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40대 중반의 남성이 음낭수종(陰囊水腫, hydrocele)으로 내원했다. 문을 닫아걸고 촉진을 해보니 오른쪽 음낭이 달걀만하게 커져 있었다. 환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필자를 알게 되어 충주까지 불원천리 달려왔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음낭수종을 수산증(水疝症)이라고 한다. 수산증은 음낭이 붓고 아픈 병이다. 이것은 한습(寒濕)이 응취되어, 경맥(經脈)이 통하지 않고 기(氣)가 아래에서 정체되어 수습(水濕)이 음낭으로 스며들어간 것이다.
역대 한의사들은 '모든 산(疝)은 간경(肝經)에 귀속된다.'는 의서의 가르침에 따라 산병(疝病)의 변증시치(辨證施治)에서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만을 지나치게 중시하였다. 그래서 치법도 간(肝)을 따뜻하게 하고 목(木)을 소통시키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내원한 환자의 음낭수종-수산증은 주로 한습이 외부생식기에 응체되어, 방광이 기화(氣化) 기능을 상실하여 응체(凝滯)된 기가 오래되어 흩어지지 않자 수액이 모여 음낭이 부어오른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마땅히 화기행수(化氣行水), 온신산한(溫腎散寒)의 치법을 써야 한다.
화기행수, 온신산한의 탁월한 효능을 가진 처방에는 택사(澤瀉) 9.37g, 적복령(赤茯苓), 백출(白朮), 저령(猪苓) 각 5.62g, 육계(肉桂) 1.87g 등 5가지 한약재로 구성된 오령산(五苓散)이 있다. 음낭수종의 치료에 오령산은 약력이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
음낭수종을 치료할 때는 오령산에서 적복령과 육계를 빼고, 통양화기(通陽化氣)하는 계지(桂枝), 이수삼습((利水滲濕)하는 목통(木通)과 차전자(車前子) 각 5.62g, 순기산한(順氣散寒)하는 오약(烏藥), 산증 치료의 요약 소회향(小茴香), 서간행기(舒肝行氣)하는 천련자(川楝子), 온중행기(溫中行氣)하는 목향(木香), 온중산한(溫中散寒), 이기조습(理氣燥濕)하는 오수유(吳茱萸), 보기(補氣), 조화제약(調和諸藥)하는 감초(甘草) 3.75g을 더 넣은 가미오령산(加味五苓散)을 많이 쓴다. 육계를 빼지 않고 계지와 함께 쓰는 경우도 있다.
가미오령산에 사삼(沙蔘) 또는 양유근(洋乳根)을 가미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음낭수종을 더덕으로 치료하기도 했다. 더덕을 한약명 양유근이라고 한다. 사삼은 잔대 또는 딱주를 말하는데, 더덕을 사삼이라고도 한다.
동씨침법(董氏鍼法)에서는 산기(疝氣)를 치료할 때 중간혈(中間穴), 목간혈(大間穴), 측간혈(側間穴), 소간혈(小間穴), 하간혈(下間穴)을 주로 쓴다. 이 5혈은 산기 치료 특효혈(特效主治疝氣)이다. 천양혈(天陽穴), 지양혈(地陽穴), 인양혈(人陽穴), 내음혈(內陰穴), 심음혈(沈陰穴) 등 5혈은 고환 질환에 특효혈(特效主治睪丸疾病)이다. 특히 심음혈은 고환 질환의 특효혈이다.
음낭수종 환자에게 가미오령산을 기본방으로 하여 수증가감(隨症加減)한 한약 처방을 했다. 회심의 처방을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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