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의학 건강 이야기

자식을 가슴에 묻은 할머니

林 山 2020. 7. 21. 12:05

며칠 전 40대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는 70대 후반의 할머니가 내원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할머니는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인물도 좋고, 효성도 지극했다는 아들을 잃었으니 왜 안 그럴까!

 

할머니를 보는 나도 가슴이 답답해왔다. 자식 잃은 어미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으랴! 할머니에게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시면 아드님을 만나게 될 것이니 너무 애통해하시지 마세요."라고 위로를 해주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큰일을 당하면 기가 막히게 된다. 기가 막히면 소화도 안되고, 숨이 차고 막히며, 가슴이 미어터질 것처럼 답답하다. 만사 의욕이 없고, 밥 생각도 나지 않으며, 심하면 죽고 싶은 생각만 든다.

 

이럴 때는 청심안신(淸心安神), 이기관흉(利氣寬胸), 행기산울(行氣散鬱) 등의 침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할머니를 베드에 편안하게 눕게 한 다음 공손, 내관, 신문, 태계, 단중, 백회 등의 혈에 침을 놓았다. 그리고, 소상혈을 방혈했다. 유침 시간은 20분으로 했다.

 

치료실에서 나오는 할머니의 안색이 눈에 띄게 평온해 보였다. 무엇보다 답답한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려서 살 것 같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에게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다시 한번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가야만 하는 길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아드님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사실 거에요."라고 위로해 드렸다.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나도 마음이 놓였다. 會者定離 生者必滅~!

 

2020.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