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산수유축제(山茱萸祝祭)가 열리는 전라남도(全羅南道) 구례군(求禮郡) 산동면(山東面) 산수유마을을 찾았다. 산수유축제는 2017년 3월 18일부터 3월 26일까지 열린다.
구례군에서 가장 북서쪽에 치우쳐 있는 산동면은 지리산(智異山) 반야봉(盤若峰, 1,732m)에서 남서서쪽으로 노고단(老姑壇, 1,507m), 종석대(鐘石臺, 1,361m), 시암재(1,000m), 간미봉(艮美峰, 798m), 지초봉(芝草峰, 596m, 할미봉)을 지나 까치절산(295.3m, 까치산)에 이르는 능선과 북서쪽으로 반야봉에서 반야중봉(盤若中峰, 1,732m), 달궁삼거리, 만복대(萬福臺, 1,433m), 다름재, 염재봉(1,050m)을 지나 영제봉(1,048m)에 이르는 능선, 영재봉에서 남서쪽으로 견두산(犬頭山, 775m), 천마산(天馬山, 658.2m)을 지나 깃대봉(691m)에 이르는 능선 사이의 험준한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면소재지는 원촌리 원촌이다. 산동면 문화유적으로는 운흥정(雲興亭,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31호)과 방호정(方壺亭,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32호)이 있다.
대평리 대양마을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산동면에서도 가장 북동쪽에 치우친 험준한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산수유마을은 좌사리(佐沙里) 원좌(元佐), 상관(上官), 당동(堂洞) 마을과 대평리(大坪里) 평촌(坪村), 반곡(盤谷), 대양(大陽), 대음(大陰) 마을, 위안리(位安里) 상위(上位), 하위(下位), 월계(月溪) 마을을 아울러 일컫는다. 대평리 대양마을에서는 종석대에서 성삼재, 당동고개, 작은고리봉(1,248m), 묘봉치(1,108m)를 지나 만복대에 이르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방호정 동산에서 바라본 대평리, 위안리
좌사리 방호정 동산에서 북동쪽을 바라보니 대평리와 위안리 일대에는 산수유꽃들로 온통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군데군데 노란색 물감을 부어놓은 듯했다.
위안리와 대평리 산수유마을은 작은고리봉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과 작은고리봉에서 묘봉치, 만복대, 다름재, 염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염재봉에서 남서쪽의 투구봉으로 뻗어내린 능선 사이의 가파른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산악지대의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짓기가 힘들어서 산수유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산수유마을의 효시가 되었지만 이제는 해마다 봄의 전령사로서 전국의 많은 상춘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방호정 동산에서 바라본 좌사리 상관마을
방호정 동산 남동쪽으로는 산수유꽃에 파묻힌 좌사리 상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보기에도 평화로운 마을이다. 상관마을 뒤로 병풍처럼 가로막은 능선은 종석대에서 까치절산으로 이어지는 간미능선이다.
대평리 대음교에서 바라본 서시천 하류
서시천변의 산수유꽃
대평리 반곡마을의 산수유 터널
산수유마을 한가운데로는 서시천(西施川)이 흐른다. 서시천 상류에는 산동저수지가 있다. 서시천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전설에 따르면 진시황(秦始皇)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온 진(秦)나라의 방사 서불(徐巿)이 지나간 곳이라고 해서 서시천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서불은 서복(徐福)이라고도 한다. '巿(슬갑 불)'자가 '市(저자 시)'자와 거의 비슷해서 '서불천->서시천'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설대로라면 '徐巿川(서불천)' 또는 '徐市川(서시천)'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데, 왜 또 표기는 '西施川(서시천)'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서시(西施)는 춘추시대(春秋時代) 월(越)나라 출신으로 전한의 왕소군(王昭君), 삼국시대의 초선(貂嬋), 당(唐)나라의 양귀비(楊貴妃)와 더불어 중국 4대 미녀 중 한 사람이다. 월의 재상 범려(范蠡)는 미인계를 쓰기 위해 서시를 발탁해서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보냈다. 월왕(越王) 구천(句踐)은 부차가 서시의 미색에 빠져 정사에 소흘한 틈을 타서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패업을 이루었다.
구례군에서 제시한 서시천의 유래는 앞뒤 맥락이 맞지 않아 보인다. 구례군은 하루라도 빨리 서시천의 유래를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 전국의 명소를 다녀보면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의 지명 유래나 전설이 적지 않다. 지양해야 할 일이다.
대한사진협회의 퍼포먼스
대평리 대음마을에서 바라본 서시천 상류
산동면에서 생산되는 산수유는 전국 생산량의 30%가 넘는다고 한다. 대단한 생산량이다. 산수유 열매는 한약재로 쓰인다. 한의학에서 산수유는 수삽약(收澁藥) 중에서 고정축뇨지대약(固精縮尿止帶藥)에 속한다. 보익간신(補益肝腎), 삽정고탈(澁精固脫)의 효능이 있어 현훈이명(眩暈耳鳴), 요슬산통(腰膝酸痛), 양위유정(陽痿遺精), 유뇨(遺尿), 빈뇨(頻尿), 붕루(崩漏), 대하(帶下), 대한허탈(大汗虛脫), 내열소갈(內熱消渴) 둥의 증상을 치료한다.
대평리 반월교에서 바라본 하위마을
위안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상위, 하위 마을
산수유꽃길에서 필자
위안리 상위마을 전망대에서는 상하위, 월계 마을이 한눈에 조망된다. 위안리의 평균 해발고도는 약 400m이다. 월계마을에서 산동저수지를 지나 다름재를 넘으면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곰무더기골로 이어진다. 산수유마을에서도 지리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위안리 상위에서는 백두대간 묘봉치, 당골에서는 백두대간 당동고개를 거쳐 성삼재로 오를 수 있다.
사실 산수유꽃은 그리 아름답거나 예쁜 꽃은 아니다. 하지만 구례군은 산수유꽃을 봄의 전령사라는 이미지 메이킹으로 관광상품화에 성공했다. 산동면 산수유마을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른 것은 구례군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 간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구례 산동면 산수유마을을 찾아 봄의 전령사를 만나 보는 것도 좋다. 첫 봄을 만난다는 기대에 설레이는 가슴만으로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2017.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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