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행정부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 철수 선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0월 7일 시리아 북동부 지역(서쿠르디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하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터키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Kurd)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트럼프의 미군 철수 결정은 사실상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역 침공과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대에서 철수하는 미군
미국 국회의원들은 초당파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서쿠르디스탄 철군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오랫동안 미국과 동맹을 맺어온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군의 공격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에 대해 '쿠르드족을 버리면서 미국의 명예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민병대인 인민수호부대(人民守護部隊, Yekîneyên Parastina Gel, YPG)와 여성수호부대(女性守護部隊, Yekîneyên Parastina Jin, YPJ)를 조직해 미군의 지원 하에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다에시(Daesh, IS 폄하 명칭) 격퇴전에 참전했으며, 약 1만1천 명의 YPG 대원이 다에시 격퇴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쿠르드족은 미국의 동맹 세력으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다에시가 와해될 정도로 약화되자 트럼프는 동맹 세력인 쿠르드족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이 갑자기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공격 암묵적 승인
트럼프의 미군 철수 결정은 터키군의 시리아 침공 도화선이 되었다. 터키군과 터키의 지원과 지휘를 받는 친터키 시리아 반군인 시리아국가군(Syrian National Army, SNA)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침공해서 즉결 처형과 불법 공격으로 쿠르드족을 학살하고 부상을 입히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 및 전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트럼프의 배신이 전쟁과 학살을 불러온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 쿠르드족은 월등한 군사력을 갖춘 터키에 밀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터키군의 포격으로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마을에 피어오르는 연기
터키 정부는 국경 남쪽의 서쿠르디스탄에서 YPG를 몰아내고 폭 30km의 안전지대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터키 동남부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이 접경을 이루는 약 30만 km²의 산악지대인 쿠르디스탄(Kurdistan)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 북동부 터키 국경 인접 지역인 서쿠르디스탄과 터키 동남부 지역인 북쿠르디스탄에 집중적으로 거주한다. 터키 정부는 자국 내 분리독립운동 무장단체인 쿠드디스탄 노동자당(Partiya Karkerên Kurdistan, PKK)의 근거지인 북쿠르디스탄과 그 배후지 서쿠르디스탄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다.
쿠르드족은 YPG를 중심으로 시리아 북동부 서쿠르디스탄 일대에 독립국가 건설을 주장해왔다. 반면 터키 정부는 YPG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터키 국경 인근에 쿠르드족 독립국가가 생기면 자국 내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디스탄 노동자당(PKK) 등 쿠르드족 강경파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쿠르드족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수도 다마스쿠스 방어를 위해 시리아 정부가 서쿠르디스탄을 비우자 이 지역을 차지한 뒤 자치정부인 북시리아 민주연방체제(Democratic Federal System of Northern Syria) 수립을 선언하고 군사조직인 YPG를 앞세워 사실상 자치를 누려왔다. 북시리아 민주연방체제를 일명 로자바(Rojava)라고 한다. Rojava는 서쪽이라는 뜻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과 거짓말
트럼프는 '쿠르드족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도 돕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여야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쿠르드족을 겨냥한 터키의 군사작전을 용인했다는 비판과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이런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역사에 대해 무지하거나 책임 회피성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서쿠르디스탄의 쿠르드 인민수호부대(YPG)
역사적으로 쿠르드족 전투원들이 영국군이나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붉은 군대에 합류해 나치를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일부 쿠르드족은 독일군을 제국주의 영국과 프랑스 식민주의에 맞서는 대안 세력으로 인식해 동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다른 쿠르드족은 나치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군과 싸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이라크 내 친나치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정권을 세웠는데, 이후 쿠르드족은 이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터키군 침공 당시 서쿠르디스탄 세력 분포도
최근 역사를 봐도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 당시 쿠르드족은 북부전선을 책임진 대부분의 병력을 차지했다. 2014년 다에시가 발호하자 YPG는 자치 지역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항전했다. 다에시 격퇴전에서 믿을 만한 동맹군을 찾던 미국은 본격적으로 쿠르드족 민병대인 YPG를 지원했고, YPG는 선봉에 서서 다에시와 전투를 벌였다.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에서 터키의 군사행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다에시 최후의 저항 거점 바구즈 함락의 주역도 YPG 주축의 시리아민주군(Syrian Democratic Forces, SDF)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그들의 등에 칼을 꽂았다.
201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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