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노루오줌 '쑥스러움'

林 山 2020. 10. 13. 12:10

노루오줌을 카메라에 처음 담은 때는 2006년 6월 30일 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화단에서였다. 당시 부강아파트에는 야생화를 기르는 취미를 가진 주민이 살고 있었다. 그는 틈틈이 화단에 각종 야생화들을 심고 키웠다. 그래서 부강아파트 화단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철따라 피고지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환경 정화를 한답시고 화단의 야생화들을 모조리 뽑아 버렸다. 야생화가 사라진 아파트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풍경으로 변했다.  이후 산을 오를 때마다 노루오줌을 만나면 반가운 마움이 앞섰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이 다소 특이하다. 어디서 유래한 이름일까? 노루오줌의 이름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뿌리에서 노루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하여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또, 노루가 물 마시러 올 만한 깊은 산속 물가에서 자란다고 하여 노루오줌이라는 설도 있다.     

 

노루오줌(충주시 연수성당, 2021. 5. 29)

노루오줌은 장미목 범의귀과 노루오줌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노루오줌의 정명은 아스틸베 치넨시스 (막시모비치) 프랑셰 & 사바티에[Astilbe chinensis (Maxim.) Franch. & Sav.]이다. 속명 '아스틸베(Astilbe)'는 '무(無)'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아(A)'와 '윤채, 번들거림(glitter)'의 뜻을 가진  '스틸베(stilbe)'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이름이다. '스틸베(stilbe)'는  '반짝반짝 빛나다, 번들거리다(glitter)의 뜻을 가진 '스틸베인(stilbein)'에서 유래했다. 개승마속(Aruncus)에 비해 잎에 윤채가 없음(not glittering)을 나타낸 속명이다. 종소명 '치넨시스(chinensis)'는 '차이니즈(Chinese, 중국의)'의 라틴어 표기이다. 처음 발견된 장소 또는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뜻이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프랑셰(Franch.)'는 프랑스 식물학자 아드리앙 르네 프랑셰(Adrien René Franchet, 1834~1900)이다. 프랑셰는 동아시아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식물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의 식물상을 정리하였다. '사바티에(Sav.)'는 프랑스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한 식물학자 폴 아메데 루도비치 사바티에(Paul Amedée Ludovic Savatier, 1830~1891)이다. 사바티에는 일본에 파견되어 10년을 복무하는 동안 식물학에 전념하여 일본 식물 분류에 린네 모델을 적용하려고 시도했다. 그는 프랑셰와 현지 식물학자 이토 케이스케(伊藤圭介, 1803~1901), 다나카 요시오(田中芳男, 1838~1916)와도 협력하였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노루오줌의 학명은 아스틸베 루브라 후커 & 톰슨(Astilbe rubra Hook.f. & Thomson)이다. 국표에는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종소명 '루브라(rubra)'는 '빨간(red), 불그스름한(ruddy)'의 뜻을 가진 라틴어 '루베르(ruber)'에서 유래했다. '루베르(ruber)'에서 어미 변화가 일어나  '루브라(rubra)'가 되었다. '후커(Hook.f.)'는 영국의 식물학자 조지프 돌턴 후커(Joseph Dalton Hooker, 1817~1911) 경이다. 후커 경은 남극, 히말라야의 시킴, 뉴질랜드, 영국, 인도, 모로코 등을 탐험했으며, 그곳의 식물상을 정리해 출판했다. 그는 19세기 최고의 식물학자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조지 벤섬(George Bentham, 1800~1884)과 함께 '식물의 속(Genera plantarum)'을 출판해 식물지리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톰슨(Thomson)'은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식물학자 토머스 톰슨(Thomas Thomson, 1817~1878)이다. 영국 동인도 회사의 외과의사였던 톰슨은 후에 식물학자가 되었으며, 조지프 후커의 친구였다. 톰슨은 후커가 '플로라 인디카(Flora Indica)의 제1권을 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노루오줌의 영어명은 폴스 고츠 비어드(False goat’s beard)이다. '가짜 염소 수염'이라는 뜻이다. 꽃차례가 염소 수염을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차이니즈 어스틸비(Chinese astilbe), 톨 폴스-벅스-비어드(tall false-buck's-beard)라고도 한다. '차이니즈 어스틸비(Chinese astilbe)'는 '중국 승마(升麻)', '톨 폴스-벅스-비어드(tall false-buck's-beard)'는 '가짜 큰 수사슴 수염'이라는 뜻이다. 일본명은 오치다케사시(オオチダケサシ, 大乳茸刺), 이명에는 가라치다케사시(カラチダケサシ) 등이 있다. 중국명은 뤄신푸(落新婦), 이명에는 진마오치(金毛七), 진마오산치(金毛三七), 마오촨치(毛川七), 샤오셩마(小升麻), 주훠(朮活), 마웨이셴(馬尾參), 샨화치(山花七), 창궈뤄신푸(長果落新婦), 아근빠(阿根八), 티에훠쳰(铁火钳), 인양후(阴阳虎) 등이 있다. 노루오줌의 이명에는 홍승마, 큰노루오줌, 왕노루오줌, 노루풀, 산화칠(山花七) 등이 있다. 꽃말은 '쑥스러움'이다.  

 

노루오줌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쓰시마 섬(對馬島), 중국, 극동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산지의 습지나 풀밭, 강가에서 자란다. 일본은 쓰시마 섬에만 자생한다. 중국은 헤이롱쟝(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허베이(河北), 샨시(山西), 샨시(陕西), 깐쑤(甘肃) 동부와 남부, 칭하이(青海) 동부, 샨동(山东), 쩌쟝(浙江), 쟝시(江西), 허난(河南),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쓰촨(四川), 윈난(云南) 등지에 분포한다. 

 

노루오줌 (예빈산, 2013. 6. 16)

노루오즘의 근경은 옆으로 짧게 뻗어 있다. 키는 30~7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며, 긴 갈색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3개씩 2~3회 갈라지며 엽병은 길다. 정소엽은 긴 달걀모양 또는 난상 긴 타원형으로서 끝이 짧은 예두이며 둔저 또는 심장저에 가깝고 가장자리에 겹톱니 또는 결각상의 톱니가 있다. 소엽은 종이처럼 얇다.

 

꽃은 6~8월에 홍자색으로 피며 줄기끝에 원뿔모양꽃차례를 이룬다. 꽃색은 홍자색이지만 분홍색, 분홍색을 띠는 흰색, 홍등색(紅藤色, 라일락색), 적자색 등 변이가 심하다. 꽃차례는 길이 30cm 정도로서 많은 꽃이 달리며 짧은 털이 있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열편은 달걀모양이다. 꽃잎은 5개로서 선형이다. 수술은 10개이며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길이 3~4mm이다.

 

노루오줌(충주시 부강아파트, 2006. 6. 30)

노루오줌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연한 잎과 줄기를 데쳐서 무쳐 먹거나 된장국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노루오줌 나물을 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노루오줌은 조경용 군식재 지피식물로 적당하다. 대량 집단적으로 조성하면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는 소재의 식물이다. 

 

노루오줌(월악산 만수골, 2022. 7. 10)

노루오줌의 전초(全草)를 본초명 소승마(小升麻), 근경(根莖)을 적승마(赤升麻)라고 한다. 소승마는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소승마는 거풍청열(祛風淸熱), 지해(止咳)의 효능이 있어 풍열감모(風熱感冒), 두신동통(頭身疼痛), 해수(咳嗽)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또는 술에 담가서 복용한다.

 

적승마는 여름, 가을철에 채취하여 수염뿌리, 비늘조각, 융털 등을 제거하고 신선한 것을 쓰거나 햇볕에 말린다. 적승마는 활혈거어(活血祛瘀), 청열해독(淸熱解毒), 진경(鎭痙), 지통(止痛)의 효능이 있어 노상(勞傷), 근골산통(筋骨酸痛), 타박상, 관절통, 위통, 수술 후 동통(手術後疼痛), 독사교상(毒蛇咬傷)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바른다. 한의사들은 소승마나 적승마를 거의 쓰지 않는다. 

 

비를 맞은 노루오줌(오청산 약천사, 2020. 8. 1)

노루오줌의 자생종 유사종에는 숙은노루오줌(조선홍승마, Korean false goat's beard, ダレホノチダケサシ), 울진노루오줌(Uljin false goat’s beard), 한라노루오줌(Halla false goat’s beard ), 외잎승마(Entire-leaf false goat’s beard, ヒトツバショウマ), 진퍼리노루오줌 등이 있다. 노루오줌 재배종 유사종에는 큰노루오줌, 강변노루오줌, 다화노루오줌, 일본숙은노루오줌, 중국노루오줌 등 80여 종이 있다.  

 

노루오줌(지리산 노고단, 2021. 8. 13)

숙은노루오줌[Astilbe koreana (Kom.) Nakai]은 줄기에 갈색의 긴 털이 난다. 근생엽(根生葉)은 엽병(葉柄)이 길며 2~3회 3출복엽이다. 꽃은 6~7월 원뿔모양꽃차례에 연한 붉은색으로 핀다. 꽃차례가 옆으로 처지고 꼬불꼬불한 갈색털이 밀생(密生)한다. 울진노루오줌(Astilbe uljinensis B.U.Oh & H.J.Choi)은 울진에서 발견된 한강토 특산 식물이다. 경북과 강원도에 분포한다. 꽃대에는 길고 하얀 선모가 빽빽하게 나 있고, 꽃차례에는 갈색의 긴 선모가 촘촘하게 나 있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의 톱니가 약간 나 있다.

 

한라노루오줌[Astilbe rubra Hook.f. & Thomson var. taquetii (H.Lév.) H.Hara]은 제주도에 분포한다. 키와 잎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꽃은 줄기 끝부분에서 진분홍색으로 핀다. 외잎승마(Astilbe simplicifolia Makino)는 압록강 상류 강변 지대에서 자란다. 꽃은 6~7월 총상꽃차례 흰색으로 핀다. 국생정에 등재된 진퍼리노루오줌[Astilbe rubra var. divaricata (Nakai) W.T.Lee]은 국표에 숙은노루오줌의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광릉 및 함경북도에서 자란다. 제1차 깃조각의 작은 잎자루와 엽축의 각이 90˚ 또는 둔각이다. 꽃은 흰빛을 띠는 분홍색이며, 줄기끝에 원뿔 모양 꽃차례를 이룬다. 노루오줌과 비슷하나 꽃차례가 처진다.

 

2020. 10. 13. 林山, 2023. 1. 13.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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