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지리산 심원골에 들다

林 山 2016. 6. 9. 18:53

언제부터인가 지리산은 내게 그리움이었다. 마치 누군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내 마음은 항상 지리산으로 향해 있었다. 어쩌면 무의식 속에 지리산이 내 본향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일까! 


구례 산동면 야경


성삼재 야경


심원마을 야경


그리우면 만나러 가는 거다. 역사는 저지르는 자의 목시알고 했던가! 길을 달려 지리산 성삼재에 올라서니 날은 이미 캄캄한 한밤중이라. 불만 환하게 들어와 있는 성삼재는 그야말로 인적이 끊어진 적막강산이라. 성삼재에서 바라보는 구례 산동면 야경이 밤하늘에 은한(銀漢)이 떠 있는 것 같더라. 나그네 발 아래에 별유천지(別有天地)가 펼쳐진 듯 아름답더라. 


만수천이 흐르는 심원계곡 오지에 자리잡은 심원마을 산장을 찾아 들었다. 마당 한켠에는 한 무리의 나그네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970년대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MT를 가면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서 송창식의 '고래사냥', 윤형주의 ' 두 개의 작은 별, 이종용의 '너', 박인희의 '모닥불 피워 놓고'란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 옛날이여! 


객실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반주로 구례 산동 산수유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다. 지리산에 들어왔으니 어찌 입산주 한 잔 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막걸리가 달달하니 입에 착착 감기면서 술술 참 잘도 넘어간다.            

심원계곡


심원마을에서 바라본 반야봉


아침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찍 일어났다. 계곡으로 내려가 만수천 명경지수에 마음을 닦다. 심원골에 가득한 청청한 기운에 동화되어 숲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만날 땐 반가와도 헤어질 땐 아쉬운 법! 심원골을 떠나면서 지리산 제2봉 반야봉을 다시 한번 바라보다.     


2016.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