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雪嶽山)에 들어갈 때마다 멀리서 보아도 웅장하고 장쾌한 느낌으로 다가오던 토왕성폭포(土旺城瀑布, 대한민국 명승 제96호)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2015년 11월 말이던가 설악산 내 출입통제 구간이었던 10대 비경 토왕성폭포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는 소식이 풍문으로 들려왔다. 토왕성폭포는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 이후 45년만에 공개되는 것이다.
마침 석가탄신일 연휴를 맞아 토왕성폭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제 묵었던 설악동 숙소를 아침 일찍 떠나 토왕성계곡(土旺城溪谷, 토왕골)으로 향했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소토왕골 좌우에 솟아 있는 권금성과 노적봉
비룡교에서 바라본 쌍천과 저항령
토왕골로 들어가는 길은 초입부터 만원이었다. 전국 각지의 산악회들도 연휴를 맞아 죄다 토왕골로 몰려든 것 같았다. 소토왕골 좌우에는 노적봉(露積峰, 716m)과 권금성(權金城, 860m)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멀리 칠성봉(七星峰 1,076m)과 화채봉(華彩峰, 1,328m)이 아스라이 보였다.
권금성을 연신 바쁘게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위태로와 보였다. 권금성 케이블카 사업권은 독재자 박정희가 자신의 사위에게 특혜로 준 것이다. 국립공원에서 개인이 케이블카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정부는 권금성 케이블카 사업권을 속히 회수해서 공익사업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쌍천(雙川)에 놓인 비룡교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백두대간(白頭大幹) 마등령봉(馬等嶺峰, 1,327m)과 황철봉(黃鐵峰, 1,381m) 사이 쏙 들어간 안부에 있는 저항령(低項嶺, 1,100m)이 눈에 들어온다. 속초 설악동에서 저항령계곡을 올라 저항령을 넘으면 길골과 백담계곡으로 이어진다.
목란꽃
쪽동백나무꽃
설악산에는 목란과 쪽동백나무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나그네의 코에 목란꽃 향기가 은은하게 전해져 왔다. 목란꽃은 아름다우면서도 기품이 있다. 사람으로 치면 재색을 겸비한 귀부인이라고나 할까!
육담폭포 구름다리
육담폭포
육담폭포에서 필자
토왕골을 오르다 보면 초입 200m 지점에서부터 6개의 폭포와 연못으로 이루어진 육담폭포(六潭瀑布)가 나타난다. 육담폭포 중에서 가장 낙차가 큰 폭포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쉬어갈 수가 있다. 비룡폭포(飛龍瀑布)로 오르려면 반드시 육담폭포를 거쳐야만 한다.
토왕골 솜다리봉과 선녀봉
원추리꽃
비룡폭포
비룡폭포
비룡폭포에서 필자
육담폭포에서 비룡폭포까지는 약 600m 정도의 거리다. 비룡폭포 직전의 철다리 근처에는 노란색 원추리꽃이 피어 있었다. 철다리를 건너면 낙차 16m의 절벽에서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룡폭포가 나타난다. 비룡폭포 전망대에는 사람들로 발을 디딜 틈도 없었다.
화채봉과 칠성봉, 토왕골
토왕성폭포
토왕성폭포(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토왕성폭포에서 필자
바룡폭포에서 400m 거리의 경사가 가파른 데크 계단길을 따라 노적봉 전망대에 올라서자 꿈에도 그리던 토왕성폭포가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토왕성폭포는 강수량 부족으로 아쉽게도 실폭포가 되어 있었다. 노적봉 전망대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칠성봉 북동쪽 계곡 높이 약 450m 지점에 있는 토왕성폭포를 일명 신광폭포(神光瀑布)라고도 한다. 폭포 이름은 토기가 왕성하지 않으면 기암괴봉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오행설에서 유래되었다. 토왕에 '성(城)'자가 붙은 것은 석가봉과 문주봉, 보현봉, 익적봉, 노적봉, 문필봉 등이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여지도서(輿地圖書)', '양양도호부(襄陽都護府)' 고적조(古跡條), '양양부읍지(襄陽府邑誌)'에 '토왕성(土王城) 부(府) 북쪽 50리 설악산 동쪽에 있으며, 성을 돌로 쌓았는데,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세상에 전해오기를 옛날에 토성왕이 성을 쌓았다고 하며, 폭포가 있는데, 석벽사이로 천 길이나 날아 떨어진다.'고 기록 되어있다. 옛날에는 토왕성(土王城)이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토왕성폭포는 화채봉과 칠성봉 사이의 계곡에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 등 삼단으로 이루어진 연폭(連瀑)으로 총 길이가 320m이다. 여름철 강수량이 많을 때 장성처럼 까마득히 높은 절벽에서 폭포수가 천지개벽음을 울리면서 비류하는 광경은 천하의 절경이다.
토왕골을 사이에 두고 노적봉 동남쪽 바로 앞에는 솜다리봉과 선녀봉이 솟아 있다. 솜다리봉과 선녀봉은 화채봉에서 북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의 끝에 솟은 암첨봉들이다. 토왕골 솜다리봉과 비룡폭포 사이에 있는 협곡은 허공다리골, 통왕성폭포 동쪽 협곡은 토왕좌골이다. 경원대리지, 솜다리추억리지, 별을따는소년들리지, 토왕좌골리지 등은 토왕골 상류에서 토왕성폭포로 오르는 루트들이다.
201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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