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살미면 최응성(崔應聖) 고택에 가을 야생화들이 만발했다는 소식이 풍문으로 들려왔다. 2020년 9월 마지막 날 주말을 맞아 고택에 들렀다. 함월정(涵月亭) 뜰에는 뻐꾹나리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야생에서는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한 뻐꾹나리였다.
뻐꾹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뻐꾹나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트리시르티스 마크로포다 미켈(Tricyrtis macropoda Miq.)이다. 영어명은 토드 릴리(Toad lily), 중국명은 여우디엔차오(油点草)이다. 일어명은 호토토기스(ホトトギス, 杜鵑草) 또는 야마호토토기스やまほととぎす, 山杜鵑)이다. 뻐꾹나리를 뻑꾹나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영원히 당신의 것', '고향생각'이다.
‘뻐꾹나리’라는 이름은 꽃덮이에 있는 분홍색의 얼룩이 뻐꾹새의 목에 있는 무늬와 닮았고, 또 나리 종류와 비슷하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제국주의 일본의 힌반도 강제 점령기인 1937년 간행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뻑국나리’로 기재되었다. 미군에 의해서 한반도가 해방된 이후 1949년 간행된 '조선식물명집'에는 ‘뻐꾹나리’로 표기가 바껴서 기록되었다.
뻐꾹나리는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Tricyrtis속 식물은 세계적으로 16종이 히말라야 동부에서 필리핀까지 습기 많은 숲에 분포한다. 한국에는 뻐꾹나리 1종밖에 없는 특산식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광릉 이남 지방의 산지 숲속에서 자란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자생지와 개체수는 많지만, 꽃이 독특해서 자생지 파괴가 심각하다.
뻐꾹나리의 땅속줄기는 수직으로 들어가며, 마디에 잔뿌리를 내고, 때로 포복성 줄기를 뻗는다. 키는 30~10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추서고 비스듬히 하향하는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장타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밑은 둥글며, 줄기를 거의 둘러싼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하엽은 털이 없으나, 중부 이상의 잎은 표면에 털이 있고, 뒷면에는 거친 털이 많다.
꽃은 7~9월에 흰색으로 피고, 자주색의 반점이 있으며, 하부에 황색 반점이 있는 것도 있다. 줄기 끝과 상부 잎겨드랑이에 편평꽃차례로 달린다. 화피편은 6개이고, 내편은 좁은 피침형으로 평개하며, 내편은 넓은 거꿀피침 모양으로 외측에 샘털이 있고, 기부가 강하게 뒤로 말린다.
뻐꾹나리는 꽃 하나에 암술과 수술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암수한꽃이고, 꽃받침과 꽃잎이 분화되지 않고 꽃덮이로 합쳐져 있다. 자가수정을 피하기 위해 수술이 먼저 자라며, 뒤영벌과 같은 곤충을 통해 수술의 꽃가루를 다른 꽃의 암술에 옮긴다. 암술은 수술이 올라간 후에 성장하여 다른 꽃의 꽃가루를 받는다. 수술대에는 털 같은 돌기가 있다. 암술머리는 세 갈래로 나누어진 다음 각각의 암술머리가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열편에는 둥근 돌기가 있다. 열매는 삭과로 길이 약 3cm이다.
뻐꾹나리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꽃 모양이 말미잘처럼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화단이나 돌틈에 관상용으로 심으면 좋다. 꽃대가 곧게 자라고 꽃이 득특해서 꽃꽂이용으로도 적당하며, 키를 좀 작게 하여 화분에 심어도 좋다.
2021. 3. 9.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