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침, 이 구, 삼 약(一針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다. '일 구, 이 침, 삼 약(一灸二針三藥)'이라는 말도 있다. '일'은 '맨 처음', '가장 효과가 빠른', '가장 효과가 좋은' 등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일 침, 이 구, 삼 약'은 긴급을 요하는 응급환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응급환자에게는 '침(針)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뜸(灸)과 한약(韓藥)을 쓰라'는 것이다. 침과 뜸, 한약 중 긴급을 요하는 환자에게 한의사(韓醫師)가 가장 먼저 쓸 수 있는 치료 수단은 단연코 침이다. 침은 혈자리를 잡고 바로 찌르면 된다. 뜸은 불을 붙인 다음 혈자리에 올려 놓아야 하니 침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한약은 최소한 30분 이상을 달여야 하므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치료 수단이다.
한의원(韓醫院)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일 침, 이 구, 삼 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내가 만난 일반인들은 하나같이 이 말을 '침의 치료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나고, 그 다음이 뜸과 한약 순으로 나타난다'는 뜻으로 알고 있었다. 일반인들의 생각도 틀린 것이 아니다. 침과 뜸, 한약 중 침의 치료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은 나의 오랜 임상경험도 이를 증험(證驗)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 구, 이 침, 삼 약'은 무슨 의미일까? 이 말은 침과 한약이 치료 효과가 없을 때는 뜸으로 치료하라는 뜻이다. 뜸의 재료인 쑥(艾葉) 자체가 산한지통(散寒止痛), 온경지혈(溫經止血)의 효능이 있어 소복냉통(少腹冷痛), 경한부조(經寒不調), 궁냉불잉(宮冷不孕), 토혈(吐血), 코피, 붕루경다(崩漏經多), 임신하혈(姙娠下血), 피부소양(皮膚瘙痒), 허한성출혈증(虛寒性出血症) 등을 치료한다. 쑥 뜸은 온기(溫氣)로 경락을 따뜻하게 하여 기혈(氣血)을 원활하게 소통시킨다. 또한 쑥 뜸은 양기(陽氣)를 보하고,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효능도 있다. 따라서 침과 한약의 치료 효과가 없을 때는 마땅히 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한의사들은 각각의 장점을 살려 침과 뜸을 병용하고 있다.
'일 구, 이 침, 삼 약'을 질병의 치료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한 순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의학(韓醫學) 역사에 있어서 가장 오래된 약용 식물 중 하나가 바로 쑥이다. 단군신화(檀君神話)에도 쑥은 마늘과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뜸이 먼저냐, 침이 먼저냐, 한약이 먼저냐?' 하는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일 침, 이 구, 삼 약'이라는 말도, '일 구, 이 침, 삼 약'이라는 말도 각자 그릇에 따라 풀이해서 담을 만큼 담으면 될 일이다.
201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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