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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챤 바흐(Johann Sebastian Bach)-Mass in B minor(B단조 미사)

林 山 2017. 6. 16. 09:33

요한 세바스챤 바흐(Johann Sebastian Bach)-Mass in B minor(B단조 미사)


요한 세바스챤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Mass in B minor(B단조 미사)>는 25년에 걸쳐 완성한 성악음악의 걸작이다. 〈b단조 미사〉는 1724년경, 이 곡에 수록된 ‘상투스(Sanctus)’를 처음 작곡한 이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749년이 되어서야 완전히 마무리했다. 25년에 걸쳐 완결된 이 작품은 바흐의 삶의 자취를 반영할 뿐 아니라 독실한 신자였던 바흐가 신에게 바치는 마지막 신앙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흐는 1724년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크리스마스 축일을 위해 ‘상투스(Sanctus)’를 작곡한 이후, 이 곡을 포함하는 미사 전곡을 쓰기로 결정한 후부터 부분적으로 작곡을 이어갔다. 특히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다소 여유 있어진 말년 이후에는 보다 집중적으로 미사 작곡에 몰입할 수 있었으며, 극도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끝까지 작곡에 집중해 1749년에 드디어 완결된 작품을 탄생시켰다. 〈b단조 미사〉는 악곡의 구성 면에서 가톨릭 전례 음악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으며, 따라서 전례용이라기보다는 연주를 위해 작곡한 음악으로 볼 수 있다.


‘미사’라는 제목으로 불리긴 하지만, 이 작품은 사실 가톨릭교회의 전통적인 전례 음악이라고 보기 어려운, 독자적인 형식과 구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미사 음악이 다섯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반면 이 작품은 크게 네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졌는데, 1부에는 ‘키리에’와 ‘글로리아’가 포함되어 있고, 2부는 사도 신경이 수록된 ‘니케아 신경’, 3부는 ‘상투스’, 마지막으로 ‘호산나’,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 그리고 ‘도나 노비스 파쳄’이 4부를 이룬다. 네 개의 부분이 각각 다른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에 각 부분마다 독특한 개성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16세기와 18세기 대위법 양식과 코랄 선율을 바탕으로 한 화성 등 바흐 시대의 다양한 양식들이 결합되어 있다.


또한 〈b단조 미사〉에는 바흐가 기존의 작품 선율들을 편곡하거나 패러디해서 사용한 곡들도 많은데, ‘아뉴스 데이’는 1725년에 작곡된 결혼식 세레나데 ‘일어서라 달콤한 기쁨이여’의 선율에서 따온 것이고, ‘호산나’ 역시 작센 선제후를 위해 작곡한 칸타타 ‘국가의 왕이여, 만세’의 합창곡을 패러디했다.


갈등 속에 탄생한 키리에와 글로리아. ‘키리에’와 ‘글로리아’는 모두 1733년에 쓰여 졌는데, 이 시기에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악장이었던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당시 라이프치히 시에서는 텔레만이나 그라우프너와 같은 유명한 작곡가들을 제치고 악장 자리를 차지한 바흐를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알게 모르게 부당한 대우들을 받고 있던 바흐는 늘 다른 도시로 옮겨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1733년 바흐는 작센 궁정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에게 후원을 부탁하는 편지와 함께 두 곡의 음악을 헌정했는데, 그 곡이 바로 ‘키리에’와 ‘글로리아’였다.


미사의 첫 부분을 이루는 ‘키리에’는 전체가 세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곡과 마지막 곡은 합창으로, 그리고 중간 부분은 소프라노 듀엣으로 펼쳐진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노래하면서 회개와 참회로 시작되는 이 세 곡의 노래는 경건한 합창과 청아한 목소리의 소프라노 이중창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바흐의 엄격한 푸가가 등장한다.


두 번째 부분인 ‘글로리아’는 모두 아홉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밝은 분위기로 펼쳐지는 이 부분은 금관 악기의 화려한 팡파르와 함께 ‘하늘에는 영광’, ‘땅에서는 평화’라는 합창이 이어진 후, 알토의 아리아 ‘주를 찬양하라’와 이에 화답하는 합창 ‘주께 감사하나이다’가 등장한다. 이후에 이어지는 네 곡, ‘하늘의 주’, ‘죄를 씻으신 주여’, ‘아버지의 오른편에 앉으신 주여’, 그리고 ‘주만이 유일한 성령’은 합창과 아리아가 번갈아 나오면서 다채로운 분위기로 펼쳐지다가 경쾌하고 빠른 합창곡 ‘성령과 함께’로 마무리된다.


성도들의 고백, 니케아 신경. ‘니케아 신경’ 역시 총 아홉 개의 곡으로 구성된 이 부분은 합창이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다. ‘사도신경’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기독교 신자들의 대표적인 기도문을 가사로 한 합창곡들은 모든 신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첫 곡인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를 비롯해 신을 찬양하는 합창 ‘전능의 주’를 거쳐서 예수의 탄생과 고난, 그리고 승천에 이르는 사도신경의 내용들이 합창과 이중창으로 구성된다.


특히 ‘십자가 못박히시다’ 부분은 바소 콘티누오와 반음계적으로 하행하는 베이스 패턴 선율을 통해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증2도와 증4도 같은 불협화음을 사용해 고통과 치욕을 묘사하며, 반음계는 치욕스러운 십자가 고통을 표현한다. 십자가 수난으로 극에 달한 고통은 이후에 이어지는 ‘부활하셨다’를 통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승리와 환희를 상징하는 D장조 조성으로 합창과 오케스트라 총주가 웅장하고 화려하게 등장하며 부활을 선포하는 이 부분은 전체 악곡을 통틀어 가장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낸다. 이 부분에는 특히 소프라노 성부에서 고음역을 넘나드는 화려한 장식음을 사용해 화려하게 펼쳐진다.


천상을 향한 울림,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 ‘니케아 신경’에 이어지는 ‘상투스’는 〈b단조 미사〉 중에서 가장 먼저 작곡한 곡으로, 1724년에 완성되었다. 6성부의 합창과 모든 편성의 관현악 투티를 통해 D장조로 밝게 시작하는 이 곡은 기독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3이라는 숫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 바흐는 세 대의 트럼펫과 세 대의 오보에, 그리고 현악기 역시 세 개의 성부로 나누어 편성했고, ‘상투스’라는 단어를 연달아 세 번 등장시킨다거나 셋잇단음표를 자주 사용하면서 숫자가 지닌 종교적인 의미를 강조하려고 했다.


‘상투스’ 이후에는 ‘하늘의 호산나’라는 합창이 등장하는데, 이 곡은 테너의 독창인 ‘베네딕투스’, ‘축복있으라’ 이후에 다시 한 번 등장해서 더욱 화려한 음악을 선보인다.


알토 독창으로 부르는 ‘아뉴스 데이’는 후반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 다른 모든 곡의 조성은 원조인 b단조와 관계조로 이루어졌지만 이 곡은 g단조로 작곡되었다. 세상의 죄를 지고 죽음을 당하는 어린 양에 대한 기도가 바이올린 선율과 알토의 목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마치 천상의 소리와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b단조 미사〉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라는 뜻의 ‘Dona Nobis Pacem’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 곡은 ‘글로리아’의 네 번째 곡 ‘주님 영광 크시오니 감사하나이다(Gratias agimus tibi)’와 유사한데, 가사가 바뀌었고 대선율이 조금 다르며 관현악 편성에 바순이 빠져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60여 년이 넘게 이어온 삶을 마감하며 바흐가 신앙에 의지하며 평화롭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려는 바람을 담은 듯, 두 시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미사의 마지막 곡인 이 곡 역시 신의 평화를 갈구하는 가운데, 고요히 마무리된다.(클래식 백과)


2017.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