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旌善郡) 화암면(畵岩面) 몰운리(沒雲里)의 화암팔경(畵岩八景) 중 제7경인 몰운대(沒雲臺)에서 소금강계곡(小金剛溪谷)를 따라 내려가면 화암팔경 중 제6경인 설암(雪岩)을 만난다. 화암팔경은 몰운리에서 화암리(畵岩里)까지 10리에 이르는 소금강계곡에 흩어져 있다. 화암팔경은 몰운대, 설암과 함께 화암약수터, 거북바위, 용마소(龍馬昭), 화암동굴, 화표주(華表柱), 신선암(神仙巖) 등 경치가 아름다운 여덟 곳을 말한다.
설암은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널리 알려진 명승이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층암절벽의 기묘하고 장엄한 형상은 금강산을 방불케 한다고 하여 소금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소금강계곡에는 백두대간 금대봉(金臺峰, 1,418m) 부근의 백전리(栢田里) 마당목에 있는 용소(龍沼)에서 발원하는 어천(漁川)의 맑은 물이 흐른다. 주변에는 광대산(廣大山, 1,019m)과 지억산(芝億山, 몰운산, 1,117m), 군의산(君義山, 921.6m) 등이 솟아 있어 소금강계곡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설암
설암
설암 건폭포
화표주를 지나 몰운대에 이르기 전까지 소금강계곡에 펼쳐진 100~150m의 기암절벽과 소나무숲은 장관을 연출한다. 소금강계곡은 특히 겨울철 바위에 눈이 쌓인 설경이 아름다워 설암이라고도 한다. 소금강계곡에는 어천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서 있는 사모관대바위와 족도리바위, 신선 삼형제가 놀았다는 삼형제바위, 독수리 둥지가 있어 독수리가 항상 날고 있다는 평화바위, 조그마한 동굴 속에 있는 돌두꺼비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소금강계곡에는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폭포의 물이 마르는 건폭포(乾瀑布)가 있다. 겨울에는 얼어붙어 빙벽을 이루기도 하지만 폭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벌문재에서 바라본 화암리 계곡
소금강계곡을 떠나 지방도 제421호선(벌문재로)을 따라 벌문재(795m)에 올라섰다. 벌문재는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와 임계면 덕암리 사이에 있는 고개이다. 광대산의 서북능선과 각희산(角戱山,1,083m) 동부능선 사이에 있다.
벌문재를 버실이재, 비슬이재, 벼슬이재라고도 한다. 머리를 뜻하는 '받'이 '볏'과 '벼슬'로 변하고, 발음이 비슷한 한자어인 비슬(琵瑟)을 취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지금도 벌문재, 비슬이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벌문재에 서서 각회산과 광대산 사이의 깊은 계곡을 바라보았다. 눈이 내려 희끗희끗한 첩첩산중에는 인적마저 드물었다. 계곡 저 너머로 보이는 산은 아마도 군의산이리라. 앞을 봐도 산이요, 뒤를 봐도 보이는 것은 오직 산 뿐..... 벌문재에는 갈 길 모르는 나그네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회색으로 흐린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백두대간 삽당령(揷唐嶺)을 넘기 위해 벌문재를 떠나다.
2016.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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