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La Sonnambula(몽유병의 여인)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La Sonnambula(몽유병의 여인)
<몽유병의 여인(La Sonnambula)>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가 1831년에 완성한 2막의 오페라다. 원작은 외젠 스크리브와 장 피에르 오머 발레-판토마임 〈몽유병자, 아니면 새로운 왕의 도래〉다. 초연은 1831년 3월 6일 밀라노 카르카노 극장에서 있었다. 밀라노의 카르카노 극장의 위촉으로 작곡된 〈몽유병의 여인〉은 〈노르마〉, 〈청교도〉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센초 벨리니의 3대 오페라의 하나이다. 이 오페라는 소박한 스위스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전원풍의 목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아름다운 선율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아미나(테레사가 키운 고아, 소프라노), 리사(여관의 여주인, 소프라노), 엘비노(부유한 젊은 지주, 테너), 로돌포 백작(마을 영주, 베이스), 테레사(물방앗간의 여주인, 메조소프라노), 알레시오(리사를 사랑하는 마을 사람, 베이스) 등이다. 배경은 19세기 초 스위스 어느 마을이다. 대본(리브레토)는 펠리체 로마니가 썼다.
벨리니는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로〉를 보고 난 후 자신은 역사물을 작곡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면서 그동안 작곡하고 있었던 〈에르나니〉를 접는다. 그리고 벨리니가 선택한 작품은 스위스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몽유병의 여인〉이다. 이 작품은 다른 오페라처럼 장대한 장면이나 역사적 배경,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거는 영웅이 나오지 않는 조용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작해야 오페라에서 가지는 큰 사건은 몽유병으로 연인과 헤어지게 될 뻔한 연인의 이야기가 전부다. 몽유병으로 빚어진 연인의 갈등도 아주 평화롭고 쉽게 해결되며, 음악 역시도 줄거리에 맞춰 평화롭다. 어떻게 보면 내용상 심심할 수도 있는 이 이야기가 벨리니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벨칸토 오페라로 탄생하였다.
벨리니는 로마니의 대사에 단순하지만 감미로운 선율을 붙여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아미나의 아리아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는 연인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는 사랑에 빠진 행복한 여인의 마음을 아주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게 이 오페라에서의 일부 아리아는 그 아름다운 선율로 소프라노 가수들이 선호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재밌게도 너무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일부 비평가로부터는 너무 선율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벨리니가 전원극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한 작곡가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테레사의 양녀 아미나는 그의 연인 엘비노와 결혼서약을 할 예정이다. 마을 사람 모두가 아미나의 집에 모여 결혼을 축하하는 합창 ‘아미나 만세’를 부른다. 그러나 여관 주인 리사는 결코 기쁘지 않다. 리사는 남몰래 엘비노를 짝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 날 신랑 엘비노가 공증인과 함께 등장하며 아미나와 결혼 서약을 한다. 이때 노신사가 마을에 도착하는데 그는 신부의 미모에 감탄하여 찬미한다. 그런 노신사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낀 엘비노는 노신사의 신분을 묻지만, 노신사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다. 사실 그는 예전에 영지를 떠난 고장의 영주 로돌포 백작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테레사는 마을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여관에서 쉬고 있는 노신사, 로돌포 백작에게 그가 영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 리사가 접근한다. 이때 밖에서 기척이 들려 리사는 옆방으로 몸을 숨기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손수건을 떨어뜨린다. 몽유병 상태로 나타난 하얀 나이트 가운을 입은 아미나는 질투심에 빠져 자신에게 험한 말을 한 엘비노를 걱정하는 말을 한다. 횡설수설한 아미나를 보고 백작은 그녀가 몽유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미나는 백작의 소파에 누워 잠이 든다. 이 모습을 본 리사는 이 사실을 엘비노에게 알리러 간다.
백작의 신분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백작의 여관방에 들어와 소파에 잠든 아미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엘비노와 테레사도 리사와 함께 온다. 소란에 잠에서 깬 아미나를 보고 모두가 놀란다. 엘비노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결혼식을 취소할 것을 선언한다. 아미나를 불쌍히 여긴 마을사람들은 백작에게 그녀의 결백을 증명해 달라고 말한다. 백작은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것을 말하지만, 이 말을 들은 엘비노는 오히려 더 화를 내며 아미나에게 준 반지를 되가져간다.
마을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리사와 엘비노도 나타난다. 리사는 엘비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엘비노는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때 백작이 나타나 성급한 엘비노의 행동을 만류하면서 아미나의 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무지한 마을 사람들은 백작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엘비노와 리사의 결혼 소식을 들은 테레사는 화가나 백작의 침실에서 발견한 리사의 손수건을 꺼내며, 리사가 백작과 함께 있었음을 폭로한다. 그때 물방앗간에서 잠을 자던 아미나가 흰 옷 차림으로 나타난다. 물방아 위로 걸쳐진 낡고 좁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려는 그녀의 위태한 걸음에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녀를 지켜본다. 백작은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가 아미나를 따르게 한다. 아미나는 외나무 다리에 위태롭게 서서 엘비노가 떠난 사실에 슬퍼한다. 그녀의 모습에 몽유병의 정체를 알게 된 마을 사람들과 엘비노는 그녀의 진실된 순정에 감동한다. 그리고 엘비노는 아미나의 손가락에 다시 반지를 끼워준다. 잠에서 깬 아미나는 엘비노가 다시 돌아왔음에 기뻐하고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을 축하한다.
〈몽유병의 여인〉에서 아마도 가장 극적인 부분은 2막 2장에 나오는 아미나의 몽유병 장면일 것이다. 몽유병 장면은 오페라에서 총 2번 나오는데, 한번은 아미나의 연인 엘비노와 마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여관에서의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엘비노를 잃은 마음에 위태로운 다리를 건너며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사실 이 〈몽유병의 여인〉처럼 광란과 같은 장면은 낭만주의 시대 오페라에서 즐겨 사용하는 부분이다. 또한 몽유병의 주제 역시 흔하게 볼 수 있다. 베르디의 〈맥베스〉에서 레이디 맥베스 부인의 몽유병 장면이 좋은 예다. 그 외에도 포파의 몽유병(1800), 스크리브의 몽유병(1819), 로마니의 몽유병(1824) 등이 있다.
몽유병과 같이 정신질환, 혹은 광란의 장면이 낭만주의 시대에 특히 인기 있었던 것은 아마도 벨칸토 오페라 시대에 성악가들의 기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몽유병의 여인〉에서만 해도 아름다움 이상으로 뛰어난 기교가 필요한데, 콜로라투라의 정확함과 민첩함과 레가토 표현을 요구한다. 여기에 더해, 몽유병자로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을 연기해야 하는 것은 노래 이상의 집중력을 요구하고 있다.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에서 몽유병 장면의 가장 유명한 연기는 아마도 마리아 칼라스의 1955년 라 스칼라 극장의 무대일 것이다. 어두운 무대에서 몽유병을 연기해야 했던 마리아 칼라스는 눈에 초점을 풀고 무대를 비틀거리며 위태위태한 걸음을 걸어야 했는데, 시력이 나쁜 칼라스에게는 어쩌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이 무대의 연출을 맡은 루키노 비스콘티는 향수를 이용하여 무대에서 그녀가 가야할 길을 이끌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마리아 칼라스는 향수 냄새에 따라 위태로운 걸음을 디뎠고, 그 모습이 자연스러운 몽유병자의 모습으로 보이는 데 충분했다. 이날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Come per me sereno)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Come per me sereno)
가슴이 뛰고 있어요(Sovra il sen la man mi posa)
가슴이 뛰고 있어요(Sovra il sen la man mi posa)
1막 1장, 아미나의 아리아.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Come per me sereno)
아미나와 엘비노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을 사람들의 축하 노래를 들은 아미나는 감사의 인사를 한다. 이어 그녀는 기쁨을 표현하는 카바티나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와 카발레타 ‘가슴이 뛰고 있어요’(Sovra il sen la man mi posa)를 부른다. 이 아리아는 벨리니의 작품 중에서 전례 없는 길이를 가진 아리아로, 또 작곡가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아주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한다. 아미나 역은 원래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한다. 벨리니 스스로가 그녀를 ‘숭고한 비극적 소프라노’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연기와 벨칸토의 화려한 음색을 모두 갖춘 19세기 최고의 프리마 돈나였다.
아, 믿을 수 없어라(Ah, non credea mirarti)
아, 믿을 수 없어라(Ah, non credea mirarti)
아, 기쁜 이 가슴(Ah, non giunge)
아, 기쁜 이 가슴(Ah, non giunge)
2막 2장, 아미나의 아리아. ‘아, 믿을 수 없어라’(Ah, non credea mirarti)
오페라의 마지막 아리아로 이 오페라의 최고를 보여주는 몽유병 장면이다. 전형적인 낭만주의 ‘광란의 장면’은 오케스트라가 연상시키는 주제를 반주한다. 아미나는 엘비노와 재결합을 상상하면서 칸타빌레 ‘아, 믿을 수 없어라’를 부른다. 그녀의 몽유병 장면을 본 엘비노가 다시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행복이 돌아왔음을 기뻐하며 아미나는 카발레타 ‘아, 기쁜 이 가슴’(Ah, non giunge)을 부른다. 카발레타는 벨칸토 카발레타의 전형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선율로 되어 있다.
벨리니의 죽음 이후 그의 무덤에는 이 아리아의 가사 문구 중 일부인 “아, 믿을 수 없어라 / 꽃이 이렇게 빨리 지다니(Ah! non credea mirarti / Sì presto estinto, o fior)”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클래식 백과)
2017.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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