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가시박

林 山 2021. 3. 10. 11:27

가끔 향수에 젖을 때면 고향 충주시 산척면에 있는 천등산(天登山, 807m) 둘레길을 돌아오곤 한다. 2020년 10월 11일 가을을 맞아 천등산을 향해 떠났다.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석문 마을 앞을 흐르는 제천천을 따라서 내려가는데, 박과도 비슷하고 호박과도 비슷한 덩굴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가시박 덩굴이었다.    

 

가시박(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제천천변, 2020. 10. 11)

가시박은 박목 박과 가시박속의 한해살이풀이다. 가시가 달린 박이라고 하여 가시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시시오스 앵귤레이터스 엘.(Sicyos angulatus L.)이다. 영어명은 버 큐컴버(Bur cucumber), 중국명은 치궈과(刺果瓜), 일어명은 아레치우리(アレチウリ, 荒地瓜)이다. 가시박을 안동대목, 안동오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다림'이다.   .

 

가시박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한국을 비롯해서 유럽, 호주, 일본 등지에 귀화되었다. 한국에서는 철원, 수원에서 채집된 이래 충주 등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 가시박은 박과(Cucurbitaceae) 식물의 접목에 사용하는데, 수박이나 오이 등을 특화하는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부터 관찰되기 시작한 가시박은 강둑을 따라 습한 지역에 분포하는데, 특히 한강권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가시박은 오각형의 넓은 잎으로 햇볕을 가려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번식력 또한 뛰어나 환경을 해치는 까닭에 2009년 6월 환경부에 의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교란, 혼란'이라는 꽃말도 생겼다.

 

가시박(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제천천변, 2020. 10. 11)

가시박 줄기의 길이는 4~8m 정도이다. 줄기는 3~4개로 갈라진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며 기어오른다. 각이 진 줄기에는 연모(軟毛)가 빽빽하게 난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잎자루에는 연모가 밀생한다. 잎몸은 거의 원형이며, 기부는 깊은 심장저이고, 열편은 끝이 예두(銳頭) 또는 점첨두(漸尖頭)이다.

 

꽃은 6~10월에 핀다. 꽃은 자웅동주(雌雄同株)이며, 수꽃은 총상(總狀)을 이루는데, 길이 약 10㎝ 정도의 꽃대 끝에 황백색으로 달린다. 꽃밥은 통합되어 한 덩어리가 되었으며, 꽃대에는 샘털이 있다. 암꽃은 짧은 꽃대 끝에 두상(頭狀)을 이루며, 연한 녹색으로 핀다. 암술은 1개이고, 씨방은 하위이다. 열매는 자루가 없고, 3~10개가 뭉쳐 나는데, 긴타원 모양이며 가느다란 가시로 덮여 있다. 만지면 따금거리고 아프다. 번식력이 왕성하여 1그루 당 25,000개 이상의 씨가 달린 경우도 있다. 

 

가시박(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제천천변, 2020. 10. 11)

옛 북미 인디언들은 가시박의 여린 잎을 먹고, 줄기는 달여서 성병 치료제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별다른 쓰임새를 발견하지 못하다가 2010년대 들어서 간질환에 가시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2021. 3. 1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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