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초순 오전 진료를 마치고 가까운 음식점으로 점심밥을 먹으러 갔다. 식당 입구 화단에는 딸기꽃 화분이 놓여 있었다. 순백색으로 활짝 핀 딸기꽃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힌 것도 있었다.
딸기꽃을 보면 문득 고향의 시골집이 떠오르곤 한다. 고향의 시골집 뜰에도 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골 출신들은 누구나 이런 추억 한 가지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딸기는 장미목 장미과 딸기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프라가리아 애나나사 뒤센.(Fragaria ananassa Duch.)이다. 영어명은 스트로베리(strawberry), 일어명은 이치고(イチゴ, 苺, 莓), 중국명은 차오메이(草莓)다. 딸기를 매(苺), 초매(草苺)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밭딸기라고 한다. 딸기꽃의 꽃말은 '애정, 존중, 우정, 예견, 행복한 가정'이다.
딸기는 중부 유럽과 남미가 원산지이며, 전 세계적으로 12종이 아시아, 북미, 남미의 칠레 등지에 자생하고 있다. 현재는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유럽 등 북반구 온대 지역에서 많이 재배한다. 온도에 대한 적응성이 강하여 적도 부근의 해안에서 북극 가까운 지역까지 자라고 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남반구에도 널리 심고 있다. 최초의 정원 딸기는 18세기 말 프랑스 브르타뉴 반도에서 경작되었다.
한반도에 1900년대 초엽에 딸기가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는 현재 딸기와 땃딸기, 흰땃딸기 등 3종이 분포한다. 딸기는 전국 각지의 농가에서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전해 내려오는 딸기에 관한 설화가 있다. 강화도에 중병이 든 노모를 모시고 사는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있었다. 어느 한겨울 노모는 아들에게 딸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아들은 뒷동산 딸기밭에 가서 칠일기도를 하였다. 그랬더니 엄동설한인데도 딸기가 열렸다는 이야기다.
딸기와 관련된 북유럽 신화도 있다. 딸기는 북유럽 신화의 주신(主神)인 오딘(Odin)의 아내이자 신들의 여왕인 프리그(Frigg)에게 바치는 신성한 공물이었다. 기독교 시대가 된 후에는 성모 마리아에게 딸기를 바쳤다. 천국의 문을 찾아온 사람이 입이나 손에 딸기즙이 묻어 있으면 신성한 딸기를 훔쳐 먹은 것으로 간주하여 지옥으로 보낸다고 한다. 천국에 초대받은 아이들은 지상으로 돌아올 때 머리에 딸기 꼭지가 생긴다고 한다.
‘동지 때 개딸기’라는 속담은 철이 지나서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억지로 구하려 할 때 쓰는 말이다. ‘달리다 딸기 따먹듯’이라는 속담은 음식이 양에 차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충청도 지방에는 칠월칠석날 딸기를 먹으면 부스럼이 생긴다는 믿음이 있다.
딸기의 뿌리는 수염뿌리가 난다. 딸기는 기는줄기가 뻗으면서 번식한다. 줄기 전체에는 꼬불꼬불한 털이 있다. 잎은 뿌리에서 나오는데, 엽병이 길고 3출복엽이다. 소엽은 도란상 사각형에 끝이 둥글고 밑부분이 예저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치아모양톱니가 있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고, 뒷면 맥 위와 엽병에 꼬불꼬불한 털이 있다. 뒷면은 휜다.
꽃은 4~6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꽃대 끝의 취산꽃차례에 5~15송이가 달린다. 붉은색 꽃이 피는 종도 있다. 꽃받침조각은 5~6개로서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녹색이다. 부악편(副萼片, 곁꽃받침조각)은 끝이 뾰족하고 피침형이며, 겉에 털이 있고 꽃받침보다 다소 짧다. 꽃잎은 5~6개로서 꽃받침보다 훨씬 길다. 수술은 많다.
줄기의 끝이 아주 크게 자란 꽃받침(花托) 속에 수과인 열매가 묻혀 있다. 꽃받침은 꽃이 진 다음 육질화되면서 빨간색으로 익는다. 곰보처럼 파진 곳에 수과가 들어 있다. 열매는 장과가 아니라 여러 개의 열매가 모여 있는 것이다.
딸기의 유사종에는 땃딸기와 흰땃딸기 등이 있다. 땃딸기의 학명은 Fragaria yezoensis H. Hara이다. 강원도 이북의 산지에서 자란다. 꽃자루의 털이 옆으로 퍼진다. 꽃은 지름 1.5~2cm이다. 곁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 5개이다. 흰땃딸기의 학명은 Fragaria nipponica Makino이다. 강원도 인제군, 제주도 등지에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밀생한다. 딸기에 비해 아주 소형이고, 꽃대에 비스듬히 털이 난다. 곁꽃받침조각은 선상 타원형으로서 꽃받침보다 약간 길고, 꽃잎도 5개로서 옆으로 퍼진다.
딸기는 꽃과 열매를 감상하기 위해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초물분재로 만들어 감상하기도 한다. 관상용으로는 특히 선명한 핑크색 꽃이 피는 '핑크 판다'(학명 Fragaria 'Pink Panda')가 인기가 있다. '핑크 판다'는 포복지 발달이 좋아 화단용으로 우수한 품종이다.
딸기의 제철은 5~6월이지만, 하우스 재배가 대세가 된 이후부터 사실상 딸기는 겨울을 대표하는 과채가 되었다. 딸기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철분과 다른 무기물도 들어 있으며, 맛도 좋아 인기 있는 과채다. 후식용 생과일로도 먹고, 잼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통조림, 설탕절임, 주스 등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빵이나 파이 등을 만들 때 넣기도 한다. 딸기를 삶아서 체로 거르고 꿀과 녹말을 섞어 딸기편을 만들기도 하고, 과실주를 담그기도 한다.
현재 재배되는 딸기는 대부분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버지니아딸기(Fragaria virginiana Miller)'와 '칠레딸기(Fragaria chiloensis L.)' 등 2종의 변종들이다. 열매가 아주 큰 재배 딸기는 18세기에 유럽에서 개량한 것이다. 한국의 딸기는 '레드펄(Redpearl , 육보)', '아끼히메(장희)' 등 일본 품종이 거의 대부분이었으나 논산 딸기시험장에서 개발한 '설향(雪香)'과 '매향(梅香)'이 보급된 이후 국산 품종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해외로 수출되는 딸기의 90% 이상은 '매향'이다. '설향'은 딸기 품종별 씨 모종 비중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딸기를 생태적으로 분류하면 촉성형(促成形), 난지형(暖地型), 중간형(中間型), 한지형(寒地型)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에는 중간형이 가장 많은데, 그 대표적인 품종은 '보교조생', '대학 1호' 등이다. 경북 칠곡군에서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에 맞추어 초콜릿을 입한 딸기를 상품화하여 '상큼딸기와 달콤 초코의 러브스토리'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파인베리(Pineberry)'는 흰색 과육에 빨간 씨가 들어 있으며, 맛과 향이 파인애플과 비슷하다. 2009년 네덜란드에서 상품화되어 유럽 및 미국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소량 재배되고 수확량이 적어 희소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매우 달콤한 맛를 가진 '첫사랑의 향기(はつこいのかおり, 初恋の香り)'라는 이름의 하얀 딸기를 개발하여 재배하고 있다.
2021. 5. 17.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나무 (0) | 2021.05.20 |
---|---|
지면패랭이꽃 (0) | 2021.05.18 |
루피너스(Lupin) (0) | 2021.05.14 |
캄파눌라 미디엄(Campanula medium) (0) | 2021.05.13 |
산복사나무 ≠ 개복사나무 '사랑의 노예(奴隷)' (0) | 2021.05.12 |