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클래식에서 헤비메탈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Rapsodie espagnole(스페인 랩소디)

林 山 2018. 1. 25. 09:22

<스페인 랩소디(Rapsodie espagnole)>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1907년에 피아노 2중주, 1908년에 관현악 버전을 완성한 4곡의 기악곡이다. 초연은 1908년 3월 15일 파리 샤틀레 극장의 콜론 관현악단 연주회에서 에두아르 콜론의 지휘로 이뤄졌다. 스페인 민속음악의 특징을 담아 라벨만의 스페인-프랑스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Rapsodie espagnole(스페인 랩소디)

DePaul Symphony Orchestra, Orchestra Hall, home of the Chicago Symphony Orchestra.


구성은 1곡 밤의 전주곡, 2곡 말라구에나, 3곡 하바네라, 4곡 축제로 되어 있다. 편성은 피콜로 2, 플루트 2, 오보에 2,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3, 사뤼소폰,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캐스터네츠, 탬버린, 스네어 드럼, 공, 첼레스타, 하프 2, 현악성부로 되어 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Rapsodie espagnole(스페인 랩소디)

Orchestre Symphonique du Conservatoire de Paris(CRR).

Auditorium Marcel Landowski 7 décembre 2013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Rapsodie espagnole(스페인 랩소디)

Lorin Maazel,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Musikfest Bremen, 1994


라벨의 첫 번째 관현악 작품인 〈스페인 랩소디〉는 바스크 출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스페인 음악의 유산이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피아노 2중주를 위해 구상된 것으로, 1895년에 완성한 피아노 2중주 ‘하바네라’를 3악장으로 포함하고 있다. 라벨은 ‘스페인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스페인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던 1907년에 피아노 2중주 편성을 완성하고, 이듬해 이 작품을 관현악으로 편성했다. 라벨은 〈스페인 랩소디〉를 파리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배운 샤를-윌프리드 드 베리오(Charles-Wilfrid de Bériot, 1833~1914)에게 헌정하였다. 벨기에 출신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버지와 스페인계 프랑스 소프라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드 베리오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프랑스적 감수성과 스페인적 감수성을 모두 지닌 인물로, 보수적인 파리 음악원의 분위기 속에서 힘든 시기를 겪었던 라벨에게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준 고마운 스승이었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Rapsodie espagnole(스페인 랩소디)

Eliane Reyes et Joseph Colom, piano.

enregistré en concert, le 8 octobre 2014 au Conservatoire royal de Bruxelles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 Rapsodie espagnole(스페인 랩소디)

Louis Lortie And Hélène Mercier, Piano 4-Hands. Koerner Hall in February of 2013


라벨과 파리 음악원 교수진들과의 갈등은 피아노를 전공하던 시기부터 잠재되어 있었지만, 그가 작곡으로 전향하여 〈세헤라자데〉 서곡을 발표한 뒤 본격적으로 첨예해졌다. 새로운 실험적 어법들을 자신의 음악 속에서 시도하고자 했던 라벨과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성세대와의 갈등으로 1905년의 로마대상 심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정점에 이른다. 파리 음악원 측은 강경했지만, 평론가와 대중은 라벨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음악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된 라벨은 새로운 시도와 혁신적인 표현을 담은 〈스페인 랩소디〉를 야심차게 선보였다. 현란한 리듬과 스페인 민속음악 특유의 꾸밈음, 선법을 중심으로 한 진행 등의 실험적인 어법은 프랑스 청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부 평론가들은 그 난해함을 이유로 비난을 퍼부었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라벨이 펼쳐 보이는 회화적인 음악과 섬세하고 신선한 관현악의 음색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스페인 민족음악을 이끌었던 마누엘 데 파야는 이 작품을 극찬했으며, 이후 그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곡 밤의 전주곡(매우 절제하여, Prélude à la nuit: très modéré)

piano à quatre mains Duo Scaramouche



1곡 밤의 전주곡(매우 절제하여, Prélude à la nuit: très modéré)

Berliner Philharmoniker · Pierre Boulez


1곡 밤의 전주곡(매우 절제하여, Prélude à la nuit: très modéré). 고요하게 향수를 자아내는 첫 곡은 4개의 하행하는 음으로 이루어진 모티브로 시작된다. 이 곡의 오프닝 모티브는 전체 악곡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면서 형식적인 통일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오프닝 모티브와 함께 클라리넷이 주제 선율을 연주한다. 약음기를 단 현악성부의 음향,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 하프와 첼레스타의 음색이 어우러지면서 창백하면서도 관능적인 모호함을 동시에 연출한다.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카덴차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되지만, 라벨 특유의 섬세한 음색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2곡 말라게냐(매우 격렬하게, Malagueña: assez vif)

MIO-OIM, Silvia Tabor on November 1, 2009.



2곡 말라게냐(매우 격렬하게, Malagueña: assez vif)

Duo Scaramouche - piano


2곡 말라게냐(매우 격렬하게, Malagueña: assez vif). 1곡에 이어 휴지부 없이 곧바로 시작되는 2곡은 스페인의 민속춤인 판당고의 리듬을 연상시키는 열정적인 음악을 제시한다. 저음현악기의 피치카토와 트럼펫의 선율로 음악이 시작된 뒤 활기 넘치는 리듬감이 지속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라벨은 2곡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투티를 제시함으로써 절제된 1곡과의 대조를 강조하였으며, 특히 팀파니와 금관악기를 비중 있게 사용하였다. 이 강렬한 투티에 이어 템포가 갑자기 느려지면서 잉글리시 호른이 스페인 민요 토나디야를 연상케 하는 선율을 나른하게 연주한다. 뒤이어 하프와 현악성부가 글리산도를 연주하면서 더욱 나른한 음향을 연출한다. 이러한 진행은 자신의 곡인 〈거울〉중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를 통해 열정과 우수어린 탄식을 함께 표현하고 있다.


3곡 하바네라(매우 느리게, 나른한 리듬으로, Habanera: assez lent et d'un rythme las)

Duo Scaramouche - piano



3곡 하바네라(매우 느리게, 나른한 리듬으로, Habanera: assez lent et d'un rythme las)

Orquesta Filarmonica de Queretaro, Director - Davit Terzyan


3곡 하바네라(매우 느리게, 나른한 리듬으로, Habanera: assez lent et d'un rythme las). 라벨이 〈스페인 랩소디〉에 착수하기 전인 1895년에 미리 완성했던 ‘하바네라’는 다른 악장들과 다소 분리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악장의 모티브를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라벨은 이 곡에서 3박의 하바네라 리듬과 2박의 하바네라 리듬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간결하고 나른한 진행 속에서 다채로운 표정을 제시하였다. 이 두 가지 하바네라 리듬들이 대위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음악이 시작된다. 이 리듬은 목관악기에서 금관악기, 현악기, 타악기로 이어지면서 다채로운 음색의 향연을 펼친다.


4곡 축제(충분히 활기차게, Feria: assez animé)

Orquesta Filarmonica de Queretaro, Director - Davit Terzyan



4곡 축제(충분히 활기차게, Feria: assez animé)

Duo Scaramouche - piano


4곡 축제(충분히 활기차게, Feria: assez animé). 가장 긴 악장인 4곡은 민요풍의 선율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화려하게 전체 악곡을 마무리하고 있다. 플루트가 첫 선율을 연주한 뒤 약음기를 단 트럼펫이 또 다른 선율을 제시한다. 뒤이어 다시 플루트가 새로운 선율을 연주한 뒤, 2곡 말라게냐의 중간부분과 유사한 나른한 선율이 제시된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각각의 선율들이 자유롭게 변주된다. 중간부분에서는 갑자기 템포가 느려지면서 잉글리시 호른이 우수어린 선율을 연주하고, 뒤이어 바이올린이 1곡 ‘밤의 전주곡’의 오프닝 모티브를 연주하면서 통일감을 부여한다. 이 나른한 추억의 장면에 이어 글리산도와 온음계, 증3화음 등이 이어지면서 절정을 향해 달려가 열정적인 종지로 전체 악곡이 마무리된다. 라벨은 다채로운 템포 변화 속에서도 일관된 논리의 리듬진행과 정교하게 설계된 화성과 음색을 통해 정밀한 균형 감각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클래식 백과)


2017.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