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박주가리 '먼 여행(旅行)'

林 山 2020. 7. 29. 15:13

2020년 7월 어느 날부터인가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길에 매일 지나다니는 충주시 연수동 연원시장 초입 도로변 울타리에 박주가리 덩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7월 14일 무렵 퇴근길이었을 거다. 연원시장으로 들어서다가 문득 울타리에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박주가리꽃이 눈에 들어왔다. 일터가 있는 교현동 체육관 사거리 부강아파트 담장에도 박주가리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솜털이 보송보송 난 작은 꽃이 앙증맞고 귀여워서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박주가리(충주시 교현동, 2020. 7. 14)

박주가리는 용담목(龍膽目, Gentianales) 협죽도과(夾竹桃科, Apocynaceae) 박주가리아과(Asclepiadoideae) 박주가리속(Metaplexis)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박주가리아과는 예전에는 박주가리과(Asclepiadaceae) 또는 나마과(蘿藦科)였으나 APG II 분류 체계에서부터 협죽도과로 편입되었다. APG II 분류 체계에서 박주가리 속명은 키난쿰(Cynanchum)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박주가리속 자생식물은 박주가리 단 1종만 존재한다. 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노아등(老鴉藤), 뢰과(賴瓜), 비래학(飛來鶴), 학광표(鶴光瓢), 나마(蘿藦), 비학래(飛鶴來), 노괄표(老鴰瓢)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꽃말은 '먼 여행(旅行)'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박주가리의 학명은 메타플렉시스 자포니카 (툰베리.) 마키노[Metaplexis japonica (Thunb.) Makino]이다. 속명 '메타플렉시스(Metaplexis)'의 유래는 알 수 없다. 협죽도과(夾竹桃科, Apocynaceae)에 속하는 분류학적 속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종소명 '자포니카(japonica)'는 처음 발견된 곳 또는 자생지가 일본임을 나타낸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마키노(Makino)'는 일본의 식물 분류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 1957)이다. 일본 식물에 학명을 붙인 최초의 일본인이다. 그가 이름을 붙인 식물은 1000여 종, 1500여 변종에 이른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 등재된 박주가리의 학명은 키난쿰 로스텔라툼 (투르크자니노.) 리데 & 카눔[Cynanchum rostellatum (Turcz.) Liede & Khanum]이다. 속명 '키난쿰(Cynanchum)'은 그리스어로 '개(dog)'를 뜻하는 '키노스(kynos)'와 '목을 조르는(to choke)'의 뜻을 가진 '안케인(anchein)'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협죽도과(Apocynaceae)에 속하는 몇몇 종의 식물(swallowworts)을 아울러 일컫는 고유명사다. 속명은 백미꽃속이다. 종소명 '로스텔라툼(rostellatum)'의 기원은 구글링을 통해서 찾지 못했다. '투르크자니노(Turcz.)'는 러시아의 식물학자이자 식물 수집가인 니콜라이 스테파노비치 투르크자니노(Nikolai Stepanovich Turczaninow, 1796~1863)이다. '리데(Liede)'는 독일의 식물학자 지그리트 리데(Sigrid Liede, 1957~), '카눔(Khanum)'은 파키스탄의 식물학자 리즈와나 카눔(Rizwana Khanum, ?~2016)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박주가리의 영어명은 러프 포테이토(Rough potato)이다. '거친 감자'라는 뜻이다. FOM 등재 영어명은 패니클드 틱-트레포일(panicled tick-trefoil)이다. '원추 꽃차례를 가진 콩과 도둑놈의갈고리속 식물'이란 뜻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일본명은 가가이모(カガイモ), FOM 등재 일본명은 가가이모(ガガイモ, 蘿芋)다. 가가이모(蘿藦, 鏡芋, 芄蘭)라고도 한다. 국표, 국생정의 'カガイモ'는 FOM의 'ガガイモ'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维基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뤄모(萝藦)이다.

维基百科에는 완란(芄兰, 诗疏), 디(藋, 尔雅), 주어허즈(斫合子, 本草纲目拾遗), 셩퍄오(省瓢, 诗疏 陆玑), 쿠완(苦丸, 陶弘景), 쉰상(熏桑), 지창(鸡肠, 本草拾遗), 바이한텅(白环藤), 양포나이(羊婆奶), 포포젠셴포(婆婆针线包, 纲目, 河北), 포포젠자알(婆婆针扎儿, 救荒本草), 포포젠다이얼(婆婆针袋儿, 袖珍方), 나이쟝차오(奶浆草, 民间常用草药汇编), 양쟈오(羊角), 톈쟝커(天浆壳), 만텅차오(蔓藤草), 나이허텅(奶合藤), 투구텅(土古藤), 쟝관터우(浆罐头), 나이쟝텅(奶浆藤, 华北), 반펑텅(斑风藤, 湖南), 라오과퍄오(老鸹瓢, 辽宁), 하라퍄오(哈喇瓢), 허광퍄오(鹤光飘, 东北), 양퍄오퍄오(洋飘飘, 江苏), 톈쟝궈(天将果), 쳰청쉬(千层须), 페이라이허(飞来鹤), 루쟝텅(乳浆藤), 허퍄오커(鹤瓢棵), 예훙차이(野蕻菜), 랑과퍄오(赖瓜瓢), 라오렌퍄오(老人瓢, 华东), 터우양쟈오차이(头羊角菜), 양나이커(羊奶科), 허보얼(合钵儿), 시쓰텅(细丝藤), 예거샨샤오(野隔山消), 샤오거따챠오(小隔大撬), 라오포진(老婆筋), 톈어룽(天鹅绒), 샤오칭부(小青布), 따양파오나이(大洋泡奶), 따오커우야오(刀口药) 등 44개의 이명이 실려 있다. 百度百科에는 완(莞), 궈루황(过路黄) 등의 이명도 등재되어 있다.

 

박주가리(충주시 교현동, 2020. 7. 14)

박주가리는 일본, 쿠릴 열도, 중국, 만주에 분포한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전국 각처에 야생한다(국생정). 가가이모(蘿芋, 蘿藦)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이다. 러시아에도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난다(FOM). 뤄모(萝藦)는 한강토, 러시아,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둥베이(东北), 깐쑤(甘肃), 후베이(湖北), 허난(河南), 화베이(华北), 샨시(陕西), 구이저우(贵州), 화둥(华东) 등지의 해발 100~1,100m 지대 강가, 삼림, 황무지, 산기슭, 길가 관목 숲에서 자란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약재로 재배한다(维基百科, 百度百科).

 

박주가리(충주시 교현동, 2020. 7. 14)

박주가리 덩굴은 3m 이상 자란다. 줄기를 자르면 젖 같은 하얀 액체가 나온다. 이 유즙(乳汁)은 작은 곤충이 먹으면 마비를 일으킬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난상 심장형(卵狀心臟形)이며, 끝이 뾰족하고 털이 없다. 또, 잎이 약간 두껍고 톱니가 없으며, 지맥(支脈)이 분명하고, 뒷면이 분처럼 희다.

꽃은 7~8월에 엷은 보라색으로 핀다. 총상(總狀) 꽃차례는 액출(腋出)하고 꽃대가 있다. 녹색의 꽃받침은 5조각으로 깊게 갈라지며, 열편(裂片)은 송곳형으로 끝이 날카롭다. 꽃부리는 바퀴 모양으로 5열된다. 꽃잎 안쪽에는 털이 밀생하고, 열편은 피침형(披針形)으로 뒤로 젖혀진다. 수술에는 납질(蠟質)의 꽃가루가 여러 개의 덩어리를 이루어 붙어 있다.

 

박주가리(충주시 교현동, 2020. 8. 11)

박주가리의 열매는 골돌과(蓇葖果)로서 짐승 뿔이나 방추 또는 표주박처럼 생겼다.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열매 전면에는 고르지 않은 작은 돌기가 있다. 씨는 편평한 거꿀달걀 모양이다. 성숙하면 열매가 봉선(縫線, suture, raphe)을 따라 열리고, 하얀 털이 빽빽이 달려 있는 씨가 나온다. 씨에는 흰색 명주실 같은 것이 달려 있어 바람에 잘 날린다.

 

박주가리(충주시 연수동, 2020.  9. 3)

문헌에는 박주가리의 어린순을 삶아서 물에 우려내어 나물로 먹는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충주에서는 박주가리를 나물로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박주가리의 덜 익은 열매는 들척지근하여 어린이들이 군것질거리로 먹기도 한다. 옛날에는 박주가리 종자의 털을 솜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인주(印朱)나 바늘쌈지를 만들기도 했다.  

 

박주가리(충주시 연수동, 2022. 9. 30)

박주가리의 전초(全草) 또는 뿌리(根)를 7~8월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것을 한약명 나마(蘿藦), 과실은 나마자(蘿藦子), 과실껍질(果殼)은 천장각(天漿殼)이라 한다. 나마는 보정익기(補精益氣), 해독, 젖(乳)을 나게 하는 효능이 있어 폐결핵 등 허로손상(虛損勞傷), 양위(陽痿), 대하(帶下), 유즙불통(乳汁不通), 단독(丹毒), 창종(瘡腫)을 치료한다. 나마자는 보정익기, 생기(生肌), 지혈(止血)의 효능이 있어 허약피로(虛弱疲勞), 양위, 금창출혈(金瘡出血)을 치료한다. 천장각은 청폐화담(淸肺化痰)의 효능이 있어 해수담다(咳嗽痰多), 폐풍담천(肺風痰喘), 백일해(百日咳), 경기(驚氣), 마진(痲疹)의 발진불출(發疹不出) 등을 치료한다(국생정).

박주가리(충주시 연수동, 2022. 11. 7)

나마(蘿藦)의 맛은 달고 매우며, 성질은 평(平)하다. 보정익기(补精益气), 통유(通乳), 해독(解毒)의 효능이 있어 질손노상(跌损劳伤), 양위(阳痿), 유정(遗精), 백대(白带), 유즙부족(乳汁不足), 단독(丹毒), 나력(瘰疬, 연주창), 정창(疔疮), 독사교상(蛇虫咬伤)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나마, 나마자, 천장각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 등재되지 않은 한약재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나마, 나마자, 천장각을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10. 24. 林 山. 2023.9.26. 최종 수정

#박주가리 #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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