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두 번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환자 완치 사례가 나왔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영국인 애덤 카스티예호(Adam Castillejo, 4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골수이식으로 림프종과 AIDS를 완치한 영국인 애덤 카스티예호
9년 동안 불치의 후천면역결핍증(後天免疫缺乏症,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이 조금 잠잠해졌을 때, 그는 다소 안심하고 있었다. 바이러스는 더이상 검출되지 않았고 일상생활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두 번째 시련이 닥쳤다. 악성 림프종 말기 판정을 받은 그는 4년 뒤 최후의 수단으로 위험한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예후를 장담할 수 없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가 이식 받은 골수에는 유전자가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른 세포가 있었고, 이 세포를 이식 받은 그에게 악성 림프종과 에이즈 둘 다 완치하는 기적이 있어났다. 그는 현대판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HIV에 감염됐다 완전히 치유된 사상 두 번째 환자가 된 것이다.
전세계에는 3,700만 명의 HIV 감염 환자가 있다. 카스티예호는 2007년 베를린에서 처음 나온 사상 첫 HIV 감염증 완치자인 티모시 브라운에 이어 12년 만에 나온 완치 환자다. 카스티예호는 단 두 명 존재하는 완치자 중 1명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HIV 감염 환자 완치 두 번째 사례는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카스티예호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었다. 런던에 거주한다는 사실만 알려져 그 동안 ‘런던 환자’라는 의학계 별칭으로만 불려왔다.
카스티예호는 23세였던 2003년 HIV 감염 판정을 받았다. HIV 바이러스는 20세기 말까지 감염되면 매우 높은 확률로 사망하는 불치의 바이러스로 악명이 높았다. 카스티예호도 자신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HIV는 인간의 면역세포에 침투해 면역계를 망가뜨리는 바이러스다. 10여 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 뒤 감염자가 폐렴 등 다른 병에 걸렸을 때 AIDS(에이즈)를 일으킨다. 에이즈가 발병하면 가벼운 병조차도 면역력 결핍으로 이기지 못해 사망한다. 따라서 치명률이 매우 높다.
최근 HIV 자체는 인체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에이즈가 발병해도 관리만 잘 하면 3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돼 있었다. 다만 체액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어 백신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다. 현재 HIV 감염자 수는 세계적으로 3,700만 명이고, 백신 연구에 투입되는 자금은 결핵,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위권이다.
항바이러스제로 꾸준히 관리를 이어오며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까지 갔던 카스티예호에게는 다시 한번 불운이 겹쳤다. 32살이던 2012년, 그는 암의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 말기 판정을 받았다. 림프종은 상태가 나쁠 경우 면역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는 상태가 나빴고, 2016년 위험한 골수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카스티예호가 이식 받은 골수 속 조혈모세포에는 유전자 하나가 특이하게 변한 상태였다. 원래 HIV가 인체의 면역세포에 감염돼 침투할 때는 세포 표면의 표적 단백질-CCR5에 붙은 뒤 침투한다. 문을 열 때 문고리가 필요한 것처럼 HIV 바이러스도 면역세포 표면의 '문고리' 단백질을 찾아 세포를 여는 것이다.
그런데 카스티예호가 골수이식을 통해 받은 조혈모세포가 만드는 면역세포에는 '문고리'가 없었다. 골수이식 뒤 그의 면역세포는 모두 '문고리'가 사라졌고, HIV 바이러스는 더이상 세포에 침투해 증식할 수 없었다. 수술 뒤 체내 HIV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1년 뒤인 2017년 10월부터는 항바이러스제 투여도 중단했다. 항바이러스제를 쓰지 않아도 바이러스가 검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술 뒤 약 3년 뒤인 지난해 3월, 담당 의사는 그의 완치 사례를 네이처에 공식 발표했다.
카스티예호의 치료 사례는 12년 전 첫 번째 HIV 감염 완치 환자인 브라운의 사례와 동일하다. 골수이식을 통해 조혈모세포를 '문고리'가 없는 변이 형태로 바꾼 원리다.
두 사람의 치료 경험은 많은 의사와 환자들에게 HIV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치료 사례는 의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똑같은 치료가 두 번 성공해 최초의 완치 사례가 오류가 아니었음도 입증했다.
카스티예호는 9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희망을 전하는 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 두 명의 치료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IV 전문가인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골수이식 같은 위험한 방법이 아닌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을 개발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스티예호의 주치의 라빈드라 굽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의대 교수도 HIV 감염은 잠복기가 길어 더 긴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골수이식은 매우 위험한 치료법이다. 따라서 골수이식은 HIV와 암을 모두 가진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또 골수이식은 ‘문고리’ 단백질(CCR5)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 종류의 HIV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카스티예호는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는 데 큰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결심하고도 오랜 시간 재고해야 했다. 그는 암이나 HIV 감염, 또는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치료 사례가 희망의 신호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수이식은 암과 AIDS에 동시에 걸려야 쓸 수 있는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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