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24일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쳤다는 소식이다. 한파와 대설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제주도와 울릉도 산간지역은 눈이 1m 이상 내렸다고 한다. 설악산에서는 조난당한 등산객이 동사했다는 비극적인 뉴스도 있었다. 한파와 폭설로 한반도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듯한 느낌이다.
주말이면 보통 산행을 떠나곤 하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주말 내내 바깥에는 나가지도 않고 집에 들어앉아 곰처럼 동면에 들어갔다. 그래도 생굴무침을 안주삼아 안동소주 한잔으로 저녁 한때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작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굴무침과 안동소주
마침 바둑TV에서 2016 전자랜드배 한국바둑의 전설전 서봉수 9단 대 조치훈 9단의 대국이 생방송으로 중계방송되고 있었다. 바둑은 저녁 7시 정각부터 조치훈의 흑번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일본 유학파들이 기명(碁名)을 날릴 때부터 토종바둑 서봉수의 팬이었다.
딴지는 아니지만..... 조치훈의 바둑을 한국바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인바둑의 전설'이라면 모를까 조치훈을 '한국바둑의 전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조치훈은 한국인이지만 주로 일본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조치훈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라 뭐 그렇다는 말이다.
조치훈은 실수를 할 때마다 자책하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거나 두들기고는 했다. 한국인 기사들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조치훈의 그런 행동은 일종의 버릇인 듯했다. 그의 그런 버릇은 어찌 보면 천진난만한 듯 보이기도 했고, 또 어찌 보면 승부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조치훈은 1980년 명인전(名人戰) 우승, 1981년 혼인보전(本因坊戰) 우승, 1982년 십단전(十段戰) 우승, 1983년에는 일본 최고의 기성위(棋聖位)까지 정복함으로써 명실공히 일본 바둑계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전설이 아니던가~!
역시 토종바둑 서봉수는 야전사령관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기사였다. 서봉수는 시종일관 말도 없고, 표정의 변화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서봉수 명인 앞에서 조치훈 기성의 천진난만함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밤 9시 45분 마침내 바둑이 종료되었다. 폭파전문가 조치훈의 폭파 시도는 노련한 야전사령관 서봉수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결과는 서봉수의 두 집 반 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서봉수 대 조치훈의 역대 전적은 4승1패 대 1승4패로 벌어졌다. 남은 대국에서도 서봉수 9단의 선전을 기대한다.
2016.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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