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 공휴일을 맞아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에 있는 노성산(老星山, 310m)을 오르기로 했다. 이천시 설성면에 살면서 소설을 쓰는 안재성 작가와 노성산 등산로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안재성 작가는 이태준기념사업회(이사장 임종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새탑골에서 바라본 노성산
노성산 들머리인 수산리 새탑골 논들은 모내기를 위해 써레질이 되어 있었다. 새탑골 뒤로 노성산이 낮으막하게 앉아 있었다. 논둑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노성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안재성 작가를 만났다. 안 작가는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 노성산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노성산은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과 안성시 일죽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여지도서(輿地圖書)'에 '노성산(老星山)은 이천의 마곡산(마국산)으로부터 온 맥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지도(朝鮮地圖), '광여도(廣輿圖)' 등에서는 노성산(老城山)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옛날 이 산에 성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설에 이 성은 삼국 시대 때 백제와 신라, 고구려가 각축을 벌였던 토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리지나 고지도가 '별성(星)'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 표기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노성산은 소나무가 우거져 노송산(老松山) 또는 노승산(老僧山)이라고도 한다. 노승산의 유래가 된 옛 이야기가 하나 전해 온다. 옛날 이 산의 북쪽 마을에 큰 가뭄이 들어 사람들이 굶주려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때 이 산의 토굴에 살던 늙은 중이 한겨울에 남쪽 마을에서 곡식을 얻어 북쪽 마을에 전해 주려고 산을 넘다가 그만 얼어죽고 말았다. 이후 늙은 중이 사람들을 구제하려다가 죽은 산이라고 해서 노승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노성산은 산세는 작지만 굴바위, 병풍바위, 말머리바위, 외톨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여 경치가 아름답다. 그래서 노성산을 이천의 소금강(小金剛)이라고도 한다. 노성산의 북동쪽 계곡에는 대한불교 조동종 원경사(圓鏡寺), 계곡 입구에는 노성산시민공원이 있고, 남서쪽 계곡에는 노성산폭포가 있다. 서쪽 산기슭에는 국립이천호국원이 자리잡고 있다.
노성산 원경사 일주문
원경사 사천왕문
원경사 전경
노성산시민공원에서 원경사 일주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천왕문이 나타난다. 원경사는 자세한 연혁이 전하지 않는다. 다만 1920년 박주성(朴周成)이 옛 절터에서 석상을 발견하고, 절을 지어 모시면서 사명을 원경사라고 하였다. 종각 아래에는 약수터가 있다. 유물로는 석상 1기가 전한다. 천왕문에서 왼쪽으로 꺾어 돌면 바로 노성산 등산로로 이어진다.
석굴
병풍바위가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는 능선에는 석굴이 있다. 노승이 거처했다던 토굴이 혹시 이 석굴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석굴은 사람이 거처하기에는 너무 좁았다.
말머리바위
말머리바위
병풍바위에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면 말머리바위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는 개머리 형상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누가 봐도 이 바위가 개머리지 말머리 형상인가?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이구동성으로 개머리 형상이라고들 했다.
말머리바위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오고 있다. 이천의 노성산과 마국산, 설성산 사이에 천리마가 나타나자 이 세 산에 주둔하던 장수들이 서로 차지하려 다툼을 벌였다. 장수들은 결투를 해서 이기는 순서대로 각각 말의 머리, 몸통, 꼬리를 차지하기로 했다. 결투 결과 노성산 장수가 일등, 마국산 장수가 2등, 설성산 장수가 3등이었다. 약속대로 노성산 장수가 말의 머리, 마국산 장수가 몸통, 설성산 장수가 꼬리를 차지했다. 노성산 장수가 차지한 그 말 머리가 바로 이 말머리바위라고 전해지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노승산 정상 표지석
장수봉 정상 표지석
노성산에서 바라본 국망산과 오갑산
노성산에서 바라본 설성면과 성호호수
노성산 정상에서 필자
경사가 완만한 등산로 주능선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었다. 송림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려서 노성산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에는 노승산, 장수봉(將帥峰)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설성면 일대와 멀리 장호원까지 훤하게 내려다보였다. 장호원 왼쪽으로는 오갑산이 솟아 있고, 오른쪽으로는 백족산 뒤로 원통산, 국망산, 보련산이 아스라이 바라보였다.
노성산 산행은 노성산시민공원에서 시작해서 산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는데 한 시간이면 족하다. 쉬는 시간까지 넣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노성산은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원경사 종각 지하, 병풍바위, 병목안에는 약수터가 있어 물을 얻을 수 있다.
2016.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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