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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18)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을 왜곡하다 - 조현래

林 山 2020. 9. 6. 18:06

무궁화는 한국의 국화(國花)이며, 나라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은 무궁화이다. 하지만 강효백은 자신의 저서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조현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서 이 주장이 친일파 또는 친일 잔재의 척결이라는 과잉 목적의식이 현실과 실제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비판한다. 박정희 정권이 무궁화를 권위주의와 국가의 상징으로 과도하게 선전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그것이 사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어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조현래는 주장한다. 두 사람의 논쟁이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林 山>

 

무궁화(경기도)

 '두 얼굴의 무궁화' 비판(18)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을 왜곡하다. 

 

 

[두 얼굴의 무궁화] 이규보의 「문장로(文長老)와 박환고(朴還古)가 '무궁화'를 논평하였다면서 지은 시운(詩韻)에 차(次)하다.」라는 긴 제목의 시가 있다.

떨어진 꽃  차마 보기 역겨워 / 不忍見落後
그 이름 '무궁'이라 지어본들 / 反以無窮名
무궁한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으랴 / 倘可無窮有  (p.67)

 

  

 

[두 얼굴의 무궁화] 이 한시가 무궁화를 시제로 하여 읊었다는 최초의 시문이자 무궁화란 이름이 최초로 등장하였다고 주장하여온 문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문 어디에도 '무궁'만 있지 '무궁화'는 없다. '무궁'을 '무궁화'로 해석하는 건 한 마디로 억지무궁 궁색무궁 궤변무궁이다. 이 한시 역시 중국의 옛날 고사를 인용하여 시운을 본따 지은 것이다.(p.67)

 

  

《fact check : 동국이상국집』의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이 무궁화가 아니라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

 

▷ "不忍見落後"(불인견낙후)가 '떨어진 꽃 차마 보기 역겨워'라고? 

-국어사전에서 '역겹다'는 '역정이 나거나 속에 거슬리게 싫다.'라는 뜻이다.

-자신이 '무궁화'를 역겹다고 보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不忍見'(불인견)은 지켜보는 것이 어렵다는 뜻일 뿐이다.

​-하루 피고 금방 떨어진 꽃을 지켜보는 것이 어렵다는 뜻일 뿐이다.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이 무궁화가 아니라고? 

 

-'긴 제목의 시' 운운하며 아주 일부분을 언급하고 그것도 본래의 뜻과는 다른 '역겹다'는 의미로 번역한 후 '無窮'과 '無宮'이 무궁화의 이름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시의 서두에서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槿花名'(근화명=무궁화의 이름)으로서 '無窮'(무궁)과 '無宮'(무궁)을 논평한 것이라고 명시하였다.

-무궁화라는 이름에서 '花'(화)가 빠져 있다는 것으로 무궁화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야말로 실제로 기록 내용에 비추어 억지이고, 궁색하며, 궤변일 뿐이다.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이라는 이름이 중국의 옛날 고사를 인용하여 시운을 본딴 것이라고?

-한시(漢詩)에서 차운(次韻)이라는 것은 옛 시에서 운(韻, rhyme)을 잇는다는 것일 뿐 시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槿花(근화) 또는 木槿(목근)에 대한 별칭(다른이름)으로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궁화를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라고 하는 것은 우리만의 고유 표현이다.  

-중국의 어느 고사에서 무궁화를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라고 하는가? 단 하나라도 대 보시라.

 

 

 [次韻文長老,朴還古論槿花] '문장로(文長老)와 박환고(朴還古)가 무궁화를 논평하면서 지은 시운을 차하다'

 

 長老文公 東皐子朴還古 各論槿花名 或云無窮 無窮之意 謂此花開窮 或云無宮 無宮之意 謂昔君王愛此花 而六宮無色 各執不決 因探樂天詩 取其韻各賦一篇 亦勸予和之

 

장로 문공과 동고자 박환고가 각기 무궁화의 이름에 대해 논평을 하였는데 하나는 ‘무궁은 곧 無窮(무궁)의 뜻이니 이 꽃은 끝없이 피고 진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하고, 또  하나는 ‘무궁은 無宮(무궁)의 뜻이니 옛날 어떤 임금이 이 꽃을 매우 사랑하여 온 궁중이 무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하여, 각기 자기의 의견만을 고집하므로 결정을 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백낙천(白樂天)의 시운으로 두 사람이 각기 시 한 편씩을 짓고 또 나에게 화답하길 권하였다.

 

 槿花之二名   무궁화의 두 가지 이름 
 發自吾二友   우리 두 친구로부터 시작했다 
 滯一各不移   각기 아집을 못 버려
 若尙左尙右   굳이 좌라 우라 주장하네 
 我將試新勇    내 새로운 용기 뽐내어 
 兩敵破一手   그대들을 한 손에 부수련다 
 嘗聞古之人   듣건대 옛사람들도 
 戱韭以爲九   구(韭)를 구(九)라고 희롱했다오 
 宮窮亦似戱   궁(窮)이나 궁(宮)도 모두가 농담이야  
 初傳自誰口   맨 처음 뉘 입에서 나왔는가 
 予獨立可斷   나는 쉽게 판단할 수 있으니

 如辨醇醨酒   좋은 술 나쁜 술과 같은 걸세
 此花片時榮   하물며 이 꽃은 잠시뿐이라 
 尙欠一日久    하루도 지탱하기 어려운 것이
 人嫌似浮生   허무한 인생과 같음 혐의하여
 不忍見落後   떨어진 꽃 차마 보지 못해 

 反以無窮名   도리어 무궁이라 이름했지만
 倘可無窮有   그러나 과연 무궁토록 있겠는가 
 二子聞之驚    두 사람 이 말 들으면 크게 놀라  
  闔吻如閉牖   입 다물고 말 못 하리

 我說誠有憑   내 말이 근거 있으니 
  問君肯之否   그대들 긍정하겠는가
  如將移諸朝   만일 조정에 이 말 옮긴다면
  亦可言亥首   또한 해수라 할 것이네

 

이규보(李奎報),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결론 : 어설픈 왜곡으로 하늘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이라는 이름은 고려 중기 이전에 무궁화가 도입되어 토착화가 이루어졌음을 알려준다.

 

-무궁화에 대한 다양한 한자 표현 '無窮'/'無宮'(동국이상국집, 1241/명물기략, 1870), '無窮花木'(향약집성방, 1433), '舞宮花'/'無官花'(산림경제, 1715), '無窮花'(본사, 1787/동언고, 1836/오주연문장전산고, 185?/송남잡지, 1855/국한회어, 1895), '蕪藭花'(화암수록, 18세기)가 등장하는 것은 이들 한자가 한글 '무궁화'를 나타내기 위한 이두식 차자(借字) 표기라는 것을 알려준다.

-『동국이상국집』(1241)의 '無窮'과 '無宮'이라는 표현은 동일한 '무궁'이라는 음을 나타내기 위한 한자 표현이므로, 중국 명칭 '木槿'(목근) 또는 '槿花'(근화)와 다른 우리말 이름으로서 '무궁'이 다수가 사용하는 언어로 정착되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무궁화는 최소한 고려 중기 이전에는 국내에 도입되어 토착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설픈 왜곡으로 '無窮'(무궁) 또는 '無宮'(무궁)이 아니라고 우겨도 억지스럽고, 궁색스러운 궤변이 통할 수는 없다!!

 

-'긴 제목의 시' 운운하며 극히 일 부분만을 언급하고 번역을 왜곡해도, '無窮'(무궁)과 '無宮'(무궁)이 이미 토착화된 우리말 무궁화를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것을 숨길 수는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