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그때까지 알려진 바 없는 수수께끼의 질병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바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이었다. 사스는 8천 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800명 가량을 죽게 만들었다. 사스에 감염된 의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며칠 새 증상이 독감 같은 수준에서 심각한 폐렴으로 악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2003년 사스 감염자 수 비교표
사스 바이러스는 26개국으로 번졌으며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초기 발발 규모를 은폐한 데 대해 비판을 받았다. 17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종류의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사스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도시에 사는 수백만 명을 사실상 격리시키는 등의 강력한 조치로 대응했다. 그러나 중국의 조치는 과도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중국은 2003년의 사스 발병으로부터 어떠한 교훈을 얻었나?
사스는 중국에게 공중보건 위기이자 정치적 위기였다. WHO는 2003년 2월 중국 남부에서 증세가 심각하고 흔치 않은 폐렴이 발병했다는 보고를 처음 받았다. 현지 관계자들은 300명 이상이 병에 걸렸다고 했다.
초기의 개방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다른 현지 정부 관계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낮게 보고하거나 의문의 질병이 잡혔다고 여기는 듯 보였다. 중국의 대응을 연구했던 전문가들은 폐렴 문제가 곧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나중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최초의 감염자는 광둥 성에서 2002년 11월에 발생했으나 중국의 사스 위기의 규모가 폭로되기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렸다. 군의관 출신인 장옌융 박사가 4월, 중국 정부가 사스 위협을 매우 축소시켜 전하고 있다고 외신에 폭로한 것이다.
캐나다는 토론토 지역에서 수십 명이 사망해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 중 하나였다. 전국의 병원에 지침이 내려졌고 중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장은 전염병의 전파에 대해 전례없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리리밍 센터장은 "저희 의료 부문과 언론의 협력이 부실했습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사스와의 전쟁은 그것이 어떻게 전염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WHO는 베트남 하노이의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의료진 여러 명을 감염시킨 후 2003년 3월 12일 최초의 전세계에 경보를 발령한다. 홍콩의 보건부 또한 병원 직원들에게서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사스 사태 당시 WHO의 조사단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헤이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균으로서 이렇게 세계에 퍼질 수 있다는 데 주목을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어요."라고 BBC에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고 누구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요즘에 하듯 살펴보지 않았죠."라고 덧붙였다.
헤이먼 교수는 중국 당국이 이번 창궐에는 WHO에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훨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HO 사무총장은 중국의 대응을 칭송했다.
사스 사태 당시 투명성의 결여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을 약화시켰고 경제발전 또한 위축시켰다. 헤이먼 교수를 비롯한 보건 전문가들은 특히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의 경우 전염을 방지하는 데 투명성이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적절한 통제 조치와 전염 예방 수칙이 확립되자 사스는 수개월 만에 차단됐다. 이는 WHO와 사스를 우려하는 현지 당국이 공유한 공공보건 정보 덕분이었다.
사스의 전파는 홍콩의 메트로폴 호텔에 머물고 있던 감염된 의사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은 사스가 크게 확산된 곳 중 하나다.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새로운 규범이 됐다. 엘리베이터 버튼과 같은 전염 위험이 높은 것들은 매 시간마다 세척이 됐고 현지 언론은 사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를 계속 업데이트했다.
오늘날 중국 관계자들은 이번에는 보다 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바이러스와의 전투가 '극도로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어떠한 은폐 시도도 불허하겠다는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사스 이후 정보의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실제 숫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중국의 SNS는 강도 높은 통제를 받고 있으며 뉴욕타임스는 현지에서 '#우한사스'라는 해시태그가 차단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온라인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루머'를 전파한다는 이유로 여덟 명을 심문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스 위기는 중국의 의료 체계의 변화에 기폭제가 됐다. 보건 부문 예산도 늘었다. 보건 관계자들은 수기로 전염병에 대해 카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중앙 관청에 팩스를 보내는 식으로 전염병 보고를 하는 데 익숙했다. 사스 위기 이후 정부는 중앙집권화된 온라인 시스템을 개발해 전국의 병원들을 연결해 실시간으로 전염병에 대해 보고할 수 있게 했다.
전세계로 퍼진 사스 전염병은 마침내 수개월 후 차단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스 위기 이후 제시됐던 공중보건 개혁안이 모두 실행된 것은 아니었다.
사스를 발견했으며 현재 우한에서 당국을 이끌고 있는 중난산은 2006년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을 없애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위생관리가 매우 부실하며 새로운 감염원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전파도
우한에서 나온 보도를 보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초 확진이 나온 다음날 폐쇄된 우한의 시장은 쥐나 박쥐, 늑대, 사향 고양이를 포함한 짐승들을 팔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사향 고양이는 사스의 발병과도 연관이 있는 동물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습속 등으로 인해 동물 거래를 일소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야생동물 시장이 전염병 발발의 근원으로 확인되면서 심지어 국영매체까지도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취한 조치는 WHO의 권고를 뛰어넘을 정도로 급진적인데 이것이 사스 위기의 재현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일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사스 위기 때도 참여했던 미국의 전염병학자 이언 립킨 박사는 우한을 비롯한 중국 내 도시들의 여행 제한 조치가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지는 걸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 중 하나다. 그는 "말은 이미 마굿간을 벗어났어요."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염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한 달 동안 이를 은폐한 의혹이 있다. 우한 폐렴에서 보듯이 중국 같은 일당 독재국가, 통제된 사회는 치명적인 전염병 퇴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비상사태 선포도 문제가 있다. 교역 제한을 막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가!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중국 봐주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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