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앞 화단에는 사과나무가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연수동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 출퇴근길에 아침 저녁으로 만나다 보니 이 사과나무들과 이젠 친구 사이처럼 되어 버렸다. 무심한 듯 지나친 날들도 많았지만, 흐르는 세월과 함께 정도 점점 깊어갔다.
행정복지센터 사과나무들이 4월 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과나무 주변은 분홍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화사한 꽃들로 인해 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봄철 꽃으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 사과나무들은 가을이 오면 또 바알갛게 익어가는 열매로 풍성한 계절을 선사할 것이다. 지나가는 길손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이 사과나무들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천수를 누리기를 바란다.
사과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사과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학명은 말루스 푸밀라 밀(Malus pumila Mill.)이다. 영어명은 애플 트리(Apple tree)이다. 사과 또는 사과나무를 임과(林果), 빈파(瀕婆), 평과(苹果)라고도 한다. 사과꽃의 꽃말은 '유혹'이다.
사과 또는 사과나무의 중국명은 핑궈(苹果)이며, 이명에는 핑포(苹婆), 핑보(平波), 핀궈(频果), 핀포(频婆), 핀포궈(频婆果), 나이(柰), 나이즈(柰子), 차오판쯔(超凡子), 톈란즈(天然子), 시양핑궈(西洋苹果), 미엔핑궈(绵苹果) 등이 있다. 일어명은 린고(リンゴ, 林檎)또는 린고노키(リンゴの木, 林檎の木)이다.
사과나무의 원생종은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대륙에 25종 정도가 분포한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주로 유럽과 서부아시아 원생종을 개량한 것이다.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재배종이 분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량종 사과가 들어오기 전까지 재래종 사과인 능금을 재배하였다. 개량종 사과의 도입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884년부터 외국 선교사들이 사과나무를 몇 그루씩 들여와 각 지방에 자가 소비용 또는 관상용으로 심기 시작했다. 1901년 윤병수(尹秉秀)는 미국 선교사를 통하여 다량의 사과나무 묘목을 들여와 원산(元山) 부근에 과수원을 조성하였다. 1906년 8월 구한말 농상공부는 뚝섬에 원예모범장(園藝模範場)을 설치하고, 각종 과수의 개량 품종을 수입하여 재배와 육묘(育苗)를 함으로써 과수재배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에서는 현재 전국 각지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사과나무의 키는 높이 3~5m 정도이다. 일년생 가지는 자줏빛이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으며, 맥 위에 털이 있다.
꽃은 4∼5월에 흰색 또는 엷은 분홍색이 도는 흰색으로 핀다. 꽃은 잎과 함께 가지 끝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산형으로 달린다. 능금나무(학명 Malus asiatica Nakai)에 비해 꽃받침의 밑부분에 혹 같은 돌기가 없다. 열매는 이과(梨果)이고, 편구형(扁球形)에 양끝이 들어갔다. 지름은 3∼10㎝이다. 과피는 황색 바탕에 붉은빛이 돌며, 8∼9월에 익는다.
예전에 재배되었던 사과나무의 주요 품종은 국광(國光)과 홍옥(紅玉)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 일본으로부터 후지(富士) 등의 우수품종이 도입되면서 국광과 홍옥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주요 품종은 후지(ふじ, 當士), 쓰가루(Tsugaru, 津軽), 골든 딜리셔스(Golden delicious), 미치노쿠(みちのく, 陸奧), 세카이이치(世界一), 홍로(紅露) 등다. 그밖의 주요 품종에는 스타킹(Starking), 얼리브레이즈(Earliblaze), 축, 혜, 인도, 왕령 등이 있다.
후지는 부사(當士)라고도 한다. 버지니아 롤스 제닛(Virginia Ralls Genet)에 딜리셔스(Delicious)를 교배한 품종이다. 숙기(熟期)가 10월 하순~11월 초순인 만생종(晩生種)이다. 과육이 단단하고 신맛이 적으며, 과즙과 단맛(당도 15도)이 많다. 저장성이 매우 뛰어난 품종이다.
쓰가루는 아오리(あおり)2호라고도 한다. 골든 딜리셔스와 홍옥을 교배한 품종이다. 과피색은 홍색이고 줄무늬가 있다. 숙기가 8월 하순~9월 초순으로 중생종(中生種)이다. 과즙이 많고, 당도는 14도이며, 신맛이 적다. 추석 무렵에 출하되는 품종이다.
골든 딜리셔스는 황색 과실로 즙이 많고 향기가 높다. 당도는 13도 정도이고, 숙기는 10월 중순경이다. 12월 정도까지는 저장이 가능하다. 동록(銅綠)의 발생이 심하여 2회의 봉지 씌우기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동록(銅綠)은 일본어로 사비(さび, 錆·銹), 중국어로 슈(銹)라고 한다.
미치노쿠를 육오(陸奧)라고도 한다. 만생종으로 당도는 13도 정도이며 ,과육이 단단하여 저장 및 수송에 용이하다. 세카이이치는 만생종으로 대과이다. 육질이 치밀하여 과즙이 많고, 당도는 12도로 신맛도 적다. 홍로는 한국 원예연구소에서 1980년에 스퍼 얼리블레이즈(Spur Earliblaze)에 스퍼 골든 딜리셔스(Spur Golden delicious)를 교배하여 개발한 품종이다. 신맛이 거의 없고, 당도가 높다.
사과는 비타민C의 함량이 특히 많아 생과일로 많이 먹는다. 사과는 또 각종 음료와 양조의 원료로도 이용된다. 잼이나 건과, 분말, 통조림 등의 가공식품과 일부 약품에도 이용되고 있다. 상당한 열량이 있어서 보조식량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술을 담그기도 하고, 즙을 내기도 하며, 파이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익생양술대전'에는 사과나무의 열매를 본초명 임금(林檎), 민속 특산식물 사전'에는 평과(苹果)라고 나와 있다. 사과와 능금은 학명이 다르다. 임금(林檎)은 능금이다. 임금을 평과 대용약으로 쓸 수는 있다. '동의보감'에는 야생사과를 내자(柰子)라고 했다. 임금과 내자는 약성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동의보감' <탕액편 : 과실>에는 임금(林檎, 능금)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며[溫], 맛이 시고[酸] 달며[甘] 독이 없다. 소갈증을 멎게 하고 곽란으로 배가 아픈 것을 치료하며 담을 삭히고 이질을 멎게 한다. ○ 나무는 사과나무(柰樹)와 비슷한데 열매는 둥글면서 사과(柰)와 같다. 음력 6~7월에 익는데 내금(來禽)이라고도 한다. 어느 곳에나 다 있다. 맛은 쓰고 떫으므로[苦澁]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많이 먹으면 모든 맥이 통하지 않게 되고 잠이 많으며 담과 창절(瘡癤)이 생긴다. ○ 반쯤 익은 것은 맛이 쓰고 떫기 때문에[苦澁] 약에 넣어 쓴다. 물렁물렁하게 익은 것은 맛이 없다[본초]. 동행근(東行根, 동쪽으로 뻗은 능금나무 뿌리)은 회충과 촌백충을 없앤다[본초].'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 : 과실>에서는 내자(柰子, 야생사과)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서늘하다[冷]고도 한다), 맛이 쓰며[苦](쓰고 떫다[苦澁]고도 한다), 독이 없다. 심기를 보하고 비(脾)를 고르게 하며 중초와 부족한 기를 보한다. ○ 어느 곳에나 있으며 능금과 비슷하나 좀 작다.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오른다[본초]'고 나와 있다.
2021. 5. 2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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