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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삽당령을 넘어서

林 山 2016. 1. 25. 16:23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강릉시(江陵市) 강동면(江東面) 안인진(安仁津)으로 가는 날, 벌문재를 넘어 백두대간 삽당령(揷唐嶺, 721m)에 올라섰다. 내가 홀로 백두대간을 걸어서 순례하던 2001년 6월 25일 백복령(白茯嶺)에서 자병산(紫屛山, 873m)과 생계령(生溪嶺), 석병산(石屛山, 1,055m), 두리봉(1,033m)을 넘어서 삽당령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그런 인연이 있어서인지 삽당령이 새삼 반갑게 다가왔다. 


백두대간은 북쪽의 백두산(白頭山, 2,750m)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동해안을 끼고 금강산(金剛山, 1,638m), 설악산(雪岳山, 1,707.9m), 오대산(五臺山, 1,563.4m), 대관령(大關嶺, 832m), 두타산(頭陀山, 1,352.7m), 태백산(太白山, 1,566.7m)으로 뻗어내리다가 소백산(小白山, 1,440m), 속리산(俗離山, 1,058m), 덕유산(德裕山, 1,614m)을 거쳐 남서쪽의 지리산(智異山, 1,915m)에 이르는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산맥이다. 백두대간은 압록강과 두만강,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자연생태 뿐만 아니라 인문지리을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했다. 백두대간이 삼국시대에는 국경선, 조선시대에는 행정구역을 구분짓는 경계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백두대간은 한민족의 소중한 자연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백두대간 삽당령


삽당령 성황당


백두대간 두리봉과 석두봉(石頭峰, 991m) 사이에 있는 삽당령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旺山面) 남쪽의 송현리(松峴里)와 북쪽의 목계리(木界里)를 잇는 고개로 35번 국도(백두대간로)가 지난다. 35번 국도는 부산광역시 북구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태백시(太白市)와 정선군(旌善郡) 임계면(臨溪面)을 거쳐 강릉시에 이르는 도로이다. 삽당령 남쪽 계곡에는 송현천, 북쪽 계곡에는 도마천이 흐른다. 도마천은 오봉저수지(五峰貯水池)에서 왕산천과 합류한 뒤 남대천(南大川)으로 흘러든다.     


삽당령은 산 정상의 생김새가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삼당령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나 여지도서(輿地圖書),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증수임영지(增修臨瀛誌), 관동읍지(關東邑誌)에는 삽현(鈒峴),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는 삽당령(揷堂嶺), 강릉시사(江陵市史)나 고갯마루의 표지석에는 삽당령(揷唐嶺)으로 표기되어 있다. 조선지도(朝鮮地圖), 청구도(靑邱圖), 대동여지도에는 삽운령(揷雲嶺)이라 기록되어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삽현(鈒峴)과 삽운령(揷雲嶺) 두 가지 이름이 적혀 있다. 지금의 삽당령(揷唐嶺)은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삽당령 고개마루에는 송현리 성황당(城隍堂)이 있다. 성황당은 토지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모신 당집이나 제단으로 서낭당의 다른 이름이다. 성황당은 지방에 따라 할미당, 천황당, 국사당으로 불리기도 한다. 


1953년 삽당령에 세워진 송현리 성황당에는 성황지신(城隍之神)과 토지지신(土地之神), 여역지신(癘疫之神)을 모신다. 송현리 주민들은 해마다 음력 정월 삽당령 성황당에서 성황제(城隍祭)를 지낸다. 옛날에는 당집 안에 소의 남근을 모셨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성황당을 돌아본 뒤 안인진을 향해 삽당령을 떠나다. 15년 전 백두대간 석두봉을 향해 삽당령을 떠나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2016.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