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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Norma(노르마)

林 山 2017. 8. 18. 14:17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Norma(노르마)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Norma(노르마)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Norma(노르마)



빈센초 벨리니(Vincenzo Bellini)-Norma(노르마)


<노르마(Norma)>는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가 1831년에 완성한 서정 비극 오페라다. 원작은 알렉상드르 수메의 운문 비극 〈노르마〉다. 초연은 1831년 12월 26일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있었다. 벨리니의 가장 유명한 오페라 〈노르마〉는 19세기 벨칸토 전통의 정점에 있는 최고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싫어했던 바그너에게서도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이 오페라는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의 최고를 보여준다.


등장인물은 노르마(드루이드교의 여제사장, 소프라노), 아달지사(드루이드교의 젊은 여사제, 메조소프라노), 오로베소(드루이드교의 고승이자 노르마의 아버지, 베이스), 폴리오네(로마 총독, 테너), 플라비오(로마 장군, 테너), 클로틸데(노르마의 시녀, 메조소프라노) 등이다.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로마 지배 하의 갈리아 지방이다. 대본(리브레토)은 


벨리니는 “만일 나의 배가 바다에 빠진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 해도 〈노르마〉 하나만은 건지고 싶다”라고 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표현하였다. 한번은 비제에게 프랑스의 한 출판업자가 〈노르마〉의 편곡을 의뢰한 바가 있다. 〈노르마〉의 악보를 연구한 비제는 그러나 “이 악보는 수정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작품입니다”라고 할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싫어하여 이탈리아 오페라를 공격한 것으로 유명한 바그너도 〈노르마〉에 대해서는 “심금을 울리는 위대한 작품”이라면서 “우리는 눈물 흘리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벨리니의 〈노르마〉는 38년의 짧은 생을 살면서 10편의 적은 오페라를 남긴 그의 작곡 인생에서 작곡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고 그의 자존심을 지켜준 대작 중의 대작이다.


기원전 50년경, 로마의 지배 아래에 있는 드루이드 인들은 로마인들을 갈리아 땅에서 내몰려고 한다. 그러나 갈리아에 파견된 로마 총독 폴리오네와 사랑에 빠진 드루이드교의 여사제 노르마는 전쟁보다 평화를 지키는 것이 신의 뜻이라며 사람들을 설득하지만, 폴리오네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까지 낳았지만 폴리오네의 마음이 멀어졌음에 슬퍼한다. 한편 폴리오네의 새로운 사랑이 된 여사제 아달지사는 계율(戒律)을 어긴 것에 역시나 슬퍼한다. 아달지사는 노르마를 찾아가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노래하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 노르마는 그런 아달지사를 위로한다. 그런데 아달지사의 사랑이 폴리오네임을 알게 된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비난하며 그의 앞날을 저주한다. 폴리오네의 배신에 자살을 결심하는 노르마의 눈에 자신의 두 아이가 아른거려 아달지사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긴다. 폴리오네와 함께 자신의 아이들을 키워달라는 부탁에 아달지사는 오히려 신전에 남을 것이며 폴리오네의 마음을 노르마에게로 돌릴 것이라고 말한다.


총독 폴리오네가 로마로 돌아갈 것임과 더 잔혹한 총독이 부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드루이드 교도 병사들은 오로베소와 함께 때를 기다릴 것을 결심한다. 폴리오네에게 부탁하러간 아달지사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것을 알게 된 노르마는 격분하여 전쟁을 선포한다. 전쟁 중에 아달지사를 로마로 데려가기 위해 숨어든 폴리오네를 오로베소가 발견한다. 그를 죽이려는 오로베소를 막은 노르마는 자신이 그를 죽이겠다며 말린다. 그리고 노르마는 폴리오네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결국 노르마는 사람들을 모아 처형을 준비한다. 처형 장소에서 노르마는 처형당할 신성을 범한 자는 자신임을 밝힌다. 노르마는 자신의 아이들의 보호를 간청하며 불길이 치솟는 화형대에 몸을 던진다. 노르마의 숭고한 사랑에 감동받은 폴리오네는 그녀를 뒤따라 불 속에 들어간다.


노르마 역은 소프라노 레퍼토리 중에서 아주 어려운 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어려운 역할인 여주인공 노르마는 이 오페라에서 지나칠 정도로 비중이 커서 ‘프리마 돈나 오페라’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노르마 역에 의해 작품의 성패가 결정된다. 노르마 역은 벨칸토 창법의 기술을 모두 알아야 하며, 다른 배역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풍격을 가지고 오페라를 제압하고 이끌어 가야한다. 엄청난 음역 제어력과 유연성, 다이나믹이 요구된다. 여기에 국가를 위해 사는 삶과 개인을 위해 사는 삶의 충동,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노르마는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벨칸토 가수였던 주디타 파스타(Giuditta Pasta, 1797~1865)를 고려하여 작곡하였다. 그런데 〈노르마〉의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아리아’의 난해함에 초연에서 주디타는 원곡보다 한음 낮게 불렀다고 한다. 노르마만큼은 아니지만, 중요한 역으로 아달지사가 있다. 처음엔 소프라노역으로 작곡되었지만, 오늘날은 메조소프라노가 부른다. 초연은 줄리아 그리시(Giulia Grisi, 1811~1869)가 맡았는데, 이후 그녀는 노르마 역으로 유명해졌다. 이렇게 노르마 역은 벨리니가 당대 최고의 벨칸토 가수를 생각하고 작곡한 만큼 이 역을 소화하는 소프라노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다. 다행스럽게도 20세기 후반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 시작하였고, 1920년대 로사 라이사, 클라우디아 무지오(1889~1936), 로자 폰셀(1897~1981)이 이 역에서 두각을 나타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89번의 무대와 2번의 녹음(1954년, 1960년)으로 마리아 칼라스가 가장 많이 노르마를 연기한 소프라노 가수가 되었다. 마리아 칼라스는 역할을 맡은 횟수를 넘어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강렬한 목소리로 완벽한 노르마로 기억되고 있다.


흔히 한 남자가 나오고 두 여자가 나오며, 삼각관계가 생각된다. 이 삼각관계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한 여자가 다른 여자를 질투하면서 두 여인은 싸운다. 이러한 구도는 그 반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두 여인은 양보의 미덕을 보이는 것 같다. 처음 아달지사로부터 그녀의 사랑이 폴리오네임을 들은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비난하기보다는 폴리오네의 배신과 비겁함에 그를 비난한다. 그리고 아달지사를 비참한 폴리오네의 희생물로 본다. 아달지사는 그런 노르마에게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르마를 공격하기 보다는 폴리오네의 마음을 노르마에게 돌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들어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



들어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


그리고 이러한 두 사람의 양보의 미덕은 노르마와 아달지사의 2중창에서도 기억될만한 아름다운 선율을 그린다. 2막 1장에서 두 사람이 부르는 2중창 ‘들어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는 연적인 두 사람이지만, 서로 양보하려는 진실한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감동하는 두 여인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외에도 오페라에서 전체적으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2중창은 벨리니의 오페라에서 2중창의 매력을 과감히 발휘하는 명곡들이다.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


그리운 사람이여, 돌아오라(Ah! bello, a me ritorna)



그리운 사람이여, 돌아오라(Ah! bello, a me ritorna)


1막 1장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


노르마는 드루이드의 여사제들과 함께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군중들은 흥분하여 전쟁을 일으키자고 한다. 이에 노르마는 사랑하는 폴리오네를 생각하면서 군중들을 향해 신의 뜻은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군중들을 진정시킨다.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는 신에게 기도를 하며 부르는 〈노르마〉 최고의 대표적인 명곡이다. 그리고 장식적인 기교와 넓은 음역, 그리고 로마 총독 폴리오네를 사랑하여 여제사장으로서 계율을 어기고 국가를 배신할지도 모르는 참담한 심정 같이 심리적으로 복잡한 노르마의 심정을 표현해야 하는 난곡으로도 유명한 아리아이다. 드루이드 인들은 그들의 첫 번째 희생자로 폴리오네를 요구하지만, 노르마는 그를 죽일 수 없음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그런 심정을 표현한 것이 이어 나오는 카발레타 ‘그리운 사람이여, 돌아오라’(Ah! bello, a me ritorna)이다. 이 카발레타의 선율은 벨리니 오페라 〈비안카와 페르난도〉(1828)와 〈차이라〉(1829)에 추가된 새로운 코다에서 사용된 것을 개작한 것이다.



마침내 그대는 내 수중에(In mia man alfin tu sei)


2막 3장 노르마와 폴리오네의 2중창, ‘마침내 그대는 내 수중에’(In mia man alfin tu sei)


노르마가 전쟁을 선포하면서 전쟁의 분위기 속에 신전에 숨어든 폴리오네가 병사들에게 잡혀 노르마 앞으로 끌려나온다. 그는 아달지사를 로마로 데려가기 위해 몰래 숨어서 들어온 것이다. 오로베소는 폴리오네를 죽이려고 하지만, 노르마는 자신이 그를 죽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차마 폴리오네를 죽일 수 없는 그녀는 폴리오네를 심판하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이들을 모두 물린다. 그리고 노르마와 폴리오네는 오페라에서 처음으로 두 사람만이 무대 위에 서서 마주보는 장면이다. 2중창 ‘마침내 그대는 내 수중에’는 바로 이 장면에서 부르는 아리아로 폴리오네에게 사랑을 구걸하나 거절당하고 아이들과 아달지사를 거론하며 폴리오네를 협박하기에 이르는 노르마의 끊어질 듯한 절절한 심정이 담겨 있다.


배신당한 마음(Qual cor tradisti)


배신당한 마음(Qual cor tradisti)



그들(아이들)을 희생하지 마라(Deh! non volerli vittime)


2막 3장 노르마, 폴리오네, 오로베소의 3중창, ‘배신당한 마음’(Qual cor tradisti)


노르마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계율을 어긴 여사제를 처벌하겠다고 선언한다. 오로베소와 드루이드 교도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자 노르마는 자신임을 밝힌다. 잔잔하고 우아한 앙상블의 반주에 맞춰 노르마의 최후의 아리아 ‘배신당한 마음’이 시작된다. 노르마는 폴리오네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모두에게 밝히면서 삶과 죽음도 함께할 것이기 때문에 폴리오네는 절대 그녀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노르마의 말을 들은 폴리오네는 노르마를 숭고한 여인이라 칭한다. 노르마에 대한 사랑이 부활한 폴리오네는 노르마에게 용서를 구한다.


오로베소와 드루이드교도들은 노르마의 고백을 마지못해 받아들이지만, 점차적으로 진실을 인정한다. 이어 ‘그들(아이들)을 희생하지 마라’(Deh! non volerli vittime)를 부르며, 노르마는 그녀의 아버지 오로베소에게 그녀의 아이들을 맡기며 죽음에 이른다. 오로베소는 처음에는 그녀의 청을 거절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지막 요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노르마와 폴리오네는 함께 화장대로 간다.


“오페라 사상 가장 훌륭한 장면이며, 어떤 작곡가도 이보다 더 절제되고 완벽한 음악은 쓰지 못했다”고 평한 비평가 테오필레 가우티에르의 말 그대로, 음악에는 어떤 군더더기도 없다. 선율은 간결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배신당한 마음’의 단순하지만 애잔한 첫 선율은 계속 반복되면서 노르마의 고백을 아련하게 만든다. 이어 폴리오네는 이 애잔한 선율을 그대로 받아 노르마의 고백에 대한 자신의 후회의 심정을 표현한다.(클래식 백과)


2017.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