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아침에 출근하려고 아파트 상가를 지나가는데, 부동산 사무소 앞 화단에 자주닭개비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5월 중순경이면 자주닭개비가 피어났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 상가 화단의 자주닭개비는 7월 중순이 지나서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자주닭개비는 흔히 자주달개비라고도 부른다. 발음도 자주달개비가 더 쉽고 익숙하다. 하지만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는 자주닭개비로 나와 있다.
자주닭개비는 닭의장풀목 닭의장풀과 자주닭개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Tradescantia reflexa Raf.이다. 영어명은 스파이더-워트(spider-wort), 중국어명은 즈루차오(紫露草), 일어명은 무라사키쯔유쿠사(むらさきつゆくさ, 紫露草)이다. 자주닭개비는 북미 원산의 외래식물이다. 그래서 자주닭개비를 양달개비, 양닭개비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관상용으로 심는다.
자주닭개비의 키는 50㎝까지 자란다. 줄기는 여러 대가 모여나기하며, 원줄기는 둥글고 푸른빛이 도는 녹색이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넓은 선형이며 밑부분이 원줄기를 감싼다. 윗부분은 홈이 파지며 뒤로 젖혀진다. 꽃은 5월경부터 가지 끝에서 핀다. 가는 화경에 자주색 꽃이 모여 달린다. 외꽃덮이는 3개이며 두껍고 녹자색이다. 내꽃덮이는 3개로서 보다 넓고 자주색이다. 닭의장풀에 비해 꽃색이 짙어서 자주닭개비라 한다. 수술은 6개이며 수술대에 털이 많다. 털은 염주형이고 세포가 연결되어 있다. 열매는 타원형의 삭과이다.
유사종에는 덩굴닭의장풀(Twining streptolirion, Streptolirion volubile Edgew.)과 닭의장풀(Common Dayflower, ツユクサ, Commelina communis L.)이 있다. 덩굴닭의장풀은 잎이 어긋나기하고, 긴 잎자루가 있으며, 심장형이다. 잎의 끝은 아주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흰색이다. 닭의장풀은 꽃잎 밑의 1장은 희고, 위쪽 2장은 청색이다.
자주닭개비는 꽃색이 선명하고 아름다워서 관상용으로 정원에 많이 심는다. 수술대의 털은 세포가 연결되어 있어 식물학에서 세포 내의 원형질 유동관찰 자료로 쓰인다.
자주닭개비는 방사선에 민감하여 일정량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돌연변이가 일어나 꽃잎 또는 수술이 분홍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자주닭개비는 방사선에 대한 지표식물로 이용된다. 감수분열 중인 자주닭개비 염색체는 민감하게 손상을 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랜 기간 방사선의 노출 정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자주닭개비를 심고 있다. 이때 심는 자주닭개비는 야생종이 아니라 실험적으로 입증된 품종(Tradescantia BML4430)이다.
자주닭개비의 전초(全草)를 말린 것을 본초명 자압척초(紫鴨跖草) 또는 자로초(紫露草)라고 하며 약재로 쓴다. 여름,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리거나 신선한 것을 쓴다. 자압척초는 활혈소종(活血消腫), 이수(利水), 산결(散結), 해독의 효능이 있어 옹저(癰疽), 종독(腫毒), 나력(瘰癧), 결핵, 임병(淋病) 등을 치료한다. 외용할 때는 짓찧어서 환부에 붙인다. 임부(姙婦)는 금한다. 한의사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2020.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