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을 위한 영상(Images pour orchestre)>은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가 1909~1912년(제1곡), 1905~1908년(제2곡), 1905~1909년(제3곡)에 완성해서 엠마 드뷔시에게 헌정한 3곡으로 된 기악곡이다. 초연은 1913년 1월 26일(제1곡), 1910년 2월 20일(제2곡), 1910년 3월 2일(제3곡)에 이뤄졌다.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 Images pour orchestre L.122(관현악을 위한 영상)
Cleveland Orchestra conducted by Pierre Boulez
드뷔시는 피아노를 위해 〈영상〉 1집과 2집을 작곡한 바 있는데, 3집은 관현악을 위한 작품이다. 1905년경부터 작곡하여 1912년에 세 곡으로 된 3집을 완성하였는데, 일반적으로 〈관현악을 위한 영상〉이라는 독립적인 제목으로 불린다. 각 곡은 독립해서 연주되는 일이 많다.
〈영상〉 1집과 2집은 시각적 심상을 드뷔시 특유의 색채를 음악으로 잘 구현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드뷔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 번째 〈영상〉을 준비하였다. 1905년 봄, 출판업자 뒤랑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뷔시는 원래 이 작품을 두 대의 피아노 편성으로 구상하였다고 밝혔다. 이때 1곡 지그의 몇 마디를 함께 보냈다. 그러나 1906년 그에게 보낸 또 다른 편지에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쓰기로 했다고 적고 있는데, 드뷔시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의 색채를 피아노를 벗어나 관현악 편성으로 확대시키려고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 Images pour orchestre L.122(관현악을 위한 영상)
Royal Concertgebouworkest, Amsterdam. Dir. Bernard Haitink. december 1977
이 세 곡은 초연과 출판이 모두 각각 이루어졌다. 또한 세 곡이 각기 독립적이어서, 내용이나 구성 면으로 큰 연속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곡이 배열되는 순서 또한 작품이 완성된 후에 정한 것이다. 드뷔시는 평소 이국적인 분위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피아노 모음곡 〈판화〉에서 각국의 이국적 분위기들을 표현하였던 것과 같이, 이 곡에서도 각기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의 고유한 인상을 관현악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이 곡들에는 각국의 전통 선율들로부터 소재를 차용하기도 하여, 비교적 대중적인 면도 있다.
제1곡 ‘지그’(Gigues)
Round Top Festival Institute. Saturday June 9, 2012
Texas Festival Orchestra. Pascal Verrot, conducto
제1곡 ‘지그’(Gigues)
San Francisco Symphony · Michael Tilson Thomas
제1곡 ‘지그’(Gigues). 첫 곡인 지그는 1909년부터 12년까지 작곡되어, 세 곡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쓰였다. 초연은 1913년 1월 26일 콜론 관현악단 연주회에서 앙드레 카플레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최초의 버전에는 ‘슬픈 지그’(Gigues tristes)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드뷔시는 1905년 영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백파이프를 불며 행진하던 근위병으로부터 오보에 다모레의 사용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곡은 전체적으로는 쾌활하지만 반복되는 지그 리듬 때문에 스코틀랜드를 연상시키는 우울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이는 당시 영국에 대한 프랑스인의 전형적인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편성은 두 대의 피콜로와 두 대의 플루트, 두 대의 오보에, 오보에 다모레, 잉글리시 호른, 세 대의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세 대의 파곳, 콘트라파곳, 네 대의 호른, 네 대의 트럼펫, 세 대의 트롬본, 팀파니, 작은북, 심벌즈, 실로폰, 첼레스타, 두 대의 하프, 그리고 현5부로 이루어져 있다.
도입부분의 조성은 모호하며, 오보에 다모레는 선법적인 선율을 연주하는데 애조를 띈 선율은 영국 민요풍이다. 이어 춤의 리듬이 시작되고 목관악기군에 의해 점차 랩소디풍으로 활기차진다. 이 리드믹한 진행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를 맞게 되는데, 이어서 다시 오보에 다모레가 앞서 제시되었던 우울한 분위기의 주제를 연주하면서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로 곡이 마무리된다.
제2곡 ‘이베리아’(Ibéria)
Orquesta Sinfónica Simon Bolivar de Venezuela. Director: Jesús López Cobos
Sala de Conciertos Simón Bolívar de Centro de Acción Social por la Música
15 DE JUNIO DE 2012, Caracas Venezuela
제2곡 ‘이베리아’(Ibéria)
Round Top Festival Institute. Saturday June 9, 2012
Texas Festival Orchestra. Pascal Verrot, conducto
제2곡 ‘이베리아’(Ibéria)
Luxemburg Radio Symphony Orchestra, Louis de Froment, Conductor
제2곡 ‘이베리아’(Ibéria). 1905년에서 1908년에 걸쳐 작곡되었으며, 1910년 2월 20일, 콜론 관현악단의 연주회에서 가브리엘 피에르네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 곡은 독립적으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곡은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3부작 안의 또 다른 3부작이다. 명백히 스페인적인 분위기를 낸다.
편성은 피콜로, 세 대의 플루트(제3주자는 피콜로와 겸함), 두 대의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세 대의 클라리넷, 세 대의 파곳, 콘트라파곳, 네 대의 호른, 세 대의 트럼펫, 세 대의 트롬본, 튜바, 팀파니, 큰북, 작은북, 탬버린, 심벌, 캐스터네츠, 실로폰, 종, 첼레스타, 두 대의 하프, 그리고 현5부로 되어있다.
제1부는 ‘도시의 길과 시골길’(Par les rues et par les chemins)
Charles Munch, Orchestre philharmonique de l'ORTF
제1부는 ‘도시의 길과 시골길’(Par les rues et par les chemins)
Charles Munch, Orchestre philharmonique de l'ORTF
제1부는 ‘도시의 길과 시골길’(Par les rues et par les chemins)로, 첫머리부터 캐스터네츠의 울림과 함께 스페인 세비야풍의 춤곡 리듬이 시작된다. 클라리넷이 이어서 스페인 분위기가 명백하게 나는 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의 단편들이 다른 악기들에 의해서 다양한 색채로 재현된다. 드뷔시 특유의 개방적 화성과 관현악적 색채가 이베리아 반도의 강렬함과 열정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제2부는 ‘밤의 향기’(Les parfums de la nuit)
제2부는 ‘밤의 향기’(Les parfums de la nuit)
San Francisco Symphony · Michael Tilson Thomas
제2부는 ‘밤의 향기’(Les parfums de la nuit)로, 앞뒤의 1부와 3부가 화려하고 색채적인 것에 비하여 매우 관능적이고 절묘하여 훌륭한 대비를 만들어 낸다. 온음 음계적 화음이 드뷔시의 색채를 느끼게 한다. 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지속음 위에서 오보에가 느리게 온음음계풍의 선율을 연주하며 시작되는데, 이 선율은 하바네라 리듬을 연상케 한다.
묵직하고 축축한 분위기의 녹턴에 해당하는 두 번째 ‘밤의 향기’는 남국의 관능적인 밤을 연상시키는 대목으로서 인상주의적이라기보다는 리얼리티 넘치는 밤의 정경이 펼쳐진다. 특히 권태롭고 숨이 막히는 듯한 현악기의 하바네라 리듬과 동경을 갈구하는 오보에 및 잉글리시 호른의 에로틱한 음향적 효과가 돋보이며 약음기를 낀 트럼펫과 플루트, 독주 현악기가 첫 악장의 주제를 상기시키며 밤의 권태로움을 조용하게 내몰기 시작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2부 첫머리의 녹턴을 예견하는 듯한 이 부분은 허무함과 지루함을 죽음과 휴식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드뷔시의 본능적인 음악어법과 색채감이 잘 나타난다.
제3부는 ‘축제의 아침’(Le matin d'un jour de fête)
제3부는 ‘축제의 아침’(Le matin d'un jour de fête)
Budapest Symphony Orchestra, conducted by György Lehel
제3부는 ‘축제의 아침’(Le matin d'un jour de fête)으로, 매우 활기찬 리듬으로 시작된다. 갑자기 2부 끝의 밤과 같은 분위기로 되돌아왔다가 다시 리듬의 움직임과 동시에 활기를 찾는다. 밤의 묘사를 삽입하여 만든 대비로 아침을 강조한 것이다. 이 뒤에 이어지는 짧은 경과부는 새벽의 빛을 상징하는데, 드뷔시는 이 부분에 대해 “내가 작곡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현의 피치카토에 이어 클라리넷이 경쾌하고 익살맞은 선율을 연주하며, 독주 바이올린의 즉흥적 솔로로 시작되는 중간부를 지나 코다로 돌아온다. 코다에서 목관이 연주하는 선율은 제1부 중간부의 선율이 변형된 것이다. 곡은 급박하게 마무리된다.
제3곡 ‘봄의 론도’(Rondes de printemps)
Shanghai Philharmonic Orchestra. Liang Zhang, Conducotr
2015.04.12 Shanghai Concert Hall
제3곡 ‘봄의 론도’(Rondes de printemps)
Boston Symphony Orchestra · Michael Tilson Thomas. 2014
제3곡 ‘봄의 론도’(Rondes de printemps). 1905년부터 시작되어 1909년까지 작곡되었으며, 1910년 3월 2일 뒤랑 연주회에서 드뷔시가 직접 지휘하며 초연하였다. 출판도 역시 1910년에 이루어졌다. 분위기와 기법 면에 있어서 이 모음곡을 통틀어 가장 섬세하고 정교하면서도 신비로운 색채를 가진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부인인 엠마에게 헌정되었다.
편성은 세 대의 플루트(3주자는 피콜로와 겸함), 두 대의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세 대의 클라리넷, 세 대의 파곳, 콘트라파곳, 네 대의 호른, 팀파니, 작은북, 심벌, 트라이앵글, 첼레스타, 두 대의 하프, 현5부로 이루어져 있다.
악보의 첫머리에는 “5월이여, 만세, 잘 왔도다. 훈훈한 바람에 실려서!”라고 적혀있다. 드뷔시는 자신의 고국인 프랑스에 대한 묘사를 위하여 자신이 좋아하던 프랑스 전통 동요인 〈잘자라, 우리 아가 잘자라〉와 〈우리는 다시 숲으로 돌아가지 않겠어〉로부터 선율을 차용하였다. 이 두 곡은 피아노 모음곡 〈판화〉의 마지막 곡인 ‘비오는 정원’에도 소재로 사용된 바 있다.
곡은 하프와 현이 만들어내는 배경음 위에 파곳과 호른이 선율을 주고받으며 시작된다. 이어 등장하는 목관과 현은 봄이 아니라 겨울의 북풍을 연상시킬 정도로 요란하게 휘몰아친다. 이어 목관의 잇단음표 움직임과 바이올린의 선율로 곡이 진행된다.
이 곡은 명확한 체계가 없이 발전되는 구조로서 마치 선회하는 듯한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작품의 마지막에는 리듬과 선법이 모두 봄을 연상시키는 색채로 변형되어, 화려하게 곡을 끝맺는다.(클래식 백과)
2017.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