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林 山 2018. 1. 22. 10:02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1875~1937)은 1875년 스페인 바스크 지방 시부르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 때 파리로 이주했다. 14세 때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피아노 대위법(對位法)과 작곡 등을 공부하였다. 그는 고전적인 형식의 틀을 활용하는 한편 새로운 피아니즘을 개척했다. 이런 경향은 최초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1899)와 '물의 장난'(1901)에 잘 나타나 있다. 


라벨은 1901년 작곡계의 등용문인 로마대상에 응모하여 2위로 입상하였다. 그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와 '거울'(1905) 등은 대담한 화성과 음색의 표현법을 확립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이국을 동경하고 환상을 좋아하는 그의 취미는 '셰라자드'(1898), '박물지(博物誌)'(1906), '마다가스카르 섬의 노래'(1925∼1926) 등의 가곡과 오페라 '스페인의 한때'(1909), '어린이와 주문(呪文)'(1920∼1925), '스페인 광시곡'(1907), '볼레로'(1928) 등의 관현악곡에 반영되어 있다.


라벨은 드뷔시와 함께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된다. 새로운 화성어법(和聲語法)과 음역의 확대 등 새로운 음색법에서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라벨은 윤곽이 명료한 선율선(旋律線), 규칙적인 프레이즈 구조, 고전적인 형식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드뷔시와는 다르다. 


라벨의 주요 작품에는 위에 든 작품 외에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1912), '마 메르 루아'(1913)와 '현악 사중주곡', 피아노곡 '밤의 가스파르'(1918), '쿠프랭의 무덤'(1917) 등이 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는 라벨이 1899년에 완성해서 폴리냑 공작부인(Madame la Princesse Edmond de Polignac, 1865~1943)에게 헌정했다. 초연은 1902년에 피아노곡, 1910년에 관현악판이 이뤄졌다. 관현악곡의 악기 편성은 플루트 2, 오보에,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하프, 현악 5부로 되어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Orchestra UniMi. Alessandro Crudele, conductor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그가 아직 파리음악원에 재학 중이던 1899년에 독주 피아노 작품으로 작곡되었으며, 1910년에 관현악 편성으로 발표되어 더욱 유명해진 작품이다. 바스크 출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스페인적 감수성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특히 관현악 편성은 라벨 특유의 투명하고 세련된 음색이 고풍스러운 선율, 간결한 형식과 어우러져 옛 스페인 궁정의 아취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Orquesta Filarmónica de Requena. Valencia 12 Octubre 2009

Director: Francisco Melero Belmonte(프란시스코 메레로 벨몬테). 


라벨은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옛 시대의 스페인 궁정에서 어린 공주가 파반느를 추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고풍스러운 궁정의 우아함과 황금시대 스페인의 화려한 장중함을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라벨이 1899년에 완성한 피아노 독주곡 버전은 이듬해에 출판되었지만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Gian-Philip Toro conductor. the Collégiale Notre Dame, Mantes-la-Jolie

horn solo: Vincent Léonard


그러나 2년 뒤인 1902년, 라벨의 절친한 동료인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녜스가 이 곡을 연주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당시의 젊고 혁신적인 청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프랑스의 수많은 살롱들에서 앞 다투어 연주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그러나 라벨 자신은 이 곡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이 작품이 형식적으로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생각했으며, 프랑스 작곡가 샤브리에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그리하여 10년이 지난 뒤 라벨은 이 곡을 관현악 편성으로 다시 선보였고, 이 관현악 편성은 그 청아한 음색과 우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선율로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대중문화장르에서 인용되고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ENGINEERS ORCHESTRA BUCHAREST

Conductor ANDREI ILIESCU. Bucharest 21.11.2010


이 작품은 16~17세기에 궁정에서 유행했던 춤곡인 파반느 리듬을 극도로 느린 템포로 펼쳐간다. 그러면서도 모든 순간을 향수와 동경의 빛나는 음향으로 채우고 있다. 고전적인 화성진행 속에 고풍스러운 선율이 간결한 형식 속에 펼쳐지면서도, 다채로운 악기들의 음향이 변화를 자아내고 있다. 


라벨은 첫 주제선율을 호른이 연주하도록 했는데, 이는 매우 예외적인 시도였다. 호른의 거칠고 강한 음색을 더없이 우아하고 감미로운 음향으로 연출한 라벨의 탁월한 감각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우아하고 유려한 선율은 절제된 표현으로 향수를 자아내며, 금관의 묵직한 음색이 표현하는 스페인적 장중함과 목관과 하프의 투명한 음색 속에서 드러나는 프랑스적 세련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라벨의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날카로운 감각과 완벽주의적인 정밀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클래식 백과)


2017.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