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 '동동(冬動)'에 가다

林 山 2016. 12. 23. 16:12


제59회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 '동동(冬動)'을 관람하기 위해 오후 7시 진료가 끝나자마자 호암동에 있는 우륵당으로 행했다. 우륵당에 도착하니 공연장은 불도 꺼져 있고 조용하기만 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초대권을 다시 보니 '아뿔싸~!' 연주회장은 우륵당이 아니라 성내동에 있는 충주시문화회관이었다. 정신머리를 어디다가 두고 다니는 건지.....


부랴부랴 다시 충주시문화회관으로 가니 이번에는 차를 댈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충주시교육지원청 뒤편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있었다. 다행이었다. 충주시문화회관으로 들어가자 1층 객석은 이미 꽉 차서 2층 객석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충주시립우륵국악단과 함께하는 합창단, MBC충북 충주어린이합창단, 석종국의 협연


개막 연주는 국악관현악곡 '대지'(大地, 조원행 작곡, 지휘)였다. '대지'는 ARKO 한국창작음악제를 통해서 2011년에 초연된 작품이다.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의 어머니인 소중한 대지로 상징되는 대자연의 신비로움과 변화무쌍함,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이어진 순서는 황효숙, 함영희, 공윤주, 공미연, 이민경의 경기민요였다. 이들이 들려준 '창부타령(倡夫打令)', '어랑타령(漁郎打令)', '궁초댕기', '밀양아리랑', '경복궁타령(景福宮打令)'은 내 귀에도 매우 익숙한 민요였다.


'창부타령'은 창부굿에서 불려지던 무가(巫歌)가 후에 경기민요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지면서 민요로 변한 것이다. ‘창부’는 무당의 남편이면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랑타령'은 자진타령장단으로 이루어진 함경도의 대표적인 유희요로서 '신고산타령'이라고도 불린다. 널리 알려진 함경도 민요에는 '어랑타령', '궁초댕기', '애원성' 등이 있는데, 이 중 '어랑타령'이 가장 유명하다. '어랑타령'이라는 이름은 '어랑 어랑' 하는 후렴에서 온 것이다.


'궁초댕기'는 함경도 민요 중 하나로 볶는타령장단으로 부르는 구슬픈 가락이 특징이다. 궁초댕기는 엷고 둥근 무늬의 비단댕기를 말한다. '밀양아리랑'은 밀양의 영남루와 아랑의 설화를 주제로 한 경상도 민요이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불린다. '경복궁타령'은 조선 말기인 1865년(고종 2) 흥선대원군이 원납전을 거둬들이면서까지 무리하게 경복궁을 중수할 무렵 팔도에서 동원된 장정들이 노동의 고달픔을 노래한 것이 민요로 정착된 것이다. 사설은 경복궁 중건 과정과 무리한 공사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세 번째 순서는 국악관현악과 합창을 위한 '여민락(與民樂, 임준희 작곡)'이었다. 여민락이란 '백성들과 더불어 즐긴다'라는 뜻이다. 여민락은 원래 봉래의(鳳來儀)라는 대곡 가운데 한 곡이다. 봉래의는 '세종실록' 권 140에서 145까지 악보가 기록되어 전하는 방대한 곡으로 전인자(前引子), 진구호(進口號), 여민락(與民樂), 치화평(致和平), 취풍형(醉豊亨), 후인자(後引子), 퇴구호(退口號) 등 7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인자는 전주, 후인자는 후주에 해당한다. 진구호와 퇴구호는 춤이 시작되고 끝날 때 외치는 구호이다.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노랫말로 한 성악곡이다. 여민락은 오늘날 가사가 없어지고 향악화된 기악곡으로 여민락, 여민락만(與民樂慢, 景籙無彊之曲), 여민락령(與民樂令, 太平春之曲), 해령(解令, 瑞日和之曲) 등 4곡만 남아 있다.   


국악관현악과 합창을 위한 '여민락'은 이중 관악합주 여민락의 음악적 모티브를 소재로 하여 관현악과 합창을 위한 곡으로 다시 구성한 것이다. 음악극 '휘'의 일부로 만든 이 곡은 ARKO 한국창작음악제를 통해서 2014년에 초연되었다. 성악은 석종국, 합창은 함께하는 합창단과 MBC충북 충주어린이합창단이 협연했다.  


Maya(마야) & Pads(패즈)의 공연 장면


가수 Maya(마야)는 Pads(패즈)의 반주로 대중가요 '뱃노래'와 '진달래꽃' 등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노래를 불러 주었다. 마야는 2003년 2월 1집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쿨하게', '나를 외치다', '위풍당당' 등의 노래를 히트시킨 바 있다.


신인 걸그룹 하이틴 공연 장면


국악관현악단과 4인조 아이돌 걸그룹 '하이틴'(혜주, 혜빈, 세아, 은진)의 협연은 이색적이면서도 신명나는 자리였다. '하이틴'은 국악관현악단의 반주로 '그로우 업(Grow Up)', '붐붐 클랩(Boom Boom Clap)', '오키도키' 등 세 곡을 멋진 군무와 함께 들려 주었다. 


마지막으로 충주시립관현악단과 MBC충북 충주어린이합창단의 협연으로 '고요한 밤 거록한 밤, 캐롤 메들리'를 들려 주면서 제59회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 '동동(冬動)'은 막을 내렸다.    


2016.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