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3%가 B형 간염(肝炎) 바이러스 보유자(남자 3.4%, 여자 2.6%, 2011년 기준)라고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서는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간 질환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간세포의 섬유화이다. 간세포의 섬유화가 일어나면 간경변증(肝硬變症, liver cirrhosis, 간경화증, 간섬유증)이 된다. 간경변증은 종종 간암(肝癌, liver cancer)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간염->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으려면 간세포의 섬유화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B형 만성간염(Chronic Hepatitis, 慢性肝炎) 환자의 간경변으로의 이행률은 5년 9%, 10년 23%, 15년 36%, 20년 48%이다. 만성간염 환자의 간암 이행률은 5년 2.7%, 10년 11%, 15년 35%이고, 간경변증 환자의 간암 이행률은 5년 13%, 10년 27%, 15년 42%이다. 만성간염 환자의 생존율은 5년 97%, 10년 10%, 15년 72%, 20년 70%이고, 간경변증 환자의 생존률은 5년 68%, 10년 57%, 15년 43%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C형 만성간염 환자가 간경변에 이르면 10년 이내에 70∼80%에서 간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 질환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간암이다. 간암의 원인은 B형, C형 바이러스 간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하고, 간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IFN(인터페론. 바이러스 억제 인자), 항바이러스제 등에 의한 간 질환 치료가 시도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결정적인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간 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은 전국민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FN,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간 질환에 대해 이전부터 한의학 처방인 소시호탕(小柴胡湯)의 임상 응용으로 그 유용성이 인정되어 왔다. 만성 간 질환의 장기적인 경과를 고려할 때 각 병태에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는 한의학 처방인 인진호탕(茵蔯蒿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인진청간탕(茵蔯淸肝湯), 생간건비탕(生肝健脾湯), 생간보심탕(生肝補心湯) 등의 임상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간 질환에 널리 사용되어 온 한약은 소시호탕이다. 간 질환자에게 소시호탕을 투여하면 간세포효소(transaminase, AST/ALT)와 간세포의 섬유화가 억제된다는 보고는 이미 많이 나왔다. 간세포의 섬유화가 억제되는 기전은 소시호탕이 Ⅲ형 procollagen(프로콜라겐) mRNA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소시호탕은 또 간세포효소(transaminase)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비A, 비B형 간염의 간암 발현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시호탕이 만성간염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만성간염 환자의 간 기능을 좋게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외 간성세포(肝星細胞)의 활성화 억제, 망내계(網内系) 기능 개선, 간암세포의 세포자살(apoptosis) 유도작용 등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소시호탕의 부작용으로 간질성 폐렴이 발생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이후 B형과 C형 간염 치료에 양약 항바이러스제(IFN)가 널리 쓰이면서 소시호탕의 사용은 점차 감소하였다.
소시호탕의 부작용이 나타난 이후 새롭게 주목받은 한약 처방이 인진호탕이다. 연구 결과 인진호탕은 담즙분비 촉진작용으로 폐색성 황달(閉塞性黃疸)과 황달을 동반한 질환에서 황달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진호탕의 투여로 간세포효소(transaminase)가 개선되는 예가 많이 있기 때문에 담즙울체(膽汁鬱滯)가 있는 만성간염과 간경화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 소시호탕과 마찬가지로 인진호탕도 Ⅲ형 procollagen mRNA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간세포의 섬유화를 억제한다.
인진호탕은 산치자(山梔子), 인진호(茵蔯蒿), 대황(大黄)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다. 산치자에는 제니포사이드(geniposide)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이것은 장내 세균에서 당쇄(糖鎖)가 제거되어 제니핀(genipin)이라는 물질이 된다. 이 물질은 상당히 강한 간 섬유화 억제작용이 있다. 또한 이것은 간세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간성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양약과 병용하여 간 질환을 치료함에 있어서도 한약은 치료약 또는 그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알라닌 분해효소 수치(ALT)를 80IU/L 미만으로 억제할 목적으로 십전대보탕을 투여했을 때 약 42%에서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간경화증에서 간암이 발생하여 외과적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네오미노파겐(Neominophagen) C(SNMC), 우루소데옥시콜린산(Ursodeoxycholic acid, UDCA)와 함께 십전대보탕을 병용 투여했을 때 상당수의 증례에서 ALT가 억제되어 2차 발암을 억제할 수 있음도 밝혀졌다.
최근 일본에서는 C형 간염 치료에 IFNα-2b와 리바비린(Ribavirin, Rib) 병용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 그런데, 리바비린(Rib)의 부작용으로 빈혈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때 보제(補劑)인 십전대보탕을 병용하면 Rib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빈혈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네오미노파겐C(SNMC)와 우루소데옥시콜린산(UDCA)의 병용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C형 만성 간 질환에 십전대보탕을 추가하여 세 가지 약을 병용투여하면 알라닌 분해효소 수치(ALT)가 유의하게 개선되는 증례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간경화에 소시호탕이 금기시되면서 일본에서는 그 대안으로 십전대보탕을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십전대보탕은 난치성 C형 간경화에서 41.7%, 난치성 C형 만성간염에서 33.3%의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 십전대보탕을 단독으로 사용한 경우가 적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몇 증례에서는 간세포효소(transaminase)가 정상으로 회복된 예도 있고, 간경화 환자가 십 수 년 동안 발암하지 않은 예도 있다.
십전대보탕에는 면역활성 증강작용, 항종양작용 등이 있다. 또, 조혈간세포(造血幹細胞) 증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십전대보탕은 각종 암 수술 후 생기는 빈혈이나 각종 암 수술 후 항암제에 의한 수술 후 요법을 할 때 나타나는 빈혈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다.
간 질환으로 인한 간 절제 후 장관연동마비는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간경화를 동반한 상당수의 경우에 문맥압 항진과 저단백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간 절제 후 장관연동마비가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장관 내 세균수가 증가함과 동시에 이전의 정상 세균총(normal flora)이 바뀌어 버린다. 그 결과 세균전이(bacterial translocation, BT)가 생기고, 그람 음성 간균이나 내독소(endotoxin)가 증가하여 간 장애 유발 요인이 된다. 따라서 간 절제 후 장관연동의 조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절제 후 장관연동마비에 대한 조기치료 한약으로 대건중탕(大建中湯)의 유효성이 보고되고 있다.
간 절제 후 장관연동마비로 유발된 고암모니아혈증, 또는 세균전이(BT)에 의한 간 장애를 줄이기 위해서 통상적으로 양약 락툴로스(Lactulose)를 투여한다. 하지만, 락툴로스는 빈번하게 설사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때 한약 대건중탕을 투여하면 장관연동을 촉진시켜 내독소(endotoxin)나 암모니아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대건중탕은 간경화의 만성적 간부전 상태를 증강시키는 인자를 억제함으로써 간경화로 인한 간암 절제 후 고암모니아혈증을 개선시킨다.
일본에서는 간염과 간경화 등 간 질환에 한약 소시호탕, 인진호탕, 십전대보탕, 대건중탕 등을 사용하는 증례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 질환을 치료함에 있어 한약 소시호탕, 인진호탕, 십전대보탕, 대건중탕 뿐만 아니라 인진오령산(茵陳五笭散), 인진청간탕, 생간보심탕, 생간건비탕 등을 사용하여 유의성 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필자는 특히 양약 항바이러스제에 반응하지 않는 간 질환에 생간건비탕을 사용하여 좋은 효과를 본 증례가 많이 있다. 따라서, 간 질환자들의 만성간염으로 인한 황달, 간경변증을 치료하고, 간 섬유화를 억제하기 위해 인진호탕, 인진오령산, 생간건비탕 등의 한약 처방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6. 1. 22.
'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민영화의 탈을 쓴 의료사유화 (0) | 2016.02.23 |
---|---|
동상(冬傷, Frostbite) 환자 치료기 (0) | 2016.02.01 |
일 침, 이 구, 삼 약(一針二灸三藥)에 대하여 (0) | 2015.09.11 |
귀에서 소리가 안 나요! (0) | 2015.09.10 |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2015년판 메르스 진료지침 발표 (0) | 2015.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