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호박

林 山 2020. 9. 26. 11:21

2020년 7월 27일 아침에 출근하는데 연수동 아이파크 아파트 상가 도로 맞은편 울타리에 피어난 호박 꽃이 눈에 들어왔다. 호박 꽃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이 생각난다. 옛날 고향 시골집 주변 울타리나 밭둑에는 언제나 호박 덩굴이 우거졌었다. 어머니는 종종 어린 호박잎을 따서 밥솥에 찐 다음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함께 밥상에 올리곤 하셨다. 어머니표 호박잎 쌈은 최고의 웰빙 음식이었다. 요즘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기끔 호박잎 쌈을 찾곤 한다. 

 

어릴 때는 또 종종 호박꽃을 갖고 놀기도 했다. 호박꽃이 활짝 피어나면 검은색 바탕에 진노란색 넓은 띠무늬가 있는 호박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호박벌이 날아와 호박꽃에 들어가면 몰래 다가가서 잽싸게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러면 깜짝 놀란 호박벌은 꽃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한참만에 풀어주면 꽃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호박벌이 허둥지둥 빠져나와 어디론가 날아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호박벌에게 참 못된 짓을 했던 것 같다.          

 

호박 꽃(2020. 7. 27)

호박은 박목 박과 호박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Cucurbita moschata Duchesne이다. 영어명은 펌프킨(pumpkin)이다. 중국어명은 난과(南瓜), 뻬이과(北瓜), 라오워과(老倭瓜), 진과(金瓜), 워과(倭瓜, 窝瓜), 판과(番瓜) 등이다. 일본어명은 가보챠(カボチャ, 南瓜)이다. 

 

호박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이며 귀화식물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중국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이 쓴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호박은 난판(南番, 남쪽 오랑캐 땅)에서 중국 남부 지역으로 들어와 현재 옌징(燕京, 지금의 베이징)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고려대학교 김기중 교수는 호박속은 박과의 다른 재배 작물과는 달리 모두 열대 및 아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호박의 야생 상태를 정확히 모르지만 유전적 다양성으로 보아 멕시코 남부에서 중미로 이어지는 지역을 원산지로 추정했다. 그는 또 애호박(Cucurbita pepo)은 아열대-온대 지역인 멕시코 북부 및 미국 남서부 지역이 원산지이며, 큰호박(Cucurbita maxima)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인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가 원산지라고  주장했다. 

 

호박 꽃(2020. 7. 27)

호박의 덩굴 줄기는 단면이 오각형이고 흰색의 긴 연모(軟毛)가 있으며, 덩굴손으로 감으면서 자란다. 개량종은 덩굴성이 아닌 것도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길며 심장형 또는 콩팥 모양이다. 가장자리가 5개로 얕게 갈라지며 열편에 톱니가 있다. 

 

꽃은 암수 꽃이 한 가지에 피는 1가화이다. 6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계속 잎겨드랑이에 노란색 꽃이 1개씩 달린다. 수꽃은 꽃대가 길고 꽃받침통이 얕으며, 열편의 기부가 꽃부리에 붙어 있다. 암꽃은 꽃대가 짧고 밑부분에 긴 씨방이 있으며, 꽃받침열편이 다소 잎같이 된다. 열매는 익으면 바깥면이 짙은 황갈색을 띤다. 호박은 많은 변종이 있다. 변종에 따라 모양과 빛깔도 다르다. 열매에는 많은 종자가 들어 있다. 종자는 편평하고 맛이 좋다. 

 

호박의 유사종에는 박(Lagenaria leucantha Rusby)이 있다. 박의 꽃은 흰색이다. 박 줄기는 전체가 청록색이며 짧은 털이 있다. 덩굴손은 잎과 마주나기한다.

 

호박(2020. 7. 30)

호박에는 비타민, 칼륨, 베타카로틴,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호박과 달걀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함께 먹으면 달걀의 칼슘이 호박의 식이섬유와 만나 신경을 활성화시켜 긴장이 완화된다. 호박의 어린 열매는 나물, 전 등의 음식으로 만들어 먹고, 늙은 열매의 과육은 떡이나 범벅, 죽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지역에 따라서는 호박잎을 쪄서 쌈을 싸서 먹고, 씨를 먹기도 한다. 호박잎은 은 된장찌개나 추어탕에 넣으면 더욱 구수한 맛을 낸다. 호박꽃으로는 튀김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호박의 껍질 부분은 단단하고 씨 부분에 가까울수록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단호박은 단맛이 강하여 찜이나 죽, 튀김을 해 먹으면 좋다. 한국에서는 주로 애호박과 늙은호박, 단호박 등을 먹는다. 늙은 호박을 길게 잘라 말려 호박오가리를 만들거나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려서 호박고지를 만든다. 오가리나 고지로 만들면 장기 보관을 할 수 있다. 민간에서는 늙은 호박을 달여서 임신부 산후부종에 많이 쓴다.

 

호박 꽃(2020. 8. 31)

호박의 과실은 본초명 남과(南瓜), 뿌리는 남과근(南瓜根), 줄기는 남과등(南瓜藤), 덩굴손은 남과수(南瓜鬚), 잎은 남과엽(南瓜葉), 꽃은 남과화(南瓜花), 과실의 꼭지는 남과체(南瓜蒂), 호박속은 남과양( 南瓜瓤), 종자는 남과자(南瓜子), 과실 안에서 발아된 어린 싹은 반장초(盤腸草)라고 한다. 

 

남과는 보중익기(補中益氣), 소종지통(消腫止痛), 해독, 살충, 보심(補心), 염폐(斂肺)의 효능이 있다. 남과를 쪄서 건성늑막염(乾性肋膜炎), 늑간신경통(肋間神經痛)의 환부에 붙이면 소염진통(消炎鎭痛)이 된다. 남과근은 이습열(利濕熱), 통유즙(通乳汁)의 효능이 있어 임병(淋病), 황달, 이질, 유즙불통(乳汁不通)을 치료한다. 남과등은 청폐(淸肺), 화위(和胃), 통락(通絡)의 효능이 있어 폐결핵에 의한 미열(微熱), 위통, 월경불순, 화상을 치료한다. 남과수는  婦人(부인)의 유축(乳縮, 부인의 유두가 유방 안으로 들어가는 증상), 극심한 동통(疼痛)을 치료한다. 남과수 한줌에 소금을 조금 넣고 짓찧어서 더운물에 넣었다가 복용한다. 

 

남과엽은 엽록소가 많이 함유된 천연의 식용색소이다. 이질, 감적(疳積), 창상(創傷)을 치료한다. 남과화는 청습열(淸濕熱), 소종독(消腫毒)의 효능이 있어 황달, 이질, 해수(咳嗽), 옹저종독(癰疽腫毒)을 치료한다. 남과체는 배담(排痰), 안태(安胎)의 효능이 있어 옹양(癰瘍), 정창, 화상을 치료한다. 남과양은 화상, 창상을 치료한다. 남과자는 조충증(穡蟲症), 회충증(蛔蟲症), 산후수족부종(産後手足浮腫), 옹저종독, 당뇨병, 백일해, 치창(痔瘡) 등을 치료한다. 남과자는 건과류 식품으로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반장초는 소아의 반장기통(盤腸氣痛, 충수염)에 의한 기통(氣痛), 경풍(驚風), 감모(感冒), 풍습열(風濕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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