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수박풀

林 山 2020. 9. 29. 16:16

2020년 7월 27일 아침 걸어서 출근하는데, 지금은 폐업한 남포동횟집 앞 공터에 하얀 꽃이 피어 있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바로 수박풀이었다. 수박풀을 충주 시내 도로변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느라 지각을 하고 말았다. 2주일 동안은 수박풀 꽃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3주일째 되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남포동횟집을 지나가는데, 누군가 예초기로 잡초와 함께 수박풀까지 모조리 베어 버렸다. 귀한 야생화까지 베어 버리는 몰지각한 환경 미화는 자연을 무시하는 처사다. 충주시는 시내에 자생하는 보존 가치가 높은 야생화들을 전수조사한 뒤에 환경 미화를 하던지 말던지 하기 바란다. 이런 군대식의 환경 미화는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누구를 위한 환경 미화인가?      

 

수박풀(2020. 7. 27)

수박풀은 목련강 아욱목 아욱과 무궁화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Hibiscus trionum L.이다. 영어명은 블래더위드(bladderweed), 중국어명은 예시과먀오(野西瓜苗), 일본어명은 긴센카(ぎんせんか, 銀盞花)이다. 수박풀을 조로초(朝露草), 미호인(美好人), 야서과(野西瓜)라고도 한다. 

 

수박풀의 원산지에 대해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에는 중남미,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에는 유럽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한국에서 수박풀은 귀화식물이다. 국내에는 개항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관상용으로 심었으나 지금은 야생화되어 전국 각지의 마을 주변 빈터, 풀밭에서 자란다.

 

 

수박풀(2020. 7. 27)

수박풀은 키가 30~6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며 백색 털이 성글게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있고 3~5개로 깊게 갈라진다. 윗부분의 것은 3개로 깊게 갈라지고 중앙열편이 가장 크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중앙부의 것은 5개로 얕게 갈라지며 밑부분의 것은 난상 원형으로서 갈라지지 않는다. 잎이 수박을 닮아서 수박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은 7~8월에 연한 황색, 또는 미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자란 꽃자루 끝에 꽃이 1개씩 달린다.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오전에 시든다. 꽃 밑의 작은포는 선형이며 연모가 있다. 꽃받침은 투명한 종형의 막질이고 맥 위에 털이 있다. 꽃잎은 5개로서 밑부분이 합쳐지고 윗부분은 기왓장을 인 모양이며 기부에 자줏빛 반점이 있다. 한몸수술의 축은 짧으며 암술대는 끝이 5개로 갈라진다. 암술머리는 두상이며 깊게 5가닥으로 갈라지고 5실 씨방이 있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길이 1.5cm가량으로 막질이며 검은 맥이 뚜렷한 꽃받침에 싸여 8~9월에 익는다. 종자는 검고 콩팥모양이다.

 

수박풀(2020. 8. 10)

수박풀의 유사종에는 닥풀(sunset hibiscus)이 있다. 학명이 Hibiscus manihot L.인 닥풀은 중국이 원산지다. 재배하는 닥풀은 줄기가 높이 100~150cm로서 수박풀보다 더욱 크다. 또, 잎이 5~7갈래로 깊게 갈라지기는 하지만 완전히 갈라지지는 않으므로 수박풀과 다르다.

 

수박풀(2020. 8. 10)

수박풀의 뿌리 또는 전초(全草)를 본초명 야서과묘(野西瓜苗)라고 한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해서 진흙을 털어내고 햇볕에 말린다. 야서과묘는 청열거습(淸熱祛濕), 지해(止咳)의 효능이 있어 풍열해수(風熱咳嗽), 관절염, 화상 등을 치료한다. 외용할 때에는 가루내어 기름과 혼합하여 환부에 바른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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