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사위질빵

林 山 2020. 10. 12. 16:30

사위질빵을 카메라에 처음 담은 때는 2006년 8월 6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사이에 솟은 백두대간 대야산(大耶山, 931m)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였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밭둑에는 사위질빵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밭둑을 온통 하얀 사위질빵 꽃이 뒤덮고 있었다. 

 

사위질빵은 사실 산과 들에 너무나 흔해서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잡초도 평등한 식물이다!'라는 생각이 들고부터는 하찮아 보이는 식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의 생긴 모습이나 성격이 천차만별이듯이 식물도 만찬가지다. 이후 가능하면 풀과 나무에 대해 차별상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위질빵(대야산, 2006. 8. 6)

사위질빵이란 이름의 유래가 참 재미있다. 그런 이름을 얻은 내력은 조금만 힘을 주어 잡아당기면 툭 끊어져 버리는 줄기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사위질빵 전설에는 사위를 생각하는 장모의 애틋한 정이 담겨 있다. 

 

오랜만에 시집 간 딸 부부가 친정에 다니러 왔다. 착하고 성실한 사위는 농사를 짓는 처갓집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하였다. 장모님은 그런 사위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다른 식구들과 일꾼들은 다 밭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사위에게만 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때 문득 장모님의 머리에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 그녀는 사위가 메는 지게의 질빵을 밭둑에 무성하게 자라는 사위질빵 덩굴로 만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사위가 무거운 짐을 지기만 하면 지게의 질빵이 끊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식구들과 일꾼들은 영문도 모르고 사위가 오랜만에 왔는데 무거운 짐을 지게 한다면서 가벼운 짐만 지게 했다는 이야기다.  

 

사위질빵(충주시 연수동, 2020. 8. 1)

사위질빵은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낙엽 활엽 덩굴식물이다. 돌이나 나무를 기어오르는 습성이 있다. 학명은 Clematis apiifolia DC.이다. 영어명은 아오이폴리아 버진스 바우어(Aoiifolia Virgin’s bower), 또는 쓰리-립 클레머티스(Three-leaf clematis)이다. 일어명은 보탄즈루(ぼたんづる, 牡丹蔓)이다. 사위질빵을 질빵풀이라고도 한다. 

 

사위질빵의 자생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다. 한국에서는 강원도를 제외한 황해도부터 남쪽까지 분포한다. 울릉도와 제주도에도 자생한다. 

 

사위질빵(충주시 연수동, 2020. 8. 1)

사위질빵은 키가 3m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세로 능선, 일년생가지에는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3출복엽 간혹 2회3출한다. 소엽은 달걀형 또는 난상 피침형이며 점첨두이고, 원저 또는 넓은 예저이며 결각상의 톱니가 드문드문 있다. 표면에 처음에는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며 뒷면 맥위에 잔털이 있다.

 

꽃은 7월 초~9월 중순에 흰색으로 피고, 액생하는 짧은 취산꽃차례 또는 원뿔모양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4개로서 피침상 거꿀달걀형이며 흰색이고 표면에 잔털이 있다. 수술은 꽃받침과 길이가 거의 같다. 꽃잎은 4장으로 십자모양꽃부리이고, 암술과 수술은 각각 여러 개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5~10개씩 모여 달리고 좁은 달걀모양이며 담갈색 털이 있는 암술대가 달려 있다. 암술대에는 길이 1cm 정도의 백색 또는 연한 갈색 털이 있다. 열매는 9월 초~10월 말에 성숙한다.

 

사위질빵의 유사종에는 할미밀빵(Clematis trichotoma Nakai)과 좀사위질빵(Clematis brevicaudata DC.)이 있다. 할미밀빵은 꽃이 6월에 피고 액생하는 취산꽃차례에 3개씩 달린다. 잎가장자리의 톱니가 크다. 수과는 15~16개가 한군데 모여 달린다. 좀사위질빵은  잎이 2회3출이며 열매에 털이 없다.

 

사위질빵(충주시 연수동, 2020. 8. 1)

사위질빵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날것으로 먹는 것은 금물이다. 반드시 어린순을 데쳐서 우려내고 된장이나 간장에 무친다. 묵나물도 한참 우려내야 한다. 다른 나물과 같이 먹는 게 좋다. 독성을 제대로 빼지 않을 경우 구강질환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사위질빵을 울타리에 심으면 여름철에 많은 꽃을 볼 수 있다.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잘 자라므로 조경 및 보안시설 은폐용으로 적합하다.  사위질빵은 염료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줄기째 잘라 염액을 낸다.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각각의 색이 선명하고 뚜렷하다.

 

사위질빵(충주시 연수동, 2020. 8. 1)

사위질빵, 좀사위질빵의 줄기를 본초명 여위(女萎)라고 한다. 가을에 줄기를 채취하여 껍질을 벗기고 알맞게 썰어서 햇볕에 말린다. 여위는 하리탈항(下痢脫肛), 경간한열(驚癎寒熱), 한열백병(寒熱百病, 말라리아), 임부부종(姙婦浮腫), 근골동통(筋骨疼痛), 곽란설리(콜레라성 하리) 등을 치료한다. 탕제나 환제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여위를 태워서 연기를 쐰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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