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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중국 정부는 시민기자 첸치우시(陈秋实, Chen Qiushi)를 즉각 석방하라~!

林 山 2020. 2. 11. 18:21

BBC는 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 New Coronavirus, 2019-nCoV), 일명 우한 폐렴(武漢肺炎, Wu-han pneumonia)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감염 확산 및 당국 대응을 고발해온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첸치우시(陈秋实, Chen Qiushi, 34)가 지난 6일부터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실종 상태인 중국 시민기자 첸치우시


첸치우시의 가족은 그가 격리됐다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으나 언제 어디로 격리된 것인지는 모르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동갑내기 의사 리원량(李文亮, Li Wenliang, 34)이 지난 7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우한 지역 실태 고발을 주저하지 않았던 시민기자의 행방도 불분명해진 것이다. 


중국 동북부 칭다오(青岛) 출신인 첸치우시는 봉쇄령이 내려진 다음날인 1월 24일 우한에 도착했으며, 병원과 장례식장, 임시 격리병동 등을 돌아보고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함으로써 우한의 암울한 실상을 사실 그대로 알렸다.


우한에서 중국 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시민기자 첸치우시의 연락이 끊긴 것은 지난 6일 저녁부터다. 안전을 염려한 친구들과 가족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첸치우시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첸치우시가 강제 격리에 들어갔다는 경찰의 통보가 왔다. 그러나 언제 어디로 격리된 것인지 등 자세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절친했던 한 친구는 첸치우시의 트위터 계정에 첸치우시 어머니의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첸치우시는 중국 공안당국에 끌려갈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트위터에 로그인할 수 있는 계정 정보를 이 친구에게 남겼다고 한다. 게시된 영상 메시지에서 첸치우시의 모친은 "온라인의 모든 분, 특히 우한의 친구들에게 아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첸치우시의 친구이자 유명 무술인인 쉬샤오둥(徐晓東, Xu Xiaodong, 40)은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첸치우시가 격리라는 이름으로 구금됐다고 당국이 부모에게 알려왔으며, 첸치우시의 모친이 '언제 어디로 간 것이냐'고 물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고 알렸다. 첸치우시의 트위터 계정 정보를 받아뒀던 친구는 "우리는 그의 안전이 걱정되고 실종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맨처음 세상에 알린 의사 리원량의 사망으로 거센 분노와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첸치우시의 실종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Weibo)에서도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한 이용자는 "정부가 첸치우시를 공평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또다른 리원량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첸치우시는 리원량과 함께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진실의 수호자'라고 칭송을 받으며, 그가 우한에서 올린 영상 등을 공유하고 있다. 첸치우시는 우한에 도착한 날 "나는 이전에 내가 시민기자라고 밝혔다. 만약 재앙이 있는 전선으로 달려가지 않는다면 내가 무슨 기자겠느냐"라고 말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여기 있는 동안 루머를 퍼뜨리지 않고 공포나 패닉을 조장하지 않겠다. 그러나 진실을 덮지도 않겠다"고 강조했다.


첸치우시는 이후 우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알고 싶어 하는 많은 외부인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주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고통과 절망을 가감 없이 찍었다. 고열로 고생하며 입원하기 위해 며칠을 기다리다 병원 밖에서 쓰러진 사람, 늘어선 임시 병상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운 환자들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첸치우시는 1월 30일 올린 영상에서는 "무섭다. 내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내 뒤에는 공안이 있다"며 두려움을 토로한 뒤 "살아있는 한 여기서 보도를 계속할 것이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내가 왜 공산당을 두려워해야 하나"라고 했다. 그는 칭다오에 있는 부모가 이미 당국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첸치우시는 지난해 8월에는 홍콩에서 촉발된 민주화 요구 시위를 보도하러 현장을 찾았으며, '폭도들의 시위'라는 중국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대부분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됐다는 영상을 웨이보에 올렸다. 그의 홍콩행은 당국의 호출로 갑자기 종료됐으며, 중국에 돌아와서는 여러 부처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74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첸치우시의 웨이보 계정은 삭제됐다. 그러나 첸치우시는 작년 10월초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의 '컴백'을 알리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0월 올린 영상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중국 헌법 35조에 명시된 기본적 시민의 권리"이며, "압박과 방해를 만나더라도 옳은 일이기 때문에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의사 리원량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괴담 유포자로 지목됐던 의사 리원량이 해당 바이러스 감염으로 투병하다 지난 7일 세상을 떠나 중국인들의 거센 분노와 비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첸치우시가 중국 당국의 조치로 '침묵'하게 된 상황이 확인되면 중국 내 분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닭의 목을 비튼다고 해서 어둠을 물리치고 오는 새벽을 막을 수는 없다. 첸치우시가 진실을 알리려고 한 것이 유죄인가? 진실을 알리는 사람을 탄압하는 중국 정부가 유죄인가? 


진정 인민을 위한 정부라면 시민들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첸치우시를 구금하고 있다면 즉각 석방해야 한다. 중국 인민들의 명령이다. 누구를 위한 공산당, 누구를 위한 중국 정부인가~!


*要求中国政府立即释放公民记者陈秋实~!

*The Chinese government must release the citizen reporter Chen Qiushi immediately~!

*중국 정부는 시민기자 첸치우시(陈秋实, Chen Qiushi)를 즉각 석방하라~!


2020. 2. 11. 


임종헌, 신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