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원추리 '기다리는 마음'

林 山 2021. 5. 25. 12:37

2021년 5월 22일 주말을 맞아 월악산(月岳山)을 찾았다. 만수골로 들어서면서 문득 원추리 꽃이 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만수골 자연탐방로에 이르자 때마침 피어난 노란 원추리 꽃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꽃을 보니 이제 갓 피어난 듯했다. 바야흐로 원추리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원추리(설악산 토왕골, 2016. 5. 15)

원추리는 백합목 백합과 원추리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엽, 관화식물이다. 학명은 헤메로칼리스 풀바 (엘.) 엘.[Hemerocallis fulva (L.) L.]이다.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보이는 원추리를 백운산원추리(학명 Hemerocallis hakuunensis)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원추리의 영어명은 오린지 데이릴리(Orange Daylily)이다. 중국명은 왕여우차오(忘忧草) 또는 왕여우(忘忧), 쉬안차오(萱草, 谖草), 이난차오(宜男草), 루총(鹿葱), 진쩬차이(金针菜), 딴지(丹棘), 랴오처우(疗愁) 도는 랴오처우차오(疗愁草)이다. 일어명은 와수레구사(ワスレグサ, 忘れ草) 또는 야부칸조우(ヤブカンゾウ, 藪萱草), 시노부구사(シノブグサ, 忍ぶ草)이다. 

 

조선시대 사전인 '물명고(物名考)'에는 원추리를 ‘원쵸리’ '물보(物譜)'에는 ‘원츌리’라고 기재했는데, 이는 중국명인 ‘훤초(萱草)’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원추리를 나물로 무쳐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먹거리로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추리는 임신한 부인이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의남초(宜男草)아들을 낳으면 근심이 사라진다고 하여 망우초(忘憂草), 사슴이 먹는 해독초라 하여 녹총(鹿葱)이라고도 한다. 또, 탕(唐) 타이종(太宗) 리싀민(李世民)이 자신의 어머니가 생전에 머물던 집 뜰에 원추리를 가득 심었다고 해서 흔히 어머니를 훤당(萱堂)이라고도 한다. 이후 훤당은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이 되었다. 훤(萱)은 원추리를 뜻한다. 탕나라 타이종 이후 어머니가 거처하는 집의 뜰에 원추리를 심는 풍습이 생겼다. 그래서 원추리를 훤초(萱草)라고도 부른다. 또, 원추리는 옛부터 봄철 맛있는 산나물의 하나로 넓나물, 넘나물이라고 불려 왔다. 

 

원추리의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다. 원추리는 꽃이 피어 단 하루밖에 가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꽃말도 생겨났다.

 

원추리에 관한 옛날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에 한 형제가 부모를 모두 여의고 슬픔에 잠겨,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부모님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다. 하지만 동생은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난초를 심었다. 세월이 흘러서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동생은 더욱 슬픔에 잠겼다. 부모도 안타까웠던지 동생의 꿈에 나타나 '슬픔을 잊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동생도 원추리를 심고 슬픔을 잊었다고 한다. 망우초(忘憂草)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이야기다.

 

원추리의 원산지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이다. 원추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서 동인도, 코카서스, 이란,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Hemerocallis속 식물은 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지역에만 20~30여종이 자생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 약 8종이 분포한다. 특히 해가 잘 들고 다소 습한 곳에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원추리는 세계적으로 개량된 원예품종들이 많이 보급되고 있는데, 국내에도 식물원을 중심으로 50여 품종 이상 들어와 있다.

 

원추리( 월악산 만수골, 2021. 5. 22)

원추리의 뿌리는 가늘고 황갈색이다. 뿌리 끝은 부풀어서 고구마처럼 방추형의 육질 덩이뿌리가 생긴다. 줄기는 잎과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꽃대는 높이 1m 내외까지 자란다. 잎은 칼처럼 생겼는데, 길이는 60~80cm, 폭은 1.2~2.5cm이다. 밑에서 2줄로 마주나기하고, 끝이 둥글게 뒤로 젖혀지며, 흰빛이 도는 녹색이다.

 

꽃대는 끝에서 짧은 가지가 갈라지고, 6~8개의 꽃이 총상으로 달린다. 꽃은 5~8월경에 개화한다. 포는 선상 피침형이고, 윗부분의 것은 가장자리가 막질이다. 꽃자루는 밑부분이 꽃대축에 붙어 있으며, 꽃은 등황색이다. 내꽃덮이는 긴 타원형이고 둔두이며, 가장자리가 막질이다. 수술은 6개이고, 판통 위 끝에 달리며, 꽃잎보다 짧다. 꽃밥은 선형으로서 황색이다.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지만, 계속해서 다음 꽃이 여러 송이 피어난다. 열매는 삭과로서 넓은타원형에 3각으로 벌어지며, 검은색의 종자를 산출한다.

 

원추리(양평 용문산, 2006. 7. 2)

원추리는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또, 꽃꽂이로도 많이 이용된다.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있다. 

 

원추리는 봄철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녹즙을 짜서 먹기도 한다. 된장국에 넣기도 하고, 무치기도 한다. 나물은 상큼하면서도 들그므리한 맛이 난다. 어린순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짜내고 갖은양념을 해서 무치거나 기름에 볶는다. 국거리로도 좋은데, 특히 고깃국에 넣으면 맛이 뛰어나다.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원추리(충주 계명산, 2015. 7. 17)

중국에서는 원추리의 꽃을 금침채(金針菜), 황화채(黃花菜)라 하여 샐러드로 이용한다. 꽃에는 비타민 A, B, C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꽃은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쓴다. 꽃봉오리로는 튀김을 해 먹기도 한다. 엣날에는 꽃을 따 된장과 함께 쌈을 싸먹었다. 건화(乾花)는 술을 담가 자양강장제나 피로회복제로 사용한다. 주독을 푸는 데는 잎, 줄기, 꽃, 뿌리 등을 달여서 먹는다.  

 

원추리는 산에서 허기질 때 뿌리를 캐 날것으로 먹어도 된다. 엣날에는 뿌리에서 녹말을 뽑아 쌀과 보리와 함께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하지만 뿌리에는 콜치신(Colchicine)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하루 40g 이상 섭취하게 되면 복통이나 설사 등 소화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콜치신은 통풍 치료에 주로 사용되며, 또 가족성 지중해열, 심낭염, 베체트병의 치료에도 사용되는 약물이다. 동물실험 결과, 생쥐에 있어서는 뇌척수회백질과 시신경섬유 등에 심한 병변을 보였으며, 토끼에 있어서는 신장 손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콜치신은 열에 약하다. 조리할 때 한번 삶아서 우려내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뿌리에는 또 어스패러진(asparagine)도 들어 있어 피로 회복, 숙취 해소, 감기 에방에도 효과가 있다. 

 

원추리(괴산 대야산, 2006. 8. 6)

원추리의 뿌리는 본초명 훤초근(萱草根), 어린싹은 훤초눈묘(萱草嫩苗), 꽃봉오리는 금침채(金針菜)라 하며 약용한다. 훤초근은 가을에 채취하여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말린다. 이수(利水), 양혈(凉血)의 효능이 있어 수종(水腫), 배뇨곤란, 임탁(淋濁), 대하(帶下), 황달, 비출혈(鼻出血), 혈변, 붕루(崩漏), 유옹(乳癰, 유선염), 석림(石淋, 요로결석증) 등을 치료한다. 여성의 월경시에 요통, 복통을 가라앉히고 ,생리장애에도 효과가 있다. 남자의 요통에는 닭에 넣어서 고아 먹는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짓찧어 즙을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바른다.

 

훤초눈묘는 이습열(利濕熱), 관흉(寬胸), 소식(消食)의 효능이 있어 흉막번열(胸膜煩熱), 황달, 소변적삽(小便赤澁), 소화불량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금침채는 이습열, 관흉의 효능이 있어 소변적삽, 야소안침(夜少安寢, 불면증), 치창혈변(痔瘡血便)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훤초근이나 훤초눈묘, 금침채 등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등재되지 않은 식물이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원추리(양주 노고산, 2015. 9. 6)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훤초근(萱草根, 원추리뿌리)에 대해 '성질은 서늘하고[뽛]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오줌이 빨가면서 잘 나오지 않는 것과 몸에 번열이 나는 것, 사림(沙淋)을 낫게 한다. 수기(水氣)를 내리며 주달(酒疸)을 낫게도 한다.

○ 집 근처에 심는데 흔히 어린싹을 캐서 끓여서 먹는다. 꽃망울을 따서 생절이를 만들어 먹으면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데 아주 좋다고 한다. 일명 녹총(鹿)이라고도 하고 꽃은 의남(宜男)이라고도 하는데 임신부가 차고 다니면 아들을 낳게 된다. ○ 『양생론(養生論)』에 씌어 있기를 “원추리가 망우초(忘憂草)로 불리운 것이 여기서 나왔다”고 하였다[본초].'라고 나와 있다. 

 

태안원추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원추리의 유사종에는 각시원추리(Dumortier's daylily), 왕원추리(day-lily), 골잎원추리(Citron daylily)태안원추리, 홍도원추리, 큰원추리, 애기원추리(Small daylily)노랑원추리(Thunberg's daylily), 들원추리 등이 있다. 

 

각시원추리(Hemerocallis dumortieri C.Morren)는 내륙에서는 해발 약 800m 정도, 동해안은 약 200m 정도의 지역에 분포한다. 꽃대는 높이 40~70cm로서 잎과 길이가 비슷하거나 약간 길다. 꽃밥은 흑갈색이다. 원추리에 비해 전체가 작고 잎이 짧으며 꽃도 작다. 꽃은 노란색 바탕에 주황빛이 감돈다. 왕원추리[Hemerocallis fulva f. kwanso (Regel) Kitam.]의 꽃은 7~8월에 등황색 또는 등적색으로 핀다. 꽃 안에는 더 짙은 얼룩이 있다. 수술의 전부 또는 일부가 화피로 되어 겹꽃이다. 화경은 높이 80~100cm이다. 과실은 생기지 않는다. 꽃잎이 여러 겹이어서 겹왕원추리라고도 한다. 홑왕원추리는 왕원추리와 같은데 꽃잎이 한 겹이다. 골잎원추리(Hemerocallis coreana Nakai)는 중부 이북에 나며 만주에 분포한다. 잎 끝은 매우 뾰족하고 표면에 깊은 골이 생긴다. 꽃은 6~7월에 밝은 황색으로 핀다. 꽃 안쪽에는 짙은 붉은색 반점이 있다. 

 

태안원추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태안원추리(Hemerocallis taeanensis S.S.Kang & M.G.Chung)는 키가 32~68cm이고, 기저부 줄기의 지름은 약 2mm이다. 잎은 약간 작아서 길이 32~56cm, 너비 0.5~1.4cm이다. 꽃은 보통 주황색을 띤 노란색이거나 드물게 엷은 황색을 띠는 노란색이다. 꽃의 크기는 길이 5~8.6cm이다. 판통은 길이 1~2.3cm, 폭 3~5cm이며 옅은 주황색을 띠는 녹색이다.

 

태안원추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홍도원추리(Hemerocallis hongdoensis M.G.Chung & S.S.Kang)는 홍도를 비롯한 남부 다도해 지방에서 자란다. 꽃은 8~9월에 다소 붉은 빛이 도는 황색으로 피고, 화경이 극히 짧다. 꽃이 원추리에 비해 크다. 큰원추리(Hemerocallis middendorffii Trautv. & C.A.Mey.)의 꽃대는 높이 40~70cm이다. 꽃은 6월에 하나의 포에서 2∼4개의 주황색 또는 등황색 꽃이 차례로 핀다. 다른 원추리 종류에 비해 키가 큰 편이다. 애기원추리(Hemerocallis minor Mill.)의 꽃대는 높이 50cm~1m이다. 꽃은 6~7월에 연한 황색으로 핀다. 6장의 꽃잎 크기가 같다. 키가 작은 왜성 원추리로서 꽃대는 그리 갈라지지 않으며 꽃의 수가 적다. 노랑원추리(Hemerocallis thunbergii Baker)의 꽃대는 높이 1m 이상 자란다. 꽃은 6~7월에 연노랑색 또는 등록색으로 핀다. 들원추리(Hemerocallis longitubus)는 원추리와 비슷하지만 잎이 2cm 이하로 좁다. 꽃은 등황색이다. 꽃 통부의 길이는 3∼4cm로 길다. 한국에는 없고 일본,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2021. 5. 25. 林 山. 2022.11.2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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