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6일 주말을 맞아 괴산의 막장봉을 오르기 위해 제수리치에서 산행을 시작해서 투구봉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막장봉을 눈앞에 두고 등산화 밑창이 나가버렸다. 전날 내린 비에 젖은 바위들이 미끄러워 어쩔 수 없이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산기슭에 피어난 빠알간 꽃며느리밥풀 꽃을 만날 수 있어서 아쉬움이 덜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설악산, 함백산, 계명산, 노고산, 금수산 등 전국의 산들을 다니면서 꽃며느리밥풀 꽃을 꽤나 많이 만난 것 같다.
꽃며느리밥풀 꽃을 볼 때마다 슬픈 전설이 생각난다. 아주 먼 옛날 가난한 집 처녀가 몰락한 양반 집으로 시집을 왔다. 양반 집 시어머니는 성격이 모질었다.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던 새댁은 어느 날 저녁 밥을 짓다가 뜸이 잘 들었는지 보느라 밥알 두 개를 입에 물었다. 하필 그때 그 못된 시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오다가 이 모습을 보고 말았다. 시어머니는 어른들께 먼저 드릴 생각은 않고 저만 혼자 밥을 훔쳐 먹는다고 화를 내면서 매를 모질게 때렸다. 며느리는 매를 맞으면서, '밥을 먹은 게 아니라 익었는지 보느라 밥알 두 개를 입에 넣은 거예요.' 하며 내밀어 보인 뒤 죽고 말았다. 며느리가 죽어 묻힌 산속 무덤가에는 꽃잎에 흰 밥풀 두 개를 문 붉은색 꽃이 피어났다. 이후 사람들은 이 꽃을 꽃며느리밥풀이라고 불렀다.
꽃며느리밥풀의 꽃말은 ‘질투’ 이다. 전설은 며느리의 한인데, 꽃말이 '질투'라니 다소 의외다. 추론하자면 아마도 며느리의 남편에 대한 시어머니의 질투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빼앗긴 것 같은 질투심에서 며느리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이다.
꽃며느리밥풀은 통화식물목 현삼과 꽃며느리밥풀속의 반기생성 한해살이풀이다. 영어명은 로우지 카우-휘트(Rosy cow-wheat), 중국어명은 산뤄화(山罗花)이다. 학명은 Melampyrum roseum Maxim.이다. 꽃며느리밥풀을 꽃새애기풀, 꽃밥알풀, 돌꽃며느리밥풀, 민꽃며느리밥풀이라고도 부른다. 꽃며느리밥풀은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산지의 숲가장자리에서 자란다.
꽃며느리밥풀의 키는 30~5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둔한 네모가 지며 능선 위에 짧은 털이 있고 전체에 비늘꼴의 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중앙부의 잎은 좁은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상 피침형이며 점첨두이고 원저 또는 쐐기 모양이다. 양면에는 짧은 털이 산생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7~8월에 줄기와 가지끝에서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꽃색은 빨간색이다. 포는 녹색이며 중앙부의 잎과 같은 형태로서 작고 대가 있으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가시같은 돌기가 있다. 꽃부리는 겉에 잔돌기가 있으며 안쪽에 다세포로 된 털이 있고 하순의 중앙열편에 밥풀 같은 두 개의 무늬가 있다. 꽃받침은 종꼴이며 끝은 4개로 뾰족하게 갈라지고 맥줄에 털이 있다.
꽃며느리밥풀의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달걀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윗부분에 짧은 털이 밀생한다. 9월에 익어 두 쪽으로 갈라진다. 열매 속의 2~4개 종자는 흑색의 타원형이며 밑부분에 짧은 육질 씨껍질이 있다.
꽃며느리밥풀의 유사종에는 새며느리밥풀(Melampyrum setaceum var. nakaianum (Tuyama) T.Yamaz.)과 애기며느리밥풀(Melampyrum setaceum (Maxim. ex Palib.) Nakai)이 있다.
꽃며느리밥풀은 포가 초록색이고 가장자리에 돌기가 있으며 꽃잎에 흰 쌀알처럼 두 개의 선명한 흰무늬가 있다. 반면에 새며느리밥풀은 포가 대부분 꽃과 같이 붉은색이고 긴가시모양의 돌기가 있으며, 꽃잎에 흰색 밥알 무늬가 없고 밥알 모양만 남아 있는 특징이 있다. 또, 새며느리밥풀은 애기며느리밥풀에 비해 잎이 보다 크고 포가 달걀모양인 것이 다르다.
꽃며느리밥풀의 뿌리로 만든 차는 청량음료이다. 꽃며느리밥풀은 꽃이 특이하고 예뻐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꽃며느리밥풀은 또 밀원식물이다. 꽃며느리밥풀의 전초를 말린 것을 본초명 산라화(山羅花)라고 한다. 산라화는 청혈해독(淸熱解毒)의 효능이 있어 옹종창독(癰腫瘡毒)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