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해오라비난초

林 山 2020. 11. 4. 10:05

2020년 8월 15일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충주시 살미면 용천리 소재 최응성고가(崔應聖古家, 최함월고택,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87호)에 들렀다. 이 고가는 조선 숙종 때 문장가였던 함월(涵月) 최응성(崔應聖, 1655∼1727)의 생가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살미면 무릉리에 있었는데, 1983년 충주댐 수몰지구로 편입되어 지금의 자리로 다시 옮겨 복원하였다. 고가에는 안채와 사랑채인 염선재(念善齋), 사당인 무릉사(武陵祠), 함월정(涵月亭)이라는 정자가 남아 있다. 고가의 주인이 고등학교 동창생이고, 또 야생화를 많이 기르고 있어 종종 들르는 곳이다. 

 

고가에는 때마침 해오라비난초가 활짝 피어 있었다. 생긴 모습이 날아가는 해오라비와 어찌나 꼭 닮았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해오라비난초를 볼 때마다 자연의 오묘한 신비를 절실히 느끼곤 한다. 해오라비난초를 바라보면서 '동식물에게 있어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떠올려 본다. 

 

해오라비난초(충주 최응성고가, 2020. 8. 15)

해오라비난초는 미종자목 난초과 해오라비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하베나리아 레이디아타 (썬) 스프렝[Habenaria radiata (Thunb.) Spreng.]이다. 영어명은 링드-오키스(ringed-orchis), 중국어명은 루란(鹭兰), 일본어명은 사기소우(サギソウ, 鷺草)이다. 해오라비난초를 해오래비난초, 해오리란, 해오라기란이라고도 한다. 해오라비난초는 ‘꿈에도 만나고 싶다’라는 멋진 꽃말을 가지고 있다. 

 

해오라비난초는 한국과 일본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부와 남부의 습지에서 자란다. 특히 경기도 수원시, 강원도 양구군과 정선군, 홍천군, 경상북도 상주시,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발견된다. 해오라비난초는 꽃이 특이하고 예뻐 사람들이 마구 캐가는 바람에 자생지 파괴가 가장 극심한 종이다. 하지만 최근 재배에 성공해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 해오라비난초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여생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키울 자격도 없다.

 

해오라비난초(충주 최응성고가, 2020. 8. 15)

해오라비난초의 뿌리는 타원형의 알줄기에서 옆으로 뻗는 땅속줄기가 생기며 끝에 알줄기가 달린다. 원줄기는 15~40cm까지 자라며, 털이 없고 밑부분에 1~2개의 초상엽이 있다. 초생엽 위에 3~5개의 큰 잎이 달리고, 그 윗부분에 몇개의 포같은 잎이 달려 있다. 잎은 비스듬히 서며 넓은 선형이고, 밑부분이 엽초로 된다.

 

꽃은 7~8월 원줄기 끝에 1~2개가 흰색으로 핀다. 꽃받침조각은 좁은 달걀모양, 꽃받침은 투구 모양이다. 입술모양꽃부리는 3개로 갈라진다. 중앙열편은 선형이고, 측열편의 가장자리가 다시 잘게 갈라진다. 거(距)는 길이 4cm 정도이다.

 

해오라비난초(충주 최응성고가, 2020. 8. 15)

해오라비난초의 유사종에는 큰해오라비난초[학명 Habenaria dentata (Sw.) Schltr.]가 있다. 큰해오라비난초는 경남에서 발견되었는데, 해오라비난초와 비슷하지만 꽃이 더 크다. 중국과 대만, 일본 등의 난대지역에서는 더러 발견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되었다. 

 

 

해오라비난초(충주 최응성고가, 2020. 8. 15)

해오라비난초는 해오라비를 연상시키는 흰꽃이 아름다워서 작은 평분에 심어 분재로 감상하면 좋다. 분재화분 등에 여러 그루를 심어도 관상가치가 매우 높다. 인공습지 등을 만들어 아름답게 꾸밀 수도 있다.

 

2020.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