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이다. 견과류와 과일, 채소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다음 늘 하던 대로 화장실로 갔다. 알몸 상태로 느긋하게 치솔로 이를 닦으면서 용변을 보았다.
이를 반쯤 닦았을까? 아차 하는 순간 치솔을 그만 변기에 빠뜨리고 말았다. 변기에는 누런 똥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똥덩어리의 일부는 풀어져서 변기의 물은 황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낭패였다.
나는 새 치솔을 가져와 이를 닦으려고 생각했다. 순간 무엇인가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이 있었다. 저 똥덩어리는 내 몸속에서 나온 것이다! 저 똥이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라면 나도 냄새나고 더러운 놈이다!
나는 태연히 변기 속을 손으로 뒤져 똥덩어리 사이에서 치솔을 꺼내 욕조의 수도꼭지를 틀고 흐르는 물로 씻었다. 그런 다음 그 치솔로 양치질을 계속했다. 내 마음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의 뜻을 조금이나마 깨달은 아침이었다.
2015.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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