실 베드에 할머니를 편안한 자세로 눕게 한 다음 경맥(經脈)이 귀에까지 통하는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과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의 경혈(經穴)을 선택해서 침을 놓았다. 혈자리 선택은 원위취혈(遠位取穴)과 근위취혈(近位取穴)을 병용했다. 침법은 평보평사(平補平瀉), 유침 시간은 20분으로 했다. 침을 다 놓고 만성 요통(慢性腰痛) 환자의 치료를 위해 바로 옆 베드로 자리를 옮겼다.


요통 환자에게 사암침법(舍岩鍼法) 중 방광정격(膀胱正格)을 시술하고 있을 때였다. 방금 전에 침 시술을 했던 이명 환자 할머니가 '원장님!' 하고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 : 원장님!

나 : 왜 그러세요?

할머니 : 귀에서 소리가 안 나요.

나 : 정말이에요?

할머니 : 정말이라우.

나 : 진짜에요?

할머니 : 진짜라우.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할머니의 말을 거듭 확인하고 나서도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요통 환자의 침 시술이 끝나자마자 나는 할머니의 베드로 달려가서 커튼을 열어제쳤다. 할머니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나 : 정말 소리가 그쳤다구요?

할머니 : 그렇다니까. 


할머니는 도리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이명증이 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침의 효과가 이토록 빠르게 나타나다니 나 자신도 신기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에 체해서 내원한 환자들은 침으로 즉효를 본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명 치료에서 할머니의 경우처럼 즉효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일 침, 이 구, 삼 약(一針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다. 침의 치료 효과가 가장 빠르고, 침 다음이 뜸, 뜸 다음이 한약(韓藥)이라는 뜻이다. 오늘 바로 그 '일 침'을 증험(證驗)한 것이다. 


이명(Tinnitus)은 귀와 관련된 질환에 동반되는 하나의 증상이다. 따라서 이명 자체는 병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명은 청각 기관 자체에서 생기는 청각성 이명과 귀 주위의 혈관이나 근육에서 생겨 청각 기관를 통해 느껴지는 비청각성 이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명의 대부분은 청각성 이명으로 85%를 차지한다. 이명은 '청각 기관 손상->비정상적 신호 발생->중추신경계에서 이명 감지'의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청각성 이명의 원인에는 나이에 따른 노화(노인성 난청), 오랜 시간 소음에 노출됨에 따른 손상(소음성 난청), 원인 미상의 감각신경성 난청, 메니에르 병, 만성 중이염, 약물로 인한 청각 손상, 뇌신경종양 등이 있다. 비청각성 이명의 원인으로는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의 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 근육의 경련, 외이도의 막힘, 턱관절이나 목뼈의 이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명의 원인은 아직 다 밝혀지지도 않았다.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이명은 난치 증상에 속한다. 오늘처럼 이명이 극적으로 치료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온갖 치료 수단을 동원해도 이명이 치료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오늘 할머니의 이명은 정말 다이내믹하게 치료되었다. 나의 의술로 할머니의 이명처럼 신속하게 낫거나 좋아지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또, 한의사의 길을 걸어가는 보람도 느낀다.                 


2015.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