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나팔꽃

林 山 2020. 7. 30. 12:15

7월로 접어들자 나팔꽃이 한 송이 두 송이 보이기 시작했다. 7월 중순 경부터는 나팔꽃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어났다. 야생화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에는 메꽃과 나팔꽃이 서로 비슷하여 같은 꽃인 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두 꽃은 같은 메꽃과이며, 속만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팔꽃은 전국 각지의 산과 들 어디서나 잘 자라기에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꽃이다. 나팔꽃은 일찍 피었다가 빨리 시들기 때문에 바람둥이 꽃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미망인들은 나팔꽃을 집안에 심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둥근잎나팔꽃(충주시 연수동, 2020. 7. 15)

나팔꽃은 통화식물목 메꽃과 나팔꽃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Pharbitis nil (L.) Choisy이다. 나팔꽃의 영어명은 로브드립 파르비티스(Lobedleaf Pharbitis), 또는 재퍼니즈 모닝-글로리(japanese morning-glory), 블루-모닝-글로리(blue-morning-glory)이다. 일어명은 아사가오(あさがお, 朝顔) 또는 긴카(きんか, 槿花)인데, 긴카는 무궁화를 뜻하기도 한다. 중어명은 라바화(喇叭花) 또는 쳰뉴화(牽牛花)이다. 나팔꽃의 이명에는 털잎나팔꽃, 견우화(牽牛花), 나팔화(喇叭花), 천가(天茄), 금령(金鈴), 초금령(草金鈴), 구이초(狗耳草), 분증초(盆甑草) 등이 있다. 

 

나팔꽃의 유사종에는 둥근잎나팔꽃(Ipomoea purpurea (L.) Roth), 미국나팔꽃(pomoea hederacea Jacq. var. hederacea), 애기나팔꽃(Ipomoea lacunosa L.), 별나팔꽃(Ipomoea triloba L.) 등이 있다. 둥근잎나팔꽃은 열대 남아케리카가 원산지이며, 고구마속이다. 잎 가장자리가 갈라지지 않으며, 관상용으로 재배되던 것이 야생으로 퍼진 것이다. 미국나팔꽃은 잎이 깊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다. 애기나팔꽃은 꽃의 크기가 작다. 별나팔꽃은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한국의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길가나 빈터에서 자란다. 꽃색은 분홍색 또는 붉은색이다.

 

나팔꽃 덩굴은 3m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줄기 전체에 밑을 향한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길고 심장형이며 보통 3개로 갈라진다. 열편은 끝이 날카롭거나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표면에 털이 있다. 나팔꽃의 잎은 미량의 대기오염물질인 오존, 이산화황, 옥시던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붉은 반점을 형성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식물이기도 하다.

 

꽃은 7~8월에 피며 잎겨드랑이에 1~3송이 달린다. 꽃은 해가 진후 꽃망울이 열리기 시작하여 새벽에 핀 후 다음날 오전에 시든다. 꽃색은 남자색, 백색, 적색 등 여러 가지 색이 있다. 꽃받침은 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열편은 좁고 길게 뾰족해지며 뒷면에 긴 털이 난다. 꽃부리는 깔때기모양이다. 꽃봉오리는 붓끝 모양이고 오른쪽으로 잡힌 주름이 있다. 1개의 암술과 5개의 수술은 꽃 안에 들어 있다. 열매는 삭과로 숙존악(宿存萼)이 있고 구형이다. 세 개의 방에는 각각 2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흰색 둥근잎나팔꽃(충주시 연수동, 2020. 7. 15)

나팔꽃과 둥근잎나팔꽃의 종자를 한약명 견우자(牽牛子)라고 한다. 나팔꽃 씨앗은 옛날 변비를 치료하는 가정상비약으로 써왔다. 당시에는 나팔꽃 씨앗을 주고 그 대가로 소 한 마리를 끌고 왔기 때문에 견우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견우자 가운데 표면이 회흑색(灰黑色)인 것은 흑축(黑丑), 담황백색(淡黃白色)인 것은 백축(白丑)이라고 나와 있다. 어떤 문헌에는 남자색 또는 붉은색 나팔꽃의 종자를 흑축, 흰색 나팔꽃의 종자를 백축이라고 한다. 흑축 중에서도 청백색의 꽃이 핀 나팔꽃의 씨를 약재로 쓴다.

 

 

남자색 둥근잎나팔꽃(충주시 연수동, 2020. 7. 15)

견우자의 성질은 차고 독이 있으며, 맛은 쓰다. 하지만 견우자의 독성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견우자는 사수통변(瀉水通便), 소담척음(消痰滌飮), 살충공적(殺蟲攻積), 강기(降氣)의 효능이 있어 수종창만(水腫脹滿), 부종(浮腫), 이변불통(二便不通), 담음적취(痰飮積聚), 기역천해(气逆喘咳), 충적복통(蟲積腹痛), 회충(蛔蟲 ), 조충병(絛蟲病) 등을 치료한다. 흑축의 약효가 백축보다 빠르지만, 효능은 비슷하다.  

 

 

붉은색 둥근잎나팔꽃(충주시 연수동, 2020. 7. 15)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견우자에 대하여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며(苦) 독이 있다. 기를 잘 내리며 수종(水腫)을 낫게 하고 풍독을 없애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찬 고름을 밀어내고 고독을 없애며 유산시킨다. ○ 흰 것은 백축(白丑)이라 하고 검은 것은 흑축(黑丑)이라 한다. 이 약이 처음 밭과 들판에 났는데 어떤 사람이 소를 끌고 다니면서 이 약을 경솔하게 여겼기 때문에 견우자라 한 것이다. 음력 9월 이후에 씨를 받는다(본초).  ○ 기(氣) 속에 습열을 사한다. 기병에 쓰는 약으로 인경하면 기에 들어가고 대황으로 인경하면 혈에 들어간다. ○ 검은 씨, 흰 씨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흰 씨는 금(金)에 속하고 검은 씨는 수(水)에 속한다. 그의 성질이 맹렬하고(烈) 잘 퍼져 나가는 것이 여러 가지 매운 약들보다 더욱 심하다. 술에 버무려 6시간을 찌거나 볶아 익혀서 매 600g에서 맏물가루 160g을 내어 쓴다. 생것은 약효가 더욱 빠르게 나타난다(입문).'라고 나와 있다.

 

나팔꽃(단양군 영춘면 오사리, 2006. 10. 22)

나팔꽃에 전해오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아내와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가 살고 있었다. 둘 사이는 매우 행복하였고 이것을 시기한 사또가 아내를 불러 감옥에 가두었다. 아내를 보고 싶어하던 남편은 자기가 그린 그림을 사또가 살고 있는 담장 아래에 묻은 후 목숨을 끊었다. 그날 밤 남편의 꿈을 꾼 아내는 아침에 밖을 내다보고 담벼락을 타고 올라와 핀 나팔 모양의 꽃을 보았고,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꿋꿋이 살았다고 한다.

 

2020. 7. 29. 林 山. 2022. 3. 21.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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