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유희(Jeux d'eau)>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1901년에 완성해서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에게 헌정한 피아노 독주곡이다. 인상주의 음악으로 20세기 음악 특징인 불협화음 등을 사용하면서도 맑고 투명한 느낌으로 곡을 풀어냈다.
<물의 유희>는 라벨을 인상주의 작곡가로 가장 먼저 알린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당시는 드뷔시가 인상주의 음악을 이제 막 선보인 때였고, 아직 피아노 음악에서는 인상주의를 표방하는 작품을 찾아볼 수 없던 때였다. 라벨은 이 작품으로 드뷔시를 능가하는 인상주의적 악풍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라벨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가 가장 신뢰했던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녜스(Ricardo Viñes, 1875~1943)의 연주로 1902년 4월 파리의 살레 드 플레이엘에서 초연되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Jeux d’eaux(물의 유희)
Martha Argerich, 1977
라벨은 야심차게 완성한 이 작품을 가장 존경하는 스승인 가브리엘 포레에게 헌정했다. 그런 만큼, 라벨은 이 작품에서 포레의 프랑스적 음향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라벨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에스테장의 분수’가 표현한 물의 음향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리스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물이 만들어내는 음향을 표현해내려 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Jeux d’eaux(물의 유희)
Sviatoslav Richter, piano
그러나 라벨은 선배들의 유산을 자신만의 양식으로 소화해내었다. 라벨 특유의 민감한 음색과 지성적 구성이 이 작품에서도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다. 20세기 음악 특유의 불협화음을 사용하면서도 맑고 투명한 음색을 만들어 내는 라벨의 천재적인 감각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라벨은 두 개의 주제선율을 기반으로 하여 소나타 형식과 유사한 구성을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의 조성구조와는 다른 진행을 택함으로써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자유롭고 환상적인 낭만적 시정을 펼쳐내면서도 날카로운 지성과 논리 정연한 구성을 보여주는 라벨 특유의 균형 감각이 이 작품에서도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Jeux d’eaux(물의 유희)
Katia Braunschweiler, piano. 2013
라벨은 이 작품에 영감을 준 시인 앙리 드 레니에의 “강의 신은 물결의 간지럽힘에 미소짓네”라는 시 구절을 악보의 서문에 명기하고 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한 바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떨어지는 물방울, 흐르는 시냇물, 분수와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의 음향을 자신만의 어법으로 표현한 라벨은 드뷔시가 주창한 인상주의를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더없이 독창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Jeux d’eaux(물의 유희)
Tiffany Poon, age 13, Paul Hall, the Juilliard School on November 13, 2010.
가볍고 투명한 아르페지오로 음악이 시작되고, 이어서 이 아르페지오 선율을 발전시킨 1주제가 뒤따른다. 마치 분수에서 뿜어 나오는 맑은 물줄기와 같은 이 아르페지오 선율은 작품 전반에 걸쳐 계속 반복된다. 1주제는 점차 움직임을 더해가면서 경과부로 진행하고, 이어서 스타카토 리듬의 2주제가 등장한다. 이 경쾌한 2주제는 5음 음계로 구성된 선율로, 1주제의 유려한 흐름과 대비를 이루면서 물방울의 떨어짐을 연상케 한다. 다시 시작 부분의 아르페지오 선율이 발전부의 시작을 알리고 2주제가 등장한다. 뒤이어 새로운 선율이 제시되면서 빠른 리듬과 화려한 고음의 트릴로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다가 갑작스럽게 저음으로 돌진하면서 물의 격렬한 쏟아짐을 묘사한다. 두 개의 주제선율이 자유롭게 발전되는 가운데, 격정적인 트릴과 검은 건반으로 이루어진 글리산도, 빠르게 질주하는 치밀한 패시지 등 화려한 기교를 선보인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Jeux d’eaux(물의 유희)
Chihiro, KOBE, JAPAN, 23rd October 2010.
재현부에서는 오프닝의 아르페지오 선율이 투명한 음향으로 반복되면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2주제가 먼저 재현된 뒤 1주제가 뒤따르고, 이어서 카덴차로 진행한다. 카덴차는 복조성을 사용하고 있으며 맑고 유려한 물의 흐름을 변화무쌍하게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2주제가 조용히 재현되면서 잔잔한 물의 흐름으로 곡이 마무리된다.(클래식 백과)
2017.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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