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순으로 접어들더니 아파트 단지 화단에 가시칠엽수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가시칠엽수는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의 조경용 관상수로 인기가 있다. 마로니에는 가수 박건이 부른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란 제목의 노래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나무다.
한강토(조선반도)에는 1913년 당시 네덜란드 공사가 기증해 덕수궁에 식재된 마로니에가 지금까지 자라고 있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서울의 동숭동 거리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안에 많이 심겨져 마로니에로 알려졌던 나무는 가시칠엽수가 아니라 일본 원산의 칠엽수(七葉樹)였지만, 이를 마로니에로 불러왔던 관행에 따라 대학이 이전된 이후 마로니에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가시칠엽수는 무환자나무목 무환자나무과 칠엽수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열매 겉면에 가시가 있어서 가시칠엽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음백과에는 서양칠엽수(西洋七葉樹)로 등재되어 있고, 마로니에(marronnier)라고도 부른다고 나와 있다. 꽃말은 '천분(天分), 천재(天才)'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가시칠엽수의 학명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가시칠엽수의 학명은 아에스쿨루스 히포카스타눔 린네(Aesculus hippocastanum L.)이다. 속명 '아에스쿨루스(Aesculus)'의 어원은 불명확하다. 뜻은 '주피터(Jupiter) 신전에서 신성시되는 (가장 키가 큰 참나무의 종인) 겨울 떡갈나무(winter oak) 또는 (식용 도토리가 있는) 이탈리아 참나무(Italian oak)'의 뜻이다. 종소명 '히포카스타눔(hippocastanum)'은 '하마(河馬)'의 뜻을 가진 영어 '히포(hippo)'와 '밤, 밤나무, 밤색의(chestnut)'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카스타눔(castanum)'의 합성어이다. '카스타눔(castanum)'은 '밤나무(chestnut), 갈색(brown)'라는 뜻의 라틴어 '카스타네아(castanea)->카스타네우스(castaneus)->카스타네움(castaneum)->카스타눔(castanum)'으로 음운변화가 일어났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표에 등재된 가시칠엽수의 영어명은 호스 체스넛(Horse chestnut) 또는 체스넛 커먼 호스(Chestnut Common horse), 체스넛 유러피언 호스(Chestnut European horse), 체스넛 호스(Chestnut Horse)이다. '호스 체스넛(Horse chestnut)'은 가시칠엽수를 말 흉부 질환 치료에 사용한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말에 대한 이용은 터키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가시칠엽수를 콩커 트리(Conker tree)라고도 한다. '콩커(Conker)'는 '(밤처럼 생긴) 마로니에 열매'의 뜻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가시칠엽수의 일어명은 마로니에(マロニエ) 또는 세이요우도치노키(セイヨウトチノキ, 西洋栃·橡), 영어명은 호스 체스넛(horse chestnut), 중국명은 어우저우치예슈(欧洲七叶树)이다. 중문판 위키백과에 등재된 가시칠엽수의 중국명은 어우저우치예슈(欧洲七叶树), 이명에는 치예슈(七叶树)), 마리(马栗) 등이 있다. 열매는 사람들이 흔히 먹는 밤과 매우 비슷하고, 또 말에게 먹인다고 해서 '말밤나무'라는 뜻의 '마리슈(马栗树)'라고 부른다.
가시칠엽수의 원산지는 발칸 반도에서 터키의 삼림 지대 등 유럽 남동부다. 그리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공화국, 세르비아, 불가리아 등 발칸 반도 산지의 좁은 지역에도 자생한다. 또한 전 세계 온대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한강토에서는 귀화식물이다.
가시칠엽수는 세계 4대 가로수종의 하나이다. 프랑스에서는 공원에 많이 심어 공원수로도 유명하다. 암스테르담 중앙에 있는 서양칠엽수는 '안네의 일기'에 언급되어 있으며, '안네 프랑크 나무'로 유명하다.
가시칠엽수의 키는 30m, 지름은 1~2m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 나고 손바닥을 편 모양의 겹잎으로 5~7갈래로 갈라져 있으며, 잎자루가 길고 잎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나 있다.
꽃은 5~6월에 상당히 특이하게 핀다. 1개의 꽃대에 길이가 20~30cm인 원추꽃차례를 이루면서 100개 이상의 많은 꽃이 모여 핀다. 꽃잎은 4~5장이고 흰색이다. 꽃잎 아래쪽에는 노란색 또는 분홍색 반점이 있는데, 황적색 반점인 것도 있다. 열매는 둥글고 겉면에 가시가 달려 있으며, 대개 1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
열매는 밤과 닮았지만, 사포닌(saponin)과 글루코사이드가 들어있는 등 약한 독성을 띄고 있어서 먹을 수 없다. 독성을 수치하면 소염제 등 약으로 쓸 수 있다. 옛날부터 치질, 자궁출혈 등의 약재로 유럽에서 사용하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응용 범위가 넓어져서 동맥경화증, 혈전성 정맥염, 외상에 의한 종창(腫脹) 등의 치료와 예방에 사용되고 있다. 사포닌의 에스신(escin), 플레이버놀(flavonol)의 쿼서틴Quercetin, 캠퍼롤(Kaempferol), 태닌(tannin) 등을 함유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 한약재다.
한강토에 자생하는 국표 등재 가시칠엽수의 유사종은 없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국표 등재 가시칠엽수의 유사종에는 칠엽수(Japanese horse chestnut, トチノキ, 栃·橡, 日本七叶树), 노랑칠엽수(yellow buckeye, common buckeye, sweet buckeye, キバナトチノキ, 黄花栃の木), 병솔칠엽수(bottlebrush buckeye, dwarf buckeye, shrubby pavia, アエスクルス・パルビフローラ), 붉은칠엽수(Red buckeye, アカバナアメリカトチノキ), 캘리포니아칠엽수(California buckeye, カリフォルニアトチノキ) 등 19종이 있다.
칠엽수(Aesculus turbinata Blume)의 원산지는 일본이다. 한강토에서는 귀화식물이다. 보통 칠엽수는 일본 원산의 일본칠엽수(日本七葉樹)를 말한다. 일본칠엽수를 왜칠엽수(倭七葉樹)라고도 한다. 키는 30m까지 자란다. 잎은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고, 소엽은 5~7개이며 긴 거꿀달걀형이다. 잎 뒷면에는 적갈색의 부드러운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이중의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6월 가지 끝의 원뿔모양꽃차례에 달린다. 꽃잎은 4 또는 5개이고, 백색 또는 담황색이며, 빨간색의 반점이 있다.
가시칠엽수와 일본칠엽수는 생김새가 너무 비슷하여 서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시칠엽수는 잎 뒷면에 털이 거의 없고, 꽃잎에 분홍색 또는 황색 반점이 있으며, 열매 껍질에 돌기가 가시처럼 발달해 있다. 반면에 일본칠엽수는 잎 뒷면에 적갈색의 털이 있고, 열매 껍질에 돌기가 흔적만 남아 있을 뿐 거의 퇴화되었다.
노랑칠엽수(Aesculus flava Sol.)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키는 15m 이하이다. 꽃은 5월 중순에 노란색 또는 연두색으로 핀다. 병솔칠엽수(Aesculus parviflora Walter)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키는 1.8~3m이다. 꽃은 가지 끝의 원추꽃차례에 6~24개가 흰색 또는 크림빛 흰색으로 달린다. 붉은칠엽수(Aesculus pavia L.)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키는 3~6(11)m 정도이다. 꽃은 붉은색이다. 캘리포니아칠엽수(Aesculus californica Nutt.)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학명은 Aesculus californica (Spach) Nutt.이다. 키는 4~12m이다. 꽃은 5~6(8)월 원추꽃차례에 흰색 또는 옅은 장미색으로 핀다. 꽃밥은 주황색이다.
2020. 5. 10. 林 山. 2023.4.5. 최종 수정
#가시칠엽수 #마로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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